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 나만 그런게 아니야

[정신의학신문: 노현재 의사]

 

그 누구일지라도 사람이라면 모든 방면에 완벽하지 못하다. 모든 일의 결과가 항상 자신이 원하는 만큼 나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좌절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기도하며 때로는 수치심이나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치심이나 열등감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내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누구에게나 들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꾸만 이를 감추려고만 하고 자존감이 낮아진 채로 "나는 안 돼!"라는 말과 함께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도망 갈 필요가 없다.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자신을 갉아 먹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한번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완벽하게 되어서 이런 상황을 정복하겠어. 완벽하게 되어서 멋지게 남들 앞에 서보이고 갈채를 받겠어!” 그와 동시에 자신의 열등감과 수치심은 거짓말로 감추고 숨기기 바쁘다. 사실 세상은 나에게 완벽한 모습을, 모든 걸 척척해내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타인이 그러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상상하는 완벽한 인간상은 실제 내 모습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치심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나 열등감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러한 감정들은 철저하게 숨기고 은폐하려고 할수록 내 마음속에 더욱 고이고 모이면서 썩어버린다. 이렇게 썩어버린 고인 물은 내 자존감을 낮추고 나를 더욱 괴롭힐 뿐이다. 이제는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를 가질 차례이다. 열심히 열등감을 감추고 은폐하려는 거짓말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 이것저것 핑계를 둘러대며 합리화 필요도 없다. 결국 이러한 숨김은 "나는 안 돼!" "나는 보잘 것 없는 초라한 사람이야!"라는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사진_픽셀

 

중요한 것은 열등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거나, 자신감이 낮아지는 상황이 다가올 때 감추고 뒤로 물러나면서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타인과 공유하고 공감을 통해 극복해 내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 하지만 동굴 속으로 숨어버린다고 해서 이러한 내 모습이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나처럼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감정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서로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

 

동굴 밖으로 나오는 방법은 완벽해진 나, 초월적인 존재가 된 내가 아니다. 이러한 목표는 달성 될 수도 이루어질 수도 없는 목표로 오히려 나를 겁주고 초라하게 만들뿐이다. 동굴 밖으로 나오는 방법은 바로 서로 위로해주고 토닥여주는 공감과 사랑이다. 그리고 부족한 자신의 모습도 타인의 앞에 서서 보여 줄 수 있는 용기이다. (보여주지 못하면 공감과 사랑도 힘들다.)

 

즉, 우리는 연약한 우리의 모습을, 어설픈 우리의 모습을, 완벽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하기보다는 그러한 나의 모습도 사랑해주고 타인에게 보여줄 용기가 필요 한 것이다.

 

사진_픽셀

 

한 예로 성공 실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들 말한다. 수차례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감추지 않는다. 부족했던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실패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은닉하면서 동굴로 숨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완벽한 사람이었기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부족한 자신의 모습도 솔직히 보여주고자 용기를 가질 때, 서로가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공감해주고 위로해 줄 때, 사람들은 혁신과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우리 사회가 타인의 취약점과 열등감을 이용해 타인을 더 비참하게 짓밟고 이를 통해 타인의 위로 서려고 하는 사회가 아닌, 서로 보듬어주고 공감해주며 모두가 동굴 밖으로 나와 서로 사랑해주고 이끌어주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는 합리적 이기주의가 지배적인 오늘날 우리가 극복해내야 하는 과제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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