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셀

 

오늘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에 오늘 보건복지부에서는 ‘제1회 정신건강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였고, 국립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제1회 정신건강의 날 기념 세미나’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본래 ‘정신건강의 날’은 10월 10일이 아니었다. 196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신건강의 날을 4월 4일로 제정하여 매년 기념행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올해 5월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이 제정한 ‘세계정신건강의 날’인 10월 10일로 ‘정신건강의 날’을 변경하였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여러 사안들은 단순히 국내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동시에 같은 날 정신건강과 관련된 행사들을 진행하는 것은 그 파급효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정신건강 수준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이런 질문에 대답을 구할 때마다 인용되는 수치가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로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_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통계(보도일시 2017.9.22)’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통계(보도일시 2017.9.22)’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 사망률(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5.6명으로, 2003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한 이후 2016년까지 13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OECD 국가에서만 높은 순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스리랑카, 리투아니아 그리고 가이아에 이어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그림 좌] 자살자 수 및 자살률, 2006-2016 [그림 우] 연령별 자살률 추이, 2006-2016 (출처_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통계(보도일시 2017.9.22)’)

 

물론 여러 노력 끝에 자살률이 감소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사망원인 통계(보도일시 2017.9.22)’룰 통해,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5.6명으로 전년대비 0.9명(-3.4%)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대한민국이 유독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 고령층의 높은 자살률을 원인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특히 최근 고령층의 자살률 또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고령층 중에서도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골 지역의 고령층의 자살률이 높았었는데, 이러한 자살 고위험 대상에 대한 자살예방 프로그램들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짐작된다. 좋은 예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과거 경기도 내에서 높은 자살률을 보였던 양평군의 경우, 수년 전부터 ‘노인자살예방교육’ 및 ‘노인우울증 검사’ 등을 수시로 진행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14년에 27.6명이었던 것이 2016년 15.6명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감소 추세라고는 하나 감소폭이 크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무엇보다 현재 문제는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다. 최근 정부가 확정한 2018년 자살예방 예산은 105억원으로 올해 99억원보다 6억 (증가율 6.2%) 가량 증가한 것이 전부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우리가 자살률 1위를 기록하기 전, 세계에서 한동안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일본의 경우 자살예방 예산이 약 3,000억원 정도이다.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예산을 투입한 결과 일본은 연간자살자수가 2009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과 경찰청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자살자수는 대략 2만 1천명 정도로 전년도보다 9.4%나 감소하였다.

 

외국에 비해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정신건강 관련 담당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쩌면 오늘 정신건강의 날,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가장 바쁜 날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자살예방을 위한 대중교육을 하고, 빠른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를 하고, 자살 재시도를 막기 위해 자살시도자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등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해왔고, 자살률 감소라는 통계 결과를 통해 그 방법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자살률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만할 때가 아니라, 더 많은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여 판을 크게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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