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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이야기
김성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2.22 07:48

[정신의학신문 : 김성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 중 예상치 못했던 일 중에 하나는 생각보다 응급실에 많이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밤 12시에도, 새벽 2시에도 응급의학과 선생님으로부터 콜이 옵니다.

"약을 한꺼번에 먹었어요."

 "손목을 그어서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신과 의사가 된 이상 내가 보았던 환자의 '죽음 또는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보았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도 하나의 '트라우마'로 작용합니다.

그 사람이 했던 말 등이 하루종일 떠오르지요.

 

그러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왜 그런걸까요?

우울증이 있으면 자살 시도를 하는 걸까요?

 

사진_픽사베이

 

먼저 '죽고 싶다'라는 생각과 '죽기 위한 행동' 즉 '자살 시도'는 다릅니다.

좀더 세밀하게는 (1) suicidal ideation 자살 생각 (2) suicidal plan 자살 계획 (3) suicidal attempt  자살 시도로 나누어 살펴봐야 하지요.

죽고 싶은 생각만 막연히 반복되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어야 겠다는 계획이 머리속에서 맴도는 경우, 실제 자살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로 나누어 파악해야 하고, 자살 시도를 과거에 했을 경우 '자살의 위험성'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우울증'이란 병이 생기면 기분이 가라앉을 뿐 아니라 내 생각, 판단력, 행동에도 변화를 줍니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은 '깜깜한 동굴 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합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나는 혼자이고, 평생 이렇게 고생만 할 것 같다 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면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많아집니다.

현재 내 모습과 미래의 내 모습에서 아무런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울증'이 치료된 이후에는 '내가 왜 그렇게까지 생각했을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심해 자살 시도를 해서 입원한 환자(아직까지는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고,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곤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가치관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면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병이 만든 생각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냐. 그러니 우울증을 일단 치료 해보자."

 

이렇게 우울증이 심해 자살시도를 할 경우 상당 부분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모두 '우울증'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예를들어 50대 중반의 남성이 사업의 실패로 100억 가량의 빚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일생동안 우울했던 경험도 없습니다.

만약 이런 사람이 100억의 빚이 발생한 다음날 자살 시도를 할 경우 '우울증'이 심해 자살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 남성은  극심한 스트레스는 있었겠지만 '우울증'이 심해 자살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치료를 계속 해도 '100억의 빚'이라는 현실은 계속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모든 자살한 사람에 대해 '우울증'이란 병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은 모두에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며, 단지 '우울증' 때문에 자살했을 것이다고 속단해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지요.

 

그러면 '자살'을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경우 그것을 지켜본 가족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부모의 자살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의 경우 삶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합니다.

성인이 된 후 힘든 일이 생기면 '죽으면 되지'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되어요.

그래서 현실에서의 치열한 삶을 쉽게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지요.

'예비적 삶(provisional life)'을 산다고도 합니다.

항상 '죽음'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마음에 품은 채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들은 현실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돌파하지 못하고 쉽게 '너무 힘들면 죽지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장으로 비유하면 '아르바이트'처럼, 삶 또한 언제든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자해' 및 '자살 시도'는 행동이기 때문에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자살 시도를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되지요.

그래서 정신과 상담시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행동으로 시도하지 않도록 교육하기도 합니다.

 

자살이 정신과에서 중요한 이유는, 모든 자살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 치료할 수 있고, 그럴 경우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환자를 만나면 순간 이 사람이 목숨을 실제로 끊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반복해 듣다보면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함께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사람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어 직장에서, 가정에서 적응해 잘 지낼 경우 그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김성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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