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셀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을 우리나라에서 직접 맞이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이라는 설날 연휴가 눈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렸다. 방송에서는 저마다 연일 올림픽의 열기를 전하고, 온가족이 모인 집안에서는 다같이 텔레비전 앞에 둘러 앉아 함께 응원과 함께 서로의 근황을 전한 지난 연휴가 이보다 더 풍성할 수 있었을까. 1년에 한번이나 겨우 볼법한 친척들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4년에 한번만 돌아온다는 지구촌의 축제를 한 마음으로 함께 즐겼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왁자지껄한 그 법석 가운데 엉덩이를 들썩이며 가시방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도 분명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 풍성한 잔치의 자리를 지키다 돌아온 우리 청년들의 마음에는 모두 그렇게 풍요롭지만은 않은 씁쓸함이 배어나오고 있는 듯 하다.

 

쇼트트랙에서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거머쥐며 환호성을 지른다. 큰아버지네 사촌형은 지난달에 대기업에 입사 합격을 했단다. 스켈레톤 썰매에서도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이 나온다. 막내 사촌 동생은 이번에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겸연쩍게 웃는다. 결혼한 외사촌형네 부부는 이번에 분양받은 아파트 값이 또 한참 올랐단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잘들 행복하게들 사시는지 금메달을 척척 따온다. 이미 작년 또 예선탈락한 아들을 안쓰럽게 바라보시는 엄마의 시선이 씁쓸하다 못해 슬프다. 거실에 둘러앉은 방석자리가 따갑도록 눈초리들이 맵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청년 실업자의 구직기간이 최장기록을 경신했고, 20대 실업자는 20만명을 넘어서며 역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실업자수를 기록했다. 막상 직장을 구했다 해도, 사회 초년생들에게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영영 요원해보이고, 결혼과 육아는 이제 그저 기성세대의 압박으로만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현대경제원이 지난 19일 보고한 국내 청년층의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전체세대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질병 또한 최근 점차 높은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은 좌절을, 좌절은 우울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울은 점차 의욕과 활력을 좀 먹어 다시 청년세대의 실패와 좌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먹인다.

 

이에 성남시 정신건강복지 센터에서는 청년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우울증 예방을 위한 마음건강 학교를 열기로 계획했다. 취업 준비 중이거나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정체감의 혼란과 좌절, 우울을 겪고 있는 현실에 보다 실질적인 마음의 도움이 되고자 성남시가 나섰다. 마리나힐링상담센터와 함께 하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마음건강학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성남인 20세-29세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다가오는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입학 신청은 2월 말까지 선착순으로 마감하고 홈페이지 (www.smhc.or.kr)나 전화, 방문을 통해 접수 받고 있다. 또한 성남시 정신건강복지 센터에서 운영하는 이번 마음건강학교를 수료한 청년들에게는 스트레스 측정 및 마음건강상담과 숲 체험 프로그램 참여 기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가족의 품을 벗어나 사회의 새로운 일원으로 편입되는 과정에는 좌절과 시련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그 차가운 사회 장벽이 너무나 높아져만 가는 가운데, 부딪히다 지쳐 결국 주저 앉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또한 청년들의 현실이다. 좌절한 청년들에게 단순히 노력과 의지력만을 외치며 한심스러워하기보다는 좀더 따뜻한 응원과 도움의 손길을 내줄 수 있는 성숙한 기성세대의 모습을 성남시가 한발 앞서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문의 : 성남시정신건강복지센터  031-754-3220

홈페이지 : http://www.smh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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