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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난독증 이야기(3/10) - 난독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3.13 00:01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픽사베이

 

2편(교사를 위한 난독증 이야기 - 다른 나라의 난독증)에서 글을 읽을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면서, 읽기가 힘든 경우인 난독증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점이 해결되었다고 하였다.

난독증을 둘러싼 오해는 유독 많은데 첫째, 난독증은 인구의 5% 정도로 흔한 병이지만 공부를 할 때가 아니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 글자를 거꾸로 쓰는 증상 때문에 최근까지도 시지각 문제, 또는 좌우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고 과거 이론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오해는 ‘기다리면 좋아진다,' '공부 스트레스를 받아서 난독증이 생겼다,' '한글을 일찍 배우면 창의력이 줄어든다,' '난독증은 유별난 재능이 있으니 난독증이 좋아지면 재능이 없어진다,' '아인슈타인도 난독증이었다.’ 등이다.

오늘은 최근에 밝혀진 난독증에 대한 진실을 소개해보려 한다.

 

① 기다리면 언젠가는 읽는다.

예일 대학교의 샐리 셰이위츠 교수는 남편 버넷 셰이위츠 교수와 함께 난독증 연구센터(Yale center for dyslexia and creativity) 소장을 맡으면서 난독증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그 공로로 미국 올해의 의사로 뽑힌 적도 있다. 그녀의 저서 난독증의 진단과 치료(overcoming dyslexia)는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는데 아직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꼽히는 책이다.         

 

http://www.foundationstutoring.org

 

그녀의 손꼽히는 연구 성과 3개 중 첫째는 코네티컷 장기 추적 연구이다. 그녀는 1983년부터 예일 대학이 위치한 코네티컷 주에 사는 유치원생 중 글을 늦게 배우는 445명을 20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읽기 부진학생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자신의 또래를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점차 격차가 커졌다. 이런 현상이 성경의 마태복음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구절과 유사하다고 하여 마태효과라고 한다. 읽기를 빨리 배운 아이는 독서를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어휘력과 배경지식이 늘어나는데 반해서 읽기를 느리게 배운 학생은 나중에 떠듬떠듬 읽을 수 있게 되기는 하나 독서량도 적고 수준 낮은 책만 읽으며, 어휘력이 점차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읽기를 늦게 배우는 아이 부모에게 주변에서 공식처럼 해주는 얘기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좋아진다.'면서 '누구누구는 한글을 4학년 때 뗐어도 지금은 공부 잘한다.'는 것이다. 셰이위츠 교수는 아이 부모에게 그렇게 조언하는 것은 아이의 일생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연구 성과 중 2번째가 왜 그런지 설명한다.       

 

그림 출처_ 소아정신과의사의 난독증/난산증 이야기

 

위 그림은 그녀의 MRI 연구결과를 보기 쉽게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난독증을 가진 아이는 책을 읽을 때 뇌가 활성화되는 모습이 정상과 다르다. 건강한 아이의 뇌에서 연두색과 파란색으로 표시되는 부분이 난독증을 가진 아이가 책을 읽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연두색 부분이 자음/모음 글자와 소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파란색 부분이 일견 단어(sight word)라고 해서 잠깐만 보아도 자동으로 읽을 수도 있고 뜻도 아는 단어가 저장되는 국어사전과 같은 뇌 부위이다.  파란색 부분이 넓고 강하면 일견 단어가 많아서 한 페이지에 일견 단어가 아닌 단어가 몇 개 없으므로 책을 빠르게 읽고 어휘력도 풍부한 아이라고 할 수 있다. 난독증을 가진 아이는 건강한 아이는 뇌에 저장된 아는 국어사전 즉 자동으로 인지하는 단어가 너무 적어서 책을 읽을 때 신경 써서 읽어야 할 단어가 너무 많다.

 

그림 출처_ 소아정신과의사의 난독증/난산증 이야기

 

위 그림은 성인을 대상으로 MRI사진을 찍은 다른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코네티컷 주에서 유치원생을 오랫동안 해보니 읽기 부진 학생은 나중에 둘로 나뉘었는데, 계속해서 제대로 못 읽는 학생과과 나중에는 제대로 읽는 학생 그렇게 2 부류이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제대로 읽는 성인 뇌 사진은 원래부터 잘 읽던 성인과는 사뭇 달랐다. 원래부터 잘 읽던 성인에 비해 왼쪽 뇌를 많이 사용했는데 집중력을 많이 사용했고 글자를 그림을 보듯이 인식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제대로 읽는 사람은 사실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었다. 그럭저럭 정확하게는 읽지만 문맥과 문법적 관계를 이용해서 추측해서 읽다 보니 집중력을 많이 뺏겨서, 읽어도 이해를 잘 못하고 기억도 잘 못했다. 이해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읽는데 너무 많은 집중력을 뺏겨서 이해에 사용할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그녀는 읽기가 느린 아이를 나중에 좋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면 나중에 읽을 때 절룩거리게 된다고 한다. 아이를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절름발이가 될 거라 하면 가만히 있을 부모가 없을 텐데, 읽기에서는 수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절름발이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ScienceDirect.com

 

그러면 빨리(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이전) 교육해주면 아무 문제없이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셰이위츠의 3번째 연구이다. 음운인식능력을 개선시키는 치료를 1년간 시행한 후 MRI 사진을 찍어보니 난독증 아이의 뇌도 정상의 뇌와 같아졌다. 국어사전에 해당하는 뇌 영역도 넓어졌고 글자와 소리를 연결시키는 뇌 부위도 강하게 활성화되었는데 발음 중심 접근법으로 글을 교육할 때만 이런 변화가 생겼다.

 

② 책을 많이 읽어주지 않아서 난독증이 생긴다.

난독증 학생이 책을 읽어도 이해를 못한다면 이해력이 부족한 게 아니고 해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나 교사는 이해력이 부족한 거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오해는 아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책을 정확하게 읽는 해독능력을 늘려주는 교육 대신 언어 이해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잘못 가버린다. 언어 이해력을 높여주면 해독능력이 자동으로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틀렸다. 물론 조금 늘어나긴 한다. 해독 능력은 자음과 모음 글자의 소리를 정확하게 아는 상태에서 자음과 모음의 소리를 조합하여 읽을 때 늘어난다. 통 글자 방식으로 6개월 이상 가르쳐도 자음과 모음 글자의 소리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여 처음 보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라면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주거나 대화를 많이 해도 해독능력이 좋아지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③ 전혀 못 읽거나, 뒤집어서 읽거나 쓰는 경우만 난독증이다.

전혀 못 읽는 난독증 환자는 드물고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는 나중에는 정확하게 그러나 매우 천천히 읽는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렵고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게 할 정도로 느리다면 난독증으로 진단한다. 글자를 뒤집어서 쓰거나 읽는 모습은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읽기를 처음 배우는 초심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난독증 아이들에게서 뒤집어쓰기가 눈에 띄는 이유는 유난히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며, 이는 계속해서 초심자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④ 난독증을 고치면 재능이 없어진다. 

백만장자 중에 난독증이 유난히 많다는 연구도 있고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삼차원적이고 역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난독증 환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에게는 그러한 재능이 없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도 소수에 불과하며 성공한 난독인은 대부분 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등교육 과정을 마쳤다. 난독증을 극복해야 난독증의 재능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일을 신과 관련지어 얘기하기 좋아하는 서구인들은 난독증을 일컬어 ‘작은 축복, 큰 재앙(Minor Blessing, Major Curse)’이라고 말한다. 재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고통은 매우 크다.

 

⑤ 아인슈타인과 처칠도 난독증을 극복했다. 

역사 상 가장 똑똑한 사람을 한 명만 골라 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을 지목할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상대성원리를 발견하고 노벨상까지 받은 그는 동서양을 통틀어 인류 최고의 지성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시기해서인지 그에게는 어렸을 적 난독증,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ADHD 같은 장애가 있었고 그것을 극복했다는 신화가 널리 퍼져있다. 언뜻 보아서는 이 신화는 무해해 보인다. 너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아인슈타인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으니 장애가 있거나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과연 거짓말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아래의 신문 기사를 보면 이런 신화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이유가 그리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ADHD와 난독증을 비약물 치료로 극복했다. 아인슈타인은 학창 시절 언어발달이 늦어 학습 부진, 결석, 산만한 행동 등의 여러 가지 학습문제가 생겨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아인슈타인은 음악에 귀 기울이고(청각 인지) 악보를 보고(시각인지) 악기를 스스로 연주하는(신체적 활동) 등을 통해 전두엽에서 명령해 시청각 인지로 받아들이는 뇌의 기능을 키울 수 있었고 동시에 수학 해법 방정식에 생각을 집중하는 것(정신적 활동) 등 좌뇌를 자극시키는 활동을 통해 천재성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좌우뇌를 균형 있게 키우는 훈련은 아인슈타인이 ADHD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계기였다.

http://sportsworldi.segye.com/content/html/2012/05/30/20120530003619.html

                     

사진_픽사베이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로 유명한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2007년에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Einstein: His Life and Universe)』라는 아인슈타인 전기를 출간한 바 있다. 그 책을 위해 2006년에 봉인이 해제된 문서들까지 참조했는데 그는 아인슈타인은 난독증도 ADHD도 아스퍼거 증후군도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아래와 같은 근거를 제시한다.

 

1. 아인슈타인의 뒷마당은 사촌들과 다른 아이들 때문에 부산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의  떠들썩한 놀이에 끼는 대신 더 조용한 일에 빠져들었다.

2. 그의 공부 습관을 보면 얼마나 집중력이 강했는지 알 수 있다고 동생은 기억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당히 시끄러운 자리에서도 펜과 종이를 손에 들고 소파에 파묻혀서 팔걸이에 잉크병을 위태롭게 세워 놓고 풀어야 할 문제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어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방해가 되기는커녕 자극제가 되는 것 같았다.

3. 초등학교 때에는 학급 수석이었다. 일곱 살이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이모에게 “어제 알베르트가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일등을 했어.”라고 전했다. 김나지움에서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같은 언어를 기계적으로 배우는 것을 싫어했는데 그가 나중에 “단어와 글에 대한 나쁜 기억력”이라고 말한 것 때문에 난독증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과목에서도 그는 줄곧 최고 점수를 받았다.

4. 구글에서 “Einstein + Asperger”로 검색하면 검색된 정보가 14만 6000페이지에 이른다. 나는 그런 장거리 진단(long-distance diagnosis)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십대일 때에도 아인슈타인은 친한 친구들이 있었고, 정열적으로 연애를 했고, 대학생다운 토론을 즐겼고, 말을 통한 의사소통에 능했고, 친구나 인류에 공감할 수 있었다.

5. 아인슈타인의 언어 발달이 늦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기는 했지만 만 3세가 되기 전에 “응. 그런데 바퀴는 어디 있어?”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6. 아인슈타인의 편지나 저작을 검토한  결과 문법이나 철자법의 오류가 거의 없었으며 취리히 대학에 떨어진 것도 입학 기준보다 2년 일찍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사진_픽사베이

 

처칠의 경우 처음에 읽기와 쓰기를 배울 때 어려움을 겪었으나 가정교사의 지도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도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긴 하지만 나중에 '제2차 대전 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글쓰기에서 재능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이차방정식은 앨리스가 사는 이상한 나라에 속한 것이고 미분학은 드래건 같다' 고 하면서 수학에 대한 평생 동안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린다 시겔이라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는 그의 성장사와 성적표, 편지 그리고 2차 대전 중 처칠이 지도에 적힌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여 터키에서 수만 명의 병사를 허무하게 희생시킨 기록 등을 모두 검토한 후, 처칠은 난독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난산증 즉 수학 학습장애를 가졌을 거라고 추측한다. 난산증을 가진 학생들은 초기에 글을 배울 때 어려움을 겪지만 곧 극복하고 읽기 능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계산이나 어림에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au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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