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작가

 

이른 아침, 곤히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가 움찔움찔 이상합니다. 설마 하고 아이를 돌려보니 시퍼런 입술을 한 채 눈을 맞추지 못합니다. 깜짝 놀라 아이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 없이 흰자위만 보이며 손발을 떱니다.

 

경련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 계시죠? 열성경련을 자주 하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저희처럼 열 없이도 하는 경련에 맘 졸이며 잠드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제일 큰 고민은 '이러다 경련이 멈추지 않으면 어쩌나'일 겁니다. 바로 간질 중첩증 말이죠.

 

사진_작가

 

우리 몸에 경련이 나타나는 이유는 뇌에서 간질파란 뇌파가 나오면서 몸의 근육에 불규칙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세게 부딪힌 뒤에 일시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약물이나 저혈당, 알코올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뇌에 병변이 있거나 어디선가 이유 모르게 간질파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요.

 

그 간질파가 뇌 전체를 한 번 휘감고 끝나면 다행입니다. 간질 중첩증은 간질파가 끝나기 전에 다른 간질파가 시작되면서 경련이 멈추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10분이 넘거나 양상이 다른 경련이 연속으로 이어지면 진단합니다.

 

사진_작가

 

응급실에서 경련을 했다며 오는 경우는 대부분 짧은 열경련이어서 경련이 끝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간질 중첩증을 보긴 하지만 환아에 대한 처치에 집중하는 나머지 보호자의 현장에서의 문제, 경련 시작 당시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 직접 경련을 보는 소아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소아신경과 교수님께 상의드렸을 때에도 '5분 이상 경련하면 응급실로 데려가라'가 전부였으니까요.

 

집에서 경련을 시작할 때,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접 겪어보니 크게 두 가지 문제가 걸립니다. 먼저 최종적인 응급처치인 항경련제 주사는 응급실에 도착해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실에 가능한 한 빨리 도착해야 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설령 구급차 이송을 취소하는 일이 있더라도 평소와 달리 길어지는 경련이라면 바로 신고가 필요합니다.

 

사진_작가

 

두 번째 문제가 중요합니다. 전신발작의 경우 호흡이 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청색증이 오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저산소성 뇌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빨리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도 산소를 적용하고 앰부백으로 호흡보조를 시작하는데 5분에서 15분가량 걸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련이 길어지는지 여부를 보고 나서 119 신고를 한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고요. 게다가 구급대의 배치가 더 드문 지방으로 가면 그 시간은 상당히 길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경련하는 환아 보호자께서는 기도유지법과 인공호흡법을 인지하고 시행할 줄 아셔야 합니다. 턱 들기법이 가장 쉽게 배워 적용할 수 있지만 경련하는 환아의 경우에는 힘을 주고 입을 앙다물기 때문에 삼중 기도 유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근육 수축으로 턱 들기만으로는 기도 유지가 힘들고 혀와 입술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만으로는 정확한 포지션을 배우기 힘드니 기회가 된다면 정식으로 교육을 받거나 의료진에게 배우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사진_www.fotosearch.com
사진_www.fotosearch.com

 

기도가 유지되면 경련을 하면서도 일부 산소가 들어가므로 더 버틸 수 있게 되지만 확연한 청색증이 온다면 인공호흡이 필요합니다. 1세 미만의 영아나 체구가 작은 유아의 경우 코와 입을 시술자 입으로 한꺼번에 막고 불어넣어야 합니다. 좀 더 큰 소아의 경우에는 성인 인공호흡처럼 코를 손으로 잡은 뒤 입에 불어넣어 주는 게 좋겠습니다. 적절한 힘과 적절한 양의 공기를 넣어줘야 하는데 그 적절함 또한 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진_www.scadia.co.kr
사진_www.e-gen.or.kr

 

소아, 영아 때에는 경련에 대한 역치가 낮아 열만 나도 경련을 할 수가 있다고 하죠? 그 말인즉슨 점차 커가면서 경련을 하지 않거나 빈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겠죠. 그 가능성에 기대를 가져 봅니다. 여러분 댁내 어린이들, 그리고 우리 어린이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