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걱정과 두려움이 점점 커다란 불안감으로 자라나며 압도해 오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않던 순간에 벼락처럼 폭발하기도 한다. 불안은 느닷없이 찾아와 숨통을 죄어온다.

개그맨 정형돈 씨나 김구라 씨와 같은 많은 유명인들이 자신들의 병을 방송에서 고백하면서 최근에는 공황이라는 불안장애가 꽤 널리 알려졌다. 실제로 과거보다는 공황장애의 치료 필요성과 주관적 고통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된 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불안’이라는 병적 실체와 일반 대중의 인식 사이에는 메꾸기 힘든 간극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방송을 통해 막연하게 상상할 수밖에 없는 공황장애에 대한 이미지만으로는, 실제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들의 그것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공황/불안 발작을 겪는 환자들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강렬한 공포를 경험하곤 한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공포를 겪는다, 심장이 터지거나, 머릿속 뇌혈관이 터질 것 같은 공포감, 숨이 막혀 질식사할 것 같은 불안감처럼 말이다. 언제든 그 발작이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곤 한다.

여전히 미디어에는 이러한 강렬한 고통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공황장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만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조금만 불안해해도 “공황장애 아냐?”하며 시선이 집중되는 당황스러운 상황들이나, 정신과 치료/약물치료에 대한 선입견들은 여전히 수없이 다양한 모습의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곤 한다. 불안발작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급격한 심계항진이나 호흡곤란 등의 신체 증상들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체의 이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낯선 이런 증상을 설명해줄 정확한 정보를 찾기란 바다와 같은 인터넷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공황장애에 대한 깊은 학문적 이해 없이 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비전문적인 대체의학, 상담가, 사이비들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낭설들은 불안과 오해를 더욱 키우고 있기도 하다. 수없는 말들은 불안한 마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불안은 인간의 정상 반응이다. 하지만, 병적 불안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를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신중하고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황증 외에도 공포증, 강박, PTSD와 같이 다양한 병적 불안과 관련된 용어는 일상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게다가 불안장애는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만, 책임 없는 많은 말들로 더 큰 오해를 낳곤 한다. 이 혼돈 속에 불안은 증폭되며, 도움이 필요한 환자는 치료의 적기를 놓치기도 한다.

 

사진_픽사베이

 

이에, 인터넷과 일상에 떠도는 수없는 비전문적이거나 출처불명의 낭설들을 걷어내기 위해 불안장애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나섰다. 대한불안의학회는 오늘 4월 2일 정신의학신문과 MOU를 맺었다. 정신의학신문을 플랫폼 삼아 대한불안의학회의 입장을 대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기사와 칼럼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계획을 밝혔다. 대한불안의학회는 소속 회원 전문의들의 글을 통해 불안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불안과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대한불안의학회는 2004년 창립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참여하여 강박장애,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다양한 불안장애의 세부 질환에 대한 연구 활동을 활발히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형 공황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나, 한국형 범불안장애 진료 지침, 사회 공포증 인지행동치료 지침서 등을 직접 발간하며 우리나라 불안장애의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문 의학지식과 일반 생활상식, 민간요법, 위험정보가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란 일반인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진료 일선의 전문가가 직접 제공하는 쉽고 정확한 의료정보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의사가 직접 쓰는 인터넷 정신의학전문지 <정신의학신문>이 이뤄내고자 하는 이 취지에 힘을 더해 대한불안의학회가 불안장애 대한 인식의 개선과 정보의 선별을 도모할 예정이다.

정신의학신문에서는 앞으로 대한불안의학회 소속의 전문의들이 직접 작성하는 칼럼과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며, 대한불안의학회에서 작성된 기사들은 선별되어 네이버 뉴스스탠드 1면에 올라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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