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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자살 심리부검 #1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1.22 07:44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 - 인물 - 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07.21 - 1961.07.02)

미국 출생의 작가

 

사진_위키피디아

 

 

"나는 처음으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로 자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으로 알려진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비극적인 내용을 냉혹할 정도로 간결한 문체로 써 내려가는 그의 문학은 하드보일드 문학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살로 삶을 마쳤으며, 그의 자살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심리부검이라 하는 즉, 그의 인생을 사회-심리학적 그리고 생물학적인 접근과 이해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헤밍웨이의 초기 전기작가인 Baker(1969)는 헤밍웨이의 기분 변화를 "조증-우울증(manic-depressive)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 문제있는 대인관계, 알콜중독 등도 언급했습니다. 

Lynn(1987)과 Mellow(1992)는 Baker의 내용을 확장해 그의 가족에 대해서도 다루었습니다. 어머니의 일관되지 못한 성(gender)에 대한 태도와 아버지의 불같이 욱하는 성격, 엄격한 양육태도와 함께 가족의 정신과적 과거력을 지적했습니다. 

Yalom(1971)은 그의 정신역동에 대해 다루면서 세계대전 참전으로 겪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경험으로 인한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양극성장애와 알콜사용장애(구, 알콜의존)를 앓았으며, 인격적으로도 불안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느끼는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즉, 문학에 영향을 준 것은 그의 정신질환과 이를 둘러싼 생물-사회적 요인들로 보는 것이 현대 정신의학적 설명입니다. 

두 번의 글에 걸쳐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그의 인생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_위키미디어 공용 The Clarence E. Hemingway family, Oak Park, Illinois, ca. 1917.

 

아버지, 어머니

헤밍웨이의 아버지(Clarence Edmonds Hemingway, 의사)는 매우 엄한 독설가였습니다. 불같은 성격으로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았고, 화가 나면 헤밍웨이를 면도날을 세우는 가죽끈으로 때리곤 했습니다. 헤밍웨이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느꼈고,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를 암살하는 환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어머니(Grace Hemingway)는 이기적이고 남을 조종하려는 성격이었습니다. 헤밍웨이는 어머니에 대해 "모든걸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라 묘사했습니다. 아버지가 자살했을 때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증오는 극에 달했습니다. 어머니에 대해, "그렇게 아버지에 대해 조종하려 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어머니를 비난했습니다. 사실 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아버지의 사망 이전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오랜 분노가 형태를 바꾸어 아버지의 자살은 어머니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지요. 

 

어머니의 양육

어린 시절 어머니는 헤밍웨이에게 여자아이처럼 옷을 입히곤 했습니다. 심지어 빅토리아 시대 의상을 아이에게 입히는 등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더 여성스럽게 옷을 입혔습니다. 그는 이런 스타일의 옷을 수년간 입었고, 머리스타일도 여자아이와 같은 스타일로 유지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심지어 헤밍웨이의 누나인 Marcelline과 쌍둥이처럼 보이게끔 사이즈가 다른 누나의 옷을 입혔다고 합니다. 

사진_위키피디아 Photograph of Ernest Hemingway as a baby. 1900. (여자아이의 옷을 입은 헤밍웨이)

그런데 때때로 어머니는 헤밍웨이가 좋아하는 사냥이나 낚시와 같은 남성적인 성향을 칭찬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일관적이지 못한 성(gender)에 대한 태도는 헤밍웨이를 혼란스럽고 만들었고, 성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을 만들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가 기록한 헤밍웨이의 유아기 말을 보면 어머니가 준 인형에 대한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등 그의 어머니에 대한 분노는 그가 의식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이러한 것이 그가 성인후기에 과도하게 남성성에 집착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실제로 죽자 부모가 죽기를 소망했던 헤밍웨이는 죄책감을 쉽게 느꼈습니다. 누군가 비난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바로 어머니에게 이러한 감정을 투사하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죄책감은 그의 우울증과 자살에도 영향을 미친것 같습니다.

 

가족력

정신건강의학에서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설명하는데 있어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할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가족력입니다. 유전적 영향이 증상 혹은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족들중 이러한 것을 가졌는지를 확인합니다. 

헤밍웨이 가족은 정신과적 질환, 증상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헤밍웨이의 정신질환이나 성격적 문제가 모두 이러한 유전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간략하게 적어도 아래와 같습니다. 

 

아버지: 예측 불가능하고 드라마틱한 기분 변화. 

우울하고 예민한 기분변화를 특징적으로 가짐. 1928년 권총으로 자살.

어머니: 불면, 두통, 신경증 증상

어머니 형제, Leicester : 불면, 두통.

아버지 형제, Alfred: 불면, 신경증 증상 

 

헤밍웨이의 형제

Ursula, Leicester: 자살

Marcelline: 우울증, 자연사했으나 가족은 자살로 의심.

 

헤밍웨이의 자녀

막내아들 Gregory: 양극성장애, 물질 의존. 정신질환으로 의사면허 박탈 후 기괴한 행동, 

여러차례 정신병원 입원. 의상도착 물품음란증(transvestic fetishism), 성전환수술. 

큰 아들의 딸 Margaux: 간질, 우울증, 폭식증(bulimia nervosa), 알코올 의존. 약물 중독으로 자살.  

 

사진_위키피디아 Photograph of Ernest Hemingway, holding a tommy gun, aboard his yacht, the Pilar. 1935

 

인격적 불안정성

헤밍웨이는 성격 변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끄러움과 자만심, 부드러움과 공격성, 자상함과 무례하고 잘 못참는 행동과 같이 극단적인 모습이 교대로 나타났습니다. 일관되지 못한 양육환경에서 자랐고, 여러 이유로 자아에 대한 정체성이 안정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변덕스럽고 극적인 성격은 경계선 인격장애에서 보이는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정말 좋은 사람과 욕먹을 정도로 나쁜 사람으로 나누어 보았고, 반복적인 자살사고, 잦은 화냄, 충동성, 감정의 불안정성, 대인관계의 문제 등이 그 증거들입니다. 그는 결혼생활도 불륜(affairs)으로 많이 힘들었으며 3-4차례나 이혼으로 끝이 납니다.  

헤밍웨이의 친구들은 그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잔인하고 이기적이라고 묘사합니다. 매우 경쟁적이면서도 자신보다 못한 학력이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조소하고 경멸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능력은 매우 대단해서 가끔씩 전능하다는 생각을 주변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자기애성 인격장에서 보이는 것들로 헤밍웨이가 인격적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의 기분증상, 자살, 문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참고

Ernest Hemingway: A psychological Autopsy of a Suicide. Paychiary 69(4) Winter 2006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yskwonp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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