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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ADHD 이야기(9/10) - 공부 알약? ADHD 약물 바로 알기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2.13 07:47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사진_게티이미지

 

로드 아일랜드 주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이다. 이곳의 한 병원(Emma Pendleton Bradley Home)에서 1937년 ADHD 약물의 역사가 시작했다. 찰스 브래들리라는 소아과 의사는 자신의 삼촌이 세운 병원에서 간질이나 자폐증 등 각종 행동문제를 가진 아이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당시 진단기술이 오늘날에 비해 보잘 것 없어서 아이의 척수에 구멍을 뚫고 공기를 집어넣은 후 생기는 뇌의 어렴풋한 윤곽을 엑스레이로 찍어서 알아보는 검사를 주로 실시했다. 검사 도중에 아이들은 메스꺼워하고 심한 두통도 호소했는데 중추신경흥분제인 벤제드린이라는 약을 주면 곧잘 검사 부작용이 해결되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약을 먹은 아이들 절반에서 부작용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당시 기록에 의하면 ‘천사처럼 행동하고 수학공부를 전보다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래서 브래들리 박사도 이 약을 ‘수학치료약’(arithmetic pill)이라고 불렀다. 이때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약이 등장하기 전으로 인간의 행동을 약으로 바꾼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이후로 이 약의 사용은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아이를 차분하게 하는 용도와 어른을 깨어있게 하는 용도였다. 유명한 007시리즈인 ‘카지노로얄’은 1953년에 이언 플래밍의 원작이 나왔는데 주인공이 카지노에서 졸지 않고 게임을 하기 위해 벤제드린을 복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벤제드린을 비롯한 중추신경흥분제들은 끔찍하게 악용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조종사들은 대부분 군의관으로부터 출동 알약(Go pills)이란 이름으로 약을 받았으며, 독일은 군인들이 졸지 않고 비행기나 잠수함을 운전하도록 약을 강요했는데, 군인들은 이를 ‘탱크 초콜릿’ 또는 ‘’헤르만괴링 알약‘이라고 불렀다. 오남용은 일본군이 가장 극심해서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에서 태평양 전선에서 10억 알이나 복용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낮으로 하루에 수십 알을 복용한 군인이 많았는데 중추신경흥분제의 부작용에 대한 자료는 모두 이 당시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이 사용한 중추신경흥분제는 일본인 아키라 오가타 박사가 합성한 ’필로폰‘인데, 전후 200여만 명이 중독되자 정부는 강력한 단속에 나서 5만 명 넘게 투옥 하기도 하였다. 심한 사회적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2007년 오남용 가능성이 없다고 알려진 ’콘서타‘를 후생성이 승인하기 전까지 그 어떤 ADHD 치료약도 허가하지 않았다. ADHD치료는 못하더라도 오남용만은 막자는 마인드가 강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중독성과 의존성이 없는 치료제인 ‘메칠페니데이트’도 오래 먹다보면 ‘필로폰’과 비슷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아직 많다. 1995년 미국의 ADHD협회(CHADD)는 메칠페니데이트는 의존성, 내성도 없고 환각 효과도 없다는 자료를 연방마약관리국(Drug Enforcement Agency)에 제출하면서 향정신성약품 목록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사진_게티이미지

 

현재 ADHD 치료에 효과 있다고 승인받은 성분 국내에서 3종류이다. 중추신경활성제인 메칠페니데이트성분과 중추신경활성 효과는 없으나 아드레날린 농도를 조절해서 작용하는 아토목세틴과 클로니딘 성분이다. 메칠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이 부작용이 더 많지만 효과가 탁월해서 널리 쓰인다. 성분은 단일하지만 약이 몸에서 풀리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다양해서 각각 4,8,12시간 지속되는 약제가 나와 있다. 의사들은 대부분 메칠페니데이트로 치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메칠데이트를 중심으로 약에 대한 의문을 알아보려 한다.

 

 

ADHD 치료약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나?

ADHD 치료약은 ‘중추신경흥분제’ 또는 ‘각성제’ 라고 불리는데 이처럼 신경활성화는 약의 효과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신경 활성화가 어떻게 ADHD를 치료하는지 분명한 설명은 없었다. 현재까지 중추신경을 각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이 43가지 발견되었지만, 이중 3가지 약물만이 ADHD를 치료할 수 있고 나머지는 악화시킨다고 밝혀졌다. 커피를 먹는다고 ADHD가 좋아지지 않듯이 각성효과 만으로 ADHD를 치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ADHD 치료약 투여 후 뇌 어디로 약이 흘러가는지 PET로 촬영한 연구가 최근 나왔는데 이전까지는 약이 전두엽, 두정엽의 집중력 담당 영역에 있는 도파민 신경이 풍부한 신경세포로 갈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혈액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나와 뇌의 정중앙에 있는 줄무늬체(corpus striatum)라는 영역에 집중적으로 침투하였다. 

 

전두엽이 CEO, 즉 사장이라면 줄무늬체는 보좌관으로서 우리의 생각, 감정 및 경험을 실시간 빠짐없이 검토하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서 신호를 보낸다. ADHD 학생의 줄무늬체는 건강한 사람 줄무늬체와 작동방식이 좀 다른데 전두엽에 중요한 사항 하나만 정해서 신호를 보내지 않고, 5~6가지가 지금 똑같이 중요하다고 하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는 치료되지 않은 ADHD 아동의 머릿속에서 대여섯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는 현상이나 중요한 일을 제쳐두고 사소한 일에 산만해지는 행동을 설명한다. ADHD 치료약은 줄무늬체를 활성화시켜 우리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약이 아이를 무력하게 해서 또는 신경을 안정시켜서 행동을 억제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약의 효과는 장기적인가?

2013년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조지프 비더만 교수는 "약을 먹지 않은 ADHD 아동은 스트레스가 많아 대뇌 피질 두께의 변화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이 있는데 약을 먹은 사람에게는 이런 현상이 없고, 약물이 행동 증상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를 보호하고, 나아가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같은 대학의 티모시 윌렌스 교수에 따르면, ADHD 약이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고 약을 먹지 않는 ADHD 청소년은 종종 학업 실패, 자존감 감소, 반사회적 행동 및 위험 감수 행동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스웨덴에서 2만5656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약으로 치료했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범죄율이 남자는 32%, 여자는 41% 감소했다고 나타났다. 

 

반론도 있는데 캘리포니아 대학교 제임스 스완슨 교수는 "약을 복용하고 초기 3년간은 뇌가 정상화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후로도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으며 뉴욕 대학교 의과대학 프란시스코 하비어 교수도 "약이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뇌를 정상화한다고 결론을 내리려면 더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약이 장기적으로 ADHD를 완치시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와 있지 않지만, ADHD 증상이 학생의 인간관계와 학업, 자존감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효과만으로도 약을 먹을 필요성은 충분하다. 

 

사진_픽셀

 

약의 문제점은?

일단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열 명중 여덟 명 정도만 효과가 있다. 효과가 없다고 진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며 약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ADHD 진단이 맞는다고 할 수도 없다. 건강한 학생과 ADHD 학생의 약 반응과 부작용은 다르지 않다. 보험공단이 권장하는 용량 범위에서만 투여할 경우 환자의 약 절반 정도만 효과가 있다. 6~8%의 아이들은 권장 최소용량 보다 더 적은 용량에서 최적의 반응을 얻는다. 이 아이들의 경우 가장 작은 알약으로 시작하더라도 넘치도록 많은 용량이어서 좀비 증후군(감정적인 둔함, 무기력) 또는 스타벅스 증후군(심장이 두근거리고 예민해짐)을 경험한다. 이럴 경우 복용량을 줄이면 곧 부작용이 사라진다. 반대로 약 40%의 아이들은 FDA가 승인한 최대 용량보다 높은 용량에서 최적의 반응을 얻는다. 이 아이들은 보통 먹는 용량을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고, 허가 용량보다 높은 용량을 복용할 경우, 절반에서 좋은 효과를 경험했다. 

 

약에 대한 교사의 흔한 불만은 차분해지기는 하는데 그렇게 학업수행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그 동안의 학습결손이 심해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ADHD 이외에 학습장애, 언어장애 등의 다른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의 흔한 불만은 식욕저하와 함께 키와 체중이 늘지 않는 점, 잠이 늦게 드는 문제, 약이 8시간 정도 지속된다면 정작 부모와 있는 시간에는 효과가 없다는 문제, 약 효과가 사라지는 시점에서 잠시 민감해지는 문제이다. 대부분 키 크는데 문제가 없으나 일부 학생에서 어른이 되었을 때 키가 1-2cm 손해 볼 수도 있는데 식욕저하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성장호르몬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교사는 식욕이 저하되어 급식을 많이 먹지 못하거나 메스꺼워 하는 학생을 세밀하게 보살필 필요가 있다.

 

 

약과 심리치료 중 선택?

흔한 오해는 약은 증상만 치료하고 심리치료는 근본원인을 치료한다는 오해이며 심한 경우에만 약을 먹어야한 한다는 생각이다. ADHD 학생은 도파민 보상회로의 낮은 각성으로 인해 당장 실감나는 보상이 없으면 목표행동을 지속하지 못하는데 치료약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당장 실감나는 보상이 아닌 작은 보상에도 행동을 시작, 지속하게 해 준다. 심리치료 중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행동치료와 부모훈련 모두 아이에게 스티커나 행동 계약을 이용하여 당장 실감나는 보상을 즉시 제공하여 도파민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리치료는 어떻게 행동할지 알려주고(knowing) 약물치료는 행동을 하도록(doing) 만들어 준다는 믿음은 틀렸다. ADHD 학생은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알지만 아는 것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知)가 아니라 행(行)이 문제이므로 학생에게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기보다 다음 할 행동을 세세히 지시하거나 보상을 자주 상기시켜서 바르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다. 

 

 

ADHD 치료약은 장기적으로 안전한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ADHD 치료제를 복용하면 성장하는 뇌의 발달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최근 연구결과가 이러한 우려를 해소했다. 기면증(narcolepsy)이라고 불리는 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치료를 위해 ADHD약을 복용하는데 보통 40-50년 이상 복용하게 되는데 그들의 뇌를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좋지 않은 변화를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현재 28년째 지속중인이며 제약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밀워키 연구가 지금까지 내린 잠정적 결론에 의하면 ADHD가 주는 모든 위험은 약물 치료 자체가 아니라 약물로 상태를 치료하지 않아서 생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au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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