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작가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네 명의 천사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소식입니다. 엄마품에 안기지 못하고 삭막한 병원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아가들. 다음 생엔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 행복하길 빕니다.

 

사진_flickr.com, Tamaki Sono

 

저희도 셋째를 출산하면서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질 위기에 있었습니다. 임신성 고혈압에 이은 전자간증으로 예정일 한 달을 남긴 어느 날, 급히 산부인과 응급실에서 유도분만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자궁수축제를 쓰면서 원만하게 분만이 진행되나 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진행이 더뎌졌죠. 게다가 태아의 맥박까지 급격히 느려지는 위기까지, 결국 늦게나마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태어난 아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심각해 보호자인 저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었고, 산모는 아기가 상태가 안 좋아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진정제를 맞고 잠에 빠져들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신생아실 앞에서 처음 만난 아이의 푸르스름한 입술색과 가래소리는 한눈에도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이후 점차 호흡이 좋아져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신생아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힘겨운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입니다. 미숙아, 저출생 체중아, 주산기 손상과 감염, 심장 기형과 복벽 기형 등으로 태어나자마자 위기를 맞은 새 생명 들이죠. 이들에게는 아주 미세한 변화나 균의 침투만으로도 생명이 끈을 놓쳐버릴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수술할 때처럼 무균 복장에 가까운 불편한 옷을 입고 습관처럼 손 씻기를 하는 수고도 잊지 않습니다. 아이 엄마도 마음대로 들어와서 아기를 안고 수유할 수 없는 특수한 공간, 신생아 중환자실은 그런 곳입니다.

 

사진_위키미디어

 

사건이 있기 전날,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초 결혼을 하고 얼마 전 첫 아이의 탄생에 들떠있던 친구입니다. 아기가 이제 생후 3주째인데 열감이 있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합니다. 체온을 확인했는지 물으니 37.4도라고 하는군요.

 

신생아에게서 체온을 정확하게 재는 일은 의료진 중에서도 소아를 자주 보는 의료진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첫 아이를 품은 지 이제 3주째인 일반인 친구가 재었으니 37.4도라는 체온도 정확한 지 알 길이 없습니다. 수치로는 의미 있는 열은 아니지만 열감이 꽤 있으니 급히 연락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보통 정상 임신을 통해, 36주 이상 제태 연령을 채워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로부터 강력한 면역체계를 물려받아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는 다른 연령의 소아들보다 감염질환에 강한 방어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예방주사나 외부 환경요인 등 특별히 열이 날만 이유가 없는데 열이 난다면 응급상황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강한 방어기전을 뚫고 감염이 침투해 작은 몸 전체에 퍼진 결과일 수 있으니까요. 전신 패혈증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판단해야 합니다. 명확한 열이 확인되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배양검사와 뇌척수액 검사까지 고려하면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죠.

 

요즘처럼 바이러스 질환이 널리 퍼질 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호흡기 증상과 함께 고열이 나타나는 RSV와 Influenza 바이러스, 심한 구토 설사로 탈수 위험이 높은 노로바이러스 등이 유행하고 있거든요.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항생제에 반응이 없고 전파를 막기 힘들어 계절성 독감처럼 전국적인 유행을 일으키곤 합니다. 이때가 취약한 신생아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죠.

 

사진_작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친구에게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열감이 뚜렷하면 지체 말고 대학병원 소아전용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이죠. 다시 확인해보니 다행히 금방 열감이 없어져 응급실까지 가지는 않고 지켜보고 있다고 하네요. 이 친구처럼 신생아인 첫 아이 키우시는 엄마 아빠들, 밤낮없이 고생스럽겠지만 힘내셔서 어서 100일의 기적 맞으시길 빌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