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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앞에 서면 불안해지는 나, 어떻게 해야 할까요?팟캐스트 뇌부자들 [22화 Part 1] "남들 앞에 서기만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얼굴이 화끈" 에피소드
손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2.21 07:50

[정신의학신문 : 손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씨의 사연:

저는 이십대 중반 여자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괴로워 사연을 보내요.

예를 들면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혼자서도 극장에 갈 때가 있는데, 극장에 가려고 하면 길을 못 찾아서 영화를 놓친다거나 사람들이 저를 보며 혼자 왔다며 수근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제가 내릴 곳을 지나쳐 당황할까봐 계속 정거장을 확인하고, 면접을 앞두게 되면 말을 제대로 못해 버벅대며 당황하다 면접을 망쳐버리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해서 회사를 다녔었는데 업무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상사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왜 그런 것도 모르냐며 혼날 것 같아 물어보지 못했고, 결국 시키는 업무를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아 해보기도 전에 못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면 때문인지 회사에서 소극적이다 자신감이 없다 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수습기간이 다 끝나기 전에 회사 생활이 힘들것 같고, 정규직으로 전환도 안될 것 같아서 제가 먼저 퇴사를 해버렸습니다.

일상에서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제가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반응이 좋지 않을까 봐 거의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몇 명의 친구들하고만 말을 나누며 지냈고, 졸업한 후에는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도 내가 연락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 때문에 겁이 나서 지금은 거의 연락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예전에 가장 심할 때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저를 보면 웃는 것 같고 제 욕을 하는 것 같아서  일 년 가까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만 지냈던 적도 있습니다. 그 후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어느 정도는 극복했지만 아직도 낯선 장소, 상황에 가면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떠오릅니다 요즘에는 가만히 있을 때도 과거에 겪었던 안좋은 일들이 떠올라서 힘듭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증상을 없앨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어 오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낯선 장소나 사람, 관계에서 스스로와 타인에 관한 불안한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많은 분들이 K씨처럼 사회적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괴로워 사연을 보내거나 진료를 보러 오십니다. 각기 호소하시는 증상, 고충은 매우 다양합니다. 목적지나 용건을 말하는 것이 힘들어서 택시를 못 타고 식당에도 가지 못하는 분이 있었고, 직장에서 정규적으로 해야 하는 발표를 앞두고 심한 불안을 겪는 분, 몇 달 째 진료를 받으시면서도 저와 눈을 맞추는 것이 힘들어 모자를 눌러쓰고 오시던 분도 생각이 나네요. 이렇게 구체적인 증상은 다르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즉 사회적 상황에서 유발되는 불안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사회 불안’이라는 증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사회 불안은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그 증상이 심한 사람의 위축된 언행과 생활을 묘사한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왔는데,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사실 낯선 환경이나 사람을 앞둔 상황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과 긴장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조차 그 수준이 매우 극심하게 지속돼 스스로 느끼는 부적절감과 고통이 크고 일상 생활을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질환인 사회 불안 장애(더 익숙한 이름은 사회 공포증이죠)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다른 사람의 이목에 노출되고 관찰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핵심 증상입니다. 연설이나 공연처럼 청중 앞에서 뭔가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불안인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부터, 심하게는 그저 낯선 사람과 일대일로 대화하거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관찰될 수 있는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고 심지어 공황 증상까지 겪기도 하죠. 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와 사회 직업적 능력의 제약이 6개월 이상 계속되면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K씨께서 사회적 상황에서의 불안과 두려움이 심해 1년간 외출이 어려우셨을 정도라고 하시니,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사회 불안 장애를 겪으신 게 아닌지 생각됩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유전적 영향과 후천적 요인이 모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후천적 요인으로서 과보호되거나 수치심을 심하게 자극하는 방식의 양육과 이로 인한 불안정한 애착, 그리고 양육자의 사회적 고립 및 높은 불안 수준이 발병률과 관계가 있습니다. 또 특정한 사회적 경험이 발병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가령 어린 시절 용기를 내 발표를 했는데 비웃음을 당하거나, 이사한 동네에서 텃세와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외상적 경험에서 자극된 불안이 성장 과정 중에 점차 악화되고, 사회적 상황 전체로  일반화되면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렇게 심한 사회 불안을 낮추기 위해서, 정신과 상담과 진단을 통해 SSRI나 SNRI계열의 항우울제를 처방 받아 1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전반적인 불안의 경감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급격히 악화되는 불안 증상을 즉각적으로 완화 혹은 예방하는 데에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이나 베타 차단제가 도움이 되는데, 이들은 장기간 복용을 하면 습관적 복용, 의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약물 치료만큼이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한 교육과 훈련의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어 약물 치료와 병행하거나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 하는데요. 사회 불안 증상을 겪는 분들이 흔히 갖는 인지적 특징(생각하는 경향)을 살펴보면 자신과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관해서 매우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내면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남들에게 보여지길 기대하는 ‘내 모습’의 기준이 매우 높고 엄격한 성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이 그 기준을 충족시켜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기가 쉽죠. 따라서 관찰되거나 평가 받는다고 느낄만한 자리에서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고, 이에 따라 자율신경 증상(두근거림, 식은 땀, 빈호흡 등)을 함께 겪게 됩니다(이런 인지 경향은 남에게 거절 당하거나 평가절하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너무나 커서 사회적 활동을 아예 피하는 ‘회피성 인격’ 특성과 비슷하면서 겹치는 부분이 있고, 실제로 사회 불안 장애를 겪는 분들 중 20-40%이상에서 이 인격 특성 역시 질환 수준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불안 아래 깔린 인지의 오류들, ‘ 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비호감으로 보인다’, ‘내가 작은 실수만 해도 모두가 비웃을 것이다’와 같은 생각들과 본인의 언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들을 검증해서 객관적으로 바로잡고, 또다시 부정적 인지에 빠져들 때 벗어나도록 생각의 훈련을 인지치료라고 합니다. 심리 교육, 인지의 재구성, 상황 노출 훈련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불안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근육 이완과 호흡 조절 등 신체 행동을 통해 감정을 가라앉히는 행동 요법을 익혀서 함께 적용하면 효과적이구요.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등 여러 경로로도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지만, 올바른 적용과 충분한 효과를 위해 처음에는 전문가의 교육과 점검을 받으면서 익히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사회 불안을 겪는 많은 분들이 스스로나 주위의 권유로 ‘소심한 성격 탓이니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고 고쳐 봐라’는 결심을 하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시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는건 물론 중요하지만, 질환 수준의 증상이라면 혼자만의 연구와 시도보다는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겁니다. K님께서도 알맞은 진료와 꾸준한 훈련을 통해 지금까지 느껴 온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사회 직업적으로 본래 갖고 계신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폭넓고 행복한 대인 관계들을 쌓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뇌부자들 드림.

손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더 자세한 내용들을 팟캐스트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폰 Podcast: https://itun.es/kr/XJaKib.c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3552?e=22475553

팟티 : http://m.podty.me/pod/SC1758/9470476

 

 

손정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rainrich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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