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셀

 

각종 시험과 평가가 많은 이 시대의 아이들은 시험불안을 많이 겪습니다. ‘시험불안’이란 시험이나 발표(수행)를 앞두고 혹은 시험을 보는 중에 느끼는 긴장상태를 말합니다. 중요한 시험일수록 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시험불안이 많은 아이들은 평가받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예민해지고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 실수가 잦아져서 아는 것도 잘 풀지 못하여 결과를 망치기도 하지요. 시험불안에는 신체적 증상도 함께 생기기 때문에 시험불안을 높게 경험하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 보다 주관적 고통이 더 큽니다.

 

 

• '너, 자꾸 뜯을 거야? 그만 좀 뜯어, 손톱에 세균이 많아!'

 

평소에도 손톱을 자주 물어뜯는 아이가 시험시간을 앞두고는 더 많이 뜯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손톱을 자라게 하면 매니큐어도 발라주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준다고 해보았는데도 보상을 받을 때뿐이지 다시 뜯곤 하지요.

 

주변을 잘 관찰해보면 실제로 손톱을 뜯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손톱을 뜯는 일은 습관일 뿐이지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 밖의 것이 되기 쉽습니다. 손톱을 뜯는 아이들에게 왜 뜯는가를 물어봐도 ‘그냥’ 또는 ‘습관이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입니다.

 

손톱을 물어뜯는 그 행동자체를 지적하기보다 시험을 잘 못치를 것 같아서 혹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생기는 불안을 해결해야 합니다.

 

평가에 예민한 아이들도 불안이 높기 때문에 잘했어도 지나치게 칭찬하지 말고, 결과가 실망스럽더라도 아이에게 비난이나 지적, 아쉬움의 표현은 삼가야 합니다. 지나친 칭찬도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잘 했을 때 이렇게 칭찬받으니 반대로 잘 하지 못했을 때에는 부모가 대단히 실망 하겠구나’라고 아이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하지 못하면 부모님이 실망할 것이라고 크게 염려하게 됩니다.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게 평소에 공부습관을 들이는 것에 더 강조점을 두세요. 잘하고는 싶으나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불안해하는 아이도 있으므로 이러한 아이에겐 구체적인 공부방법과 시험 준비에 대한 안내가 필요합니다.

 

 

'너 방금 화장실에 다녀왔잖아! 이제 그만 가. 몇 번째니?!'

 

어디에 갈 때나 무엇을 하기 전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매 시간 아이가 화장실에 가는 것 때문에 자주 약속시간에 늦었던 엄마는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언가 아이가 불안한 것 같다고 생각하여 참다가도 화를 터뜨리기 쉽습니다. 어떤 아이는 너무 놀이에 몰입하여서 그 자리를 떠나기 싫어 소변을 참기도 합니다.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신체적 증상’을 경험하기도 하지요. 주로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고 빈뇨현상이 타나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어떤 의학적 검사를 해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즉 스트레스성이라는 이야기겠지요. 학기 초나 새로운 곳에 갈 때, 시험기간을 앞두고는 화장실에 자주 가서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너무 불안이 높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도 공부 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게 되지요. 이러한 원리를 잘 모르는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가 꾀병을 부린다고 하거나 아이가 공부 걱정만 하고 정작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적당한 긴장은 집중력을 높이지만 지나치면 집중을 오히려 방해할 뿐더러 손을 놔버리는 회피행동도 하게 되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도 막상 시험 때면 긴장해서 알던 것도 생각나지 않고 실수를 많이 하게 되지요. 이런 아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므로 평소에 부모가 아이에게 더 관대하고 느긋하게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_픽셀

 

*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부모의 태도변화와 더불어 높은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형화된 그림보다는 물감 섞어버리기 놀이, 모래에 물 섞어 주무르기, 찰흙을 뭉쳐 벽에 던지기, 종이찢기, 풍선터뜨리기, 드럼치기, 두더지 맞추기와 같은 놀이나 야구 등의 스포츠가 긴장을 이완시킵니다.

 

“나는 참아낼 수 있어”, “결국 난 생각보다 잘 해낼거야”, “편안하게 하면 오히려 잠재력이 발휘가 될 거야”, “너무 실수를 안 하려하면 더 긴장하니 오히려 대충 풀어보자, 그럼 더 잘 될 거야”, “너가 불안해서 화장실에 가려 하는 거지, 진짜 가고 싶은 것은 아니야”, “오히려 집중해서 하다보면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을 잊어버릴거야”라고 속삭이면서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셀프 토크self talk를 하도록 아이에게 가르쳐 주시는 것도 긴장이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게 그렇게 힘드니?! 좀 편안한 마음을 가져봐!'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막상 발표의 자리에 나가면 자꾸 실수를 하여 매우 속상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다음엔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긴장해서인지 연습한 만큼 자기실력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이의 어머니도 매우 안타까워 하지요.

 

아이의 성향 자체가 내향적인 경우에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특징이 있지만 외향적인 경우라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매우 두려워해서 발표를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특히 부모의 기대만큼 내가 잘해내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하고 염려하는 것이지요. 부모의 기대가 많고 부모의 주도성이 강한 만큼 아이는 그 기대에 맞추어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기대하는 만큼 그대로 아이도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감이 부족하여 자기가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지 못하면 더욱 불안해합니다. 긴장감이 크니 아이는 고통스럽고 실수가 많게 되지요. 그래서 아이는 그러한 자리를 피하려 하는 것이고요. 아이가 이렇게 힘들어 한다면 부모가 은연중에 아이에게 주는 기대와 강압적인 태도를 내려놓으시고 아이가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한 후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흔히 부모님들은, “저는 아이에게 왜 못했냐고 하지 않아요, 백점 맞으라고 말한 적 없어요”라고 말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부모 자신도 모르게 주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발표자리에서는 ‘최대한 망쳐보기’나 ‘최대한 내 마음대로 해보기’에 목표를 갖고 나가면 긴장이 줄어서 오히려 결과가 잘 나올 수 있습니다. 아울러 평가의 의미가 좀 더 적은 교회나 소규모 모임에서의 발표할 기회를 자주 가져서 불안한 상황과 친숙해지고 평가의 자리를 즐겨서 불안을 이겨내 보는 경험을 하면 발표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갖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