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what you eat: Food and Mood

[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강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You are what you eat >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유물론자인 루드비히 포이어바흐(Ludwig Feuerbach)는 자신의 저서인 Concerning Spiritualism and Materialism에서 'You are what you eat'이라 했다. 이 구절은 생활영어에도 자주 나오는 표현이고, 2004년에 영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풀어보자면 The food one eats has a bearing on what one’s state of mind and health이다. 

 

사진_픽셀

 

몇 해 전부터 음식 먹는 방송을 지칭하는 ‘먹방’ 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 방송, 케이블 TV, 지상파 방송 어느 채널을 돌려도 맛있게 요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맛있는 음식집을 찾아가서 맛을 음미하거나,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식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지금 현대인들이 먹는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먹방 열풍에 대해 경기침체로 한국인들에게 널리 깔려있는 불안감과 불행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밥을 같이 먹으면서 정을 나눴지만 현대의 바쁜 일상 속에서는 가족들과도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드물어지면서 먹방을 시청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대리만족도 느끼기 때문이라는 대중문화평론가의 분석도 있다. 

 

현대인들은 심리적 혹은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상태에서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현대인의 심리적 특성은 3만 년 전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해 있으며 무의식적으로는 아직도 그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에는 초원과 숲에 먹을 것이 부족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드물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달콤한 과일을 발견하면 경쟁자가 보기 전에 최대한 빨리 먹어치우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본능이 현대인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어 오늘날 먹을 것이 가득한 냉장고가 있는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도 우리의 DNA는 여전히 아프리카 초원을 누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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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식으로부터 느끼는 단맛은 뇌 내 쾌락 중추를 자극해 세로토닌,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현재까지 단 음식에 의한 행복감은 과당, 설탕, 인공감미료 등을 함유한 식품 섭취 시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있으며, 인공감미료에는 사카린과 합성아미노산인 아스파탐 등 탄수화물 이외의 많은 물질이 포함된다. 단 음식을 먹은 후의 행복감은 영양공급과 포만감의 충족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쾌락적 만족이나 심리적 보상을 주기도 하므로 물질 자체보다 감정-기억-충동-조절 등이 관여하는 정서적인 반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정신과적 질환으로는 식이장애, 물질관련장애, 우울증 등을 들 수 있다. 

 

식이장애는 장기간 지속되는 섭식의 장애 혹은 섭식과 관련된 행동들로 인해 음식 소비 혹은 섭취의 변화가 생기고 신체적 건강과 정신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식이장애 관련 증상들은 물질사용장애 환자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강박적인 패턴과 갈망 증상과 비슷하며, 이는 뇌에서 도파민이 유리되는 보상 회로의 작동에 의해 쾌감 기억의 갈망– 충동 억제 실패– 금단증상 회피로 행동이 강화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식이장애는 섭식 자체를 중단할 수 없다는 점과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물질사용장애와 구별한다.

 

비만환자, 신경성 폭식증 환자, 알코올 의존 환자들을 대상으로 성격특성을 비교한 결과 세 군 모두 정상인에 비해 비사회적이며 정신 쇠약 경향이 있었고 불안 수준이 높았다. 먹기나 음주 등을 통해 긴장을 신속히 완화하려는 행동은 이들의 높은 단조로움 회피 성향 혹은 자극 추구 성향과 관련이 있으며 낮은 사회성은 이러한 행동 조절 능력의 약화 요인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들은 불안과 근긴장도가 높고 의심 수준이 높아 부정적 정서에 민감하게 되며 부정적 정서를 줄이기 위해 지나친 섭식이나 음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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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 조절 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감별하고 범주화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감정 조절 능력의 저하로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전략을 짜는 것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울증처럼 두뇌에 세로토닌 농도가 낮거나 스트레스가 많아서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높으면 탄수화물 정확히 말하면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단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하고 뇌 속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비율이 증가하여 피로회복제처럼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굳이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 혹은 과식을 하는 사람들은 단 맛, 혈당 상승을 통한 에너지 증가, 기분 개선 등의 보상을 얻고 이를 삶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작용으로, 효과적으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 비타민 B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된 음식은 견과류 (호두, 아몬드, 콩, 아마씨 등)와 등푸른 생선 (고등어, 삼치, 참치, 정어리 등)이다. 비타민 B1, B3, B6, B9, B12 등 비타민 B군이 많이 포함된 식품인 콩, 현미, 버섯, 시금치 등 채소와 과일,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 등의 섭취가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음식에 의해 장내세균군의 구성이 바뀌고 이는 건강은 물론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프로바이오틱스 효소들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사진_픽사베이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내가 다른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 목소리 크기와 말투, 얼굴 표정, 몸동작 등을 떠올려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오늘 하루 나의 몸과 마음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을 보였는지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잠깐 생각해보거나 이에 대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잠깐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아주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음식이 주는 이러한 보상 효과를 명확히 자각하고 기쁨과 행복의 원천으로서 음식의 대안을 찾는 과정은 우리의 생활에 일시적인 변화가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변화를 이루는데 중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먹고 있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 우울감, 불안감, 스트레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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