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겨울바람에 아이들 기침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덩달아 아이들 돌보느라 피곤한 엄마 아빠도 감기를 달고 살죠. 어른들이야 감기 정도는 약 없이 버텨본다 하지만, 아이들 같은 경우는 또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럭그럭 기침하며 힘들어하는 걸 보면 지켜보기 어렵죠. 결국 근처 소아과 병원을 다녀오게 되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됩니다. 약을 먹어야 한다는 엄마와 약 먹기 싫다는 아이의 전쟁 말이죠.

 

약 먹기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 있겠어요? 가루약은 쓰디쓰고 시럽도 향이 그리 끌리진 않죠. 아이들 약 먹이기,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던 문제이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같은 고민하시는 엄마 아빠들을 위해 약 먹일 때 요령과 주의점,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사진_작가

 

일단 5세 이상 유치원 다닐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엄마 아빠와 충분히 대화가 되겠죠?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직접 먹을 수 있게 시간 여유를 주는 게 좋겠습니다. 독촉하면 한 번은 먹을지언정 점점 협조를 얻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필요하면 사탕이나 젤리를 유도책으로 써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 나이의 소아라면 가능한 한 빨리 알약을 시도해보는 게 좋습니다. 가루약의 쓴 맛과 체내 흡수 기전의 변화를 생각하면 알약으로 복용하는 것이 유리하거든요.

 

이제 어린 영아와 유아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말이 통하길 하나 협조를 얻을 길이 있나, 막막하죠.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은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보통 영아 유아용 약은 시럽과 가루약으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쓰디쓴 가루약보다는 시럽이 먹기 쉽죠. 의사 선생님께 같은 성분이라면 가능하면 시럽으로 처방해달라고 요청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약을 시럽으로 받긴 쉽지 않을 겁니다. 가루약이 있다면 시럽과 섞어서 먹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약국에서 입구가 1cm 정도로 긴 약통을 달라고 하세요. 미리 1회분 약을 덜어서 섞어놓습니다. 잘 흔들어서 먹여야 하겠죠? 모 대학병원에서는 바늘 없는 주사기에 약을 담아 주는데 용량 확인이 쉽고 소량씩 밀어 넣을 수 있어 장점이 있더군요. 하지만 여러 약을 섞어 먹이기엔 불편한 면도 있습니다.

 

약을 우유에 타서 먹이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우유 자체를 안 먹는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소아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약은 식전 식후 따지지 않기 때문에 구토를 좀 덜할 수 있는 식전에 먹이는 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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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때 아이들에겐 다른 방도 없이 약을 억지로 먹여야 하지만 이때 주의할 점은 약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약을 흘리지 않겠다는 일념에 억지로 고개를 뒤로 젖히면 기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레들리는 거죠. 또한 코를 막고 먹이는 것도 공포를 주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합니다. 따라서 머리는 잘 고정하되 약간 흘리더라도 천천히 소량씩 입가로 흘려 넣어주어 삼킬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약을 먹자마자 구토를 했다면 같은 용량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30분에서 한 시간이 지나면 위에 있던 내용물이 소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30분 이상 지난 뒤 구토는 약이 약간 섞여 나왔다 하더라도 다시 먹이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다 먹이고 나면 심리적 충격을 줄이고 다음에 약 먹을 때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고통을 빨리 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10개월인 저희 셋째는 약통에 넣은 물을 뿌리며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약 먹이기가 끝나면 재빨리 놀이 모드로 전환합니다. 미리 만든 물 넣은 약병을 주어 물 뿌리며 놀게 해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엄마 아빠의 아이디어를 더해 아이들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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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이든 작용이 있으면 부작용이 있는 법이라고 하죠. 우리나라 문화에서 병원에 온 아이에게 약을 안 주면 정성 들여 보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내 아이였으면 약 안 쓰고 지켜봤을 텐데 싶다가도 구구절절 설득이 까마득해 그냥 약을 쥐어주기도 하는 거죠.

 

하지만 같은 감기 증상에도 상황에 따라 꼭 써야 할 약은 존재합니다. 해열제 항생제 등 말이죠. 그 외에 기침과 콧물은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므로 기침 콧물 자체를 없애겠다는 목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주치의의 소신에 따라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고 보호자는 전문의의 소견을 믿고 따르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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