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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비슷한 두 명의 환자가 같은 날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한 분은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서 써주신 소견서를 가지고 오신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본인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 요즘 기분이 우울해서 우울증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서로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오신 환자분을 먼저 검사를 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에 대한 3가지 검사를 했는데, 1주일 후에 나온 결과는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었습니다.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분들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이 필요 없는, 혈액 검사 결과만 정상 범위를 약간 벗어난 환자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거의 정상인 셈입니다.

 

또 다른 한 분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이미 약을 드시고 계시는 환자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는 않은데, 요즘 기분이 별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분 역시 피검사를 다시 해 보았는데,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18mIU/l로 높게 나왔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악화되셨습니다. 환자분께서는  최근에 약을 잘 못 챙기셨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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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분들은 어느 정도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정말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까요? 전통적으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우울증이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최근 논문 결과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결과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경전달 물질의 작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과 세로토닌(Serotonin)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두 신경전달 물질의 변화가 우울증의 원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에, 갑상선 호르몬의 변화가 우울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제도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조절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의 수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환자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나라의 전 인구의 5-10%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즉, 250만 명에서 5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숫자의 갑상선 환자들이 모두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환자들 모두가 갑상선 때문에 우울증을 앓거나, 앓고 있는 우울증이 악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 환자분처럼 무증상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인 경우는 우울증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울증이 생기거나, 악화되지는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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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의학과 질환에 조금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가설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만약 갑상선 호르몬제를 드시고 계시는 분은 우울한 느낌이 지나치다고 느껴지신다면, 본인의 기분의 원인이 갑상선 호르몬 수치 때문은 아닌지, 우울증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셔야 하겠습니다. 또한 호르몬제를 잘 드셔서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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