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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위한 ADHD 이야기(8/10) - 교실에서 살아남기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2.06 07:41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사진_픽사베이

 

예전에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은 신참 교사를 앞에 앉혀놓고 농번기에 일 시키느라 학교 못 오는 학생을 학교까지 데리고 갔던 얘기, 주말에도 학생을 데리고 있던 얘기를 하곤 했다. 마치 제대한 남자들이 여자들 앞에서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직접 경험한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얘기하려 하지만 경험 못 해본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다. 힘든 ADHD학생을 지도해 본 교사의 경험도 비슷하다. 상당한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므로 누구든 붙잡고 얘기하고 싶지만 듣는 사람은 ‘원래 그런 거 아니냐’ 또는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세상에 쉬운 일이 있나’ 하는 식으로 반응할 때가 많다. 상황이 나빠져서 점점 학생을 부정적으로 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른 학생도 영향을 받아 ADHD학생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기 쉽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명 이상의 학생을 맡고 있는 교사라면 적어도 한 명 정도의 ADHD학생을 만나게 될 것이다. 

 

ADHD라면 진단을 제대로 빨리 받도록 하는 단계가 가장 중요한 시작이 된다. 진단받은 학생 중 절반 정도가 약을 복용하는 정도가 합리적인 상황이다. 약은 충동성을 줄여주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 건 아니므로 더 낳은 자기조절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학생을 돕기 위해 일단 교사는 ADHD에 대해 되도록 많이 알면 좋다. ADHD가 어떤 병인지에 대한 지식 이상의 이해가 필요한데, 쉽게 가지기 쉬운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다음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자.

 

첫째, ADHD학생은 또래보다 정서적으로 어리다. 전두엽의 두께를 건강한 학생과 비교하면 30%정도 두께가 얇으며 정신연령도 30% 정도 디스카운트 되어 10살이라면 7살, 15살이라면 10살 정도의 성숙함을 보인다. 많은 교사는 단지 부모가 과보호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의 선입견과는 달리 외동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더 독립적이며 이기적이지 않다고 한다.

 

둘째, 사교육을 많이 해서 수업에 무관심하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ADHD 학생이 관심 있는 수업 시간에는 너무 적극적이고 흥미 없는 시간에는 아예 관심을 꺼버린다고 표현한다. 또 안 듣고 있는데 물어보면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는데 학생이 원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 발달이 빠른 아이에게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은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아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집중을 못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자극에 산만해지기 때문에 집중을 못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가장 집중을 잘 하는 학생은 수업내용을 모르는 학생이 아니라 이미 잘 알고 있는 학생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셋째, ADHD 학생이 공부 내용을 잘 이해한다고 해서 원인과 결과의 관계도 잘 이해하고 기억하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집중력은 수업을 들을 때도 필요하지만 지적받고 있는 지금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데도 필요하다. 지적받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지적받은 사실 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는 충분히 혼나지 않아서 또는 교사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어떤 행동을 조심해야할지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떤 교사가 수십 번 지적해도 행동이 바뀌지 않았다면 잊어버렸다고 보기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잊어버린 게 아니라면 교사를 무시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고 앞으로 교사는 학생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림_게티이미지

 

넷째, ADHD는 ‘시간의 근시’를 일으킨다. 근시가 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ADHD는 시간적으로 곧 닥칠 일을 예견하여 행동하지 못한다. ‘10초룰’도 비슷한 의미인데 10초 후에 세상이 멸망할 사람처럼 자신의 행동이 장차 미칠 영향에 무관심하다. 누구나 그렇지만 ADHD 학생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특히 시간이 빨리 가고 지루한 일을 할 때는 지루한 느낌을 훨씬 강하게 받는다. 숙제를 하지 않으면 1시간 후에 혼나는 상황에서도 1시간을 아주 길게 느끼고 미루다가 숙제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ADHD 학생은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10초보다 이전에 한 지시는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_Simpson Wiki

 

ADHD를 잘 알게 되었다면 다음에는 행동교정의 원리를 이해할 차례이다. 폭스 TV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11번째 시즌은 ADHD를 풍자한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화재예방교육을 받던 바트 심슨은 소방호스로 체육관을 날려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게 되고 ‘스키너’ 교장 선생님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으로 실험실에서 금방 만들어나온 ‘포커신’을 추천한다. 약을 거부하던 바트는 엄마의 간청에 못 이겨 약을 먹게 되고, 바트는 놀랄만한 모범생이 되지만 점점 예민해지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띄운 인공위성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나중에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가 나타나 바트의 망상이 사실임을 알려주는 반전이 있는 얘기이다.

http://blog.naver.com/bobo5016/150105496107

 

여기서 교장 선생님 이름이 스키너인데 프로이드 다음으로 대중에게 유명한 심리학자인 ‘벌허스 프레데릭 스키너’의 이름을 빌려와 풍자했다. 그는 행동주의 학파의 수장으로서 주로 행동강화 실험에 대해 연구했는데 쥐가 지렛대를 당기면 먹이를 얻는 장치인 스키너 상자를 만들어, 상자에 기록계를 붙여 먹이를 제공하는 스케쥴과 쥐의 행동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서 이를 인간의 행동수정에 적용하는 광범위한 이론을 만들었다. 현대의 행동수정 방법은 대부분 스키너의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행동수정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용하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긍정 강화, 타임 아웃, 값 치르기, 토큰 시스템 등 다양한 행동수정 기법이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가정노트’와 ‘행동계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림_매일행동알림장

 

가정노트 방법에서는 그림에 나온 매일행동알림장 같은 노트에 가능하면 수업시간 끝날 때마다 행동을 평가해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 기록한 후 집으로 보내어 부모도 볼 수 있게 한다. 점수를 모아서 가정에서 미리 정해진 상을 주거나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하는 벌이 주어진다. 가정에서 행동 알림장을 볼 때 화를 내서는 안 되며 사무적인 태도로 왜 나쁜 평가를 받았는지 내일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쉬는 시간이나 하교 시간에 자주 문제가 있다면 학생에게 소리 내어/ 미리 생각하기 (Think Aloud/ Think Ahead)라는 방법을 연습시키면 좋다. 쉬는 시간에 친구를 놀리거나 심한 장난치지 말라고 말로만 지시하면 잊어버리기 쉬우므로 교사가 먼저 ‘이번 시간에는 철수한테 가서 좋게 말 걸고 사이좋게 놀아야지’ 라고 소리 내어 결심을 말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아이가 따라하게 하고 나중에는 혼자 해보도록 지도하는 방법이다. 일이 생기면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고 학생이 미리 행동을 대비할 수 있게 해주면 문제행동이 많이 줄어든다.

 

청소년이라면 하루 단위보다는 일주일 단위로 기록해 가정으로 보내도 좋다. 가정노트는 부모들이 자녀가 과제수행에 문제가 있고 그로인해 교실에서 좌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교사가 학교에서 경험하는 좌절감만큼이나 부모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가정노트’가 부모가 아이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라면 ‘행동계약’은 교사가 학생에게 처벌과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학생과 협의해서 수정할 행동에 대해 행동계약을 맺고 보상을 정하고 계약서에 서명하게 한다. 보상은 스티커나 점수, 작은 학용품, 보드게임을 하며 놀 수 있는 권리 정도가 좋은데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작은 상이라도 친구들이 부러워할 수 있어 큰 보상이 될 수 있다. 스티커 제도가 잘 먹힐 때가 많은데 스티커를 모아서 보상을 탈 때까지 너무 길거나 보상이 학생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 지금까지 실패를 많이 해 온 학생이라면 스티커를 떼는 피드백은 결코 하면 안 되며 계속 도와주어 90%에서 스티커를 획득하도록 도와주면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 즉각적인 몸에 와닿는 보상이 있을 때 ADHD 학생은 집중력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계약서에 없지만 잘 한 행동에 대해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면 좋은데 단순히 ‘착하다’, ‘성실하다’ 같은 칭찬보다는 ‘네가 무슨 행동을 해서 교사가 기쁘다’라는 방식이 좋다. 또 학생이 과제를 빨리 시작하고 끝낼 수 있도록 어깨를 두드려주기, 친구에게 좋지 않거나 규칙을 어겼을 때 타임아웃을 하는 방법도 저학년이라면 적용할 만하며 수업방식을 협동학습이나 직접 조작하는 활동이 많아지도록 해주면 더 잘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https://youtu.be/-LqTdMt_ddY

 

짝으로 차분한 아이를 앉히고 창문에서 떨어져서 얼굴을 마주하기보다는 일렬로 자리를 배열하기 그리고 모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학급 규칙을 붙여두기, 움직일 수 있게 칠판 지우기나 작은 심부름시키기 등도 좋은 방법이다.

https://youtu.be/vLJudQjEZWc?t=4m47s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시 보험가입 불이익에 대한 청원이 진행중입니다. 정신의학신문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청원 참여하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11671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aum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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