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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의사와 119 구급대원의 만남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9.17 23:09

갑자기 응급환자가 발생해서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이송되는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급한 상황이니 일단 고민할 것 없이 가까운 응급실로 가면 될까요? 환자 보호자가 원하니 무조건 큰 병원으로만 몰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_위키미디어

 

최근 응급실에서 환자가 치료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복부와 골반, 다리를 다친 소아 외상 환자가 적절한 준비가 되지 않은 응급실에서 시간을 지체하다 생명을 잃은 사건이 있었죠. 중증외상 진료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했는데요. 장난감이 목에 걸린 아이가 가까운 응급실에서는 처치가 안된다 하여 큰 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응급현장과 응급실에서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환자를 위해 항상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치료가 가능할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현장에서 간단한 진찰만으로는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기조차 어렵습니다. 적절한 환자가 적절한 병원에 적절한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이죠.

 

그래서 2017년 8월 말일과 9월 1일, 이 같은 고민에 대한 최선의 해답을 찾아보고자 하는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구급대원, 행정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EMS korea 2017'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말이죠. 주제는 '응급의료체계의 지역화'였습니다.

 

사진_작가

 

지역화란 무슨 뜻일까요? 현재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와 지방의 농촌, 산간 지역 간에 응급환자의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 가족이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해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응급실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시스템이 잘 정비되고 의료자원이 풍부한 대도시 지역이라면 위험을 넘기고 완전히 깨어나 퇴원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습니다. 반대로, 쓰러진 곳이 지방 농촌 산간지역인 경우 생존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얘기겠죠. 지금의 현실에서는 심정지가 어디서 발생했냐에 따라 생존 확률이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 안전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안전한 서울, 수도권, 대도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인구밀도가 낮아 구급대가 환자와 접촉하고 응급실로 이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가장 클 것입니다. 응급실과 병원의 역량에도 차이가 있을 거고요. 구급대원의 숫자도 차이가 커서 서울, 수도권은 구급차량 한 대에 3명의 대원이 탑승하고 근무시간도 3교대로 휴식이 보장되는데 반해 지방, 농촌 산간은 아직도 운전하시는 구급대원을 포함해 두 분의 구급대원만이 출동하는 곳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진_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이런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일거에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죠. 결국 지금 있는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배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겁니다. 하지만 현재 작동하고 있는 우리의 중앙 집권형 응급의료체계에서는 지방에서 그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의의 주제로 응급의료서비스를 지역 상황에 맞게 지역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하고 의료 자원을 관리하자는 '지역화'가 화두가 된 것이죠.

 

이번 행사를 통해 같은 고민을 먼저 했던 선진국 사례를 비교 분석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직접 덴마크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연자를 초청해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지역화 전략의 적용 사례를 듣고 배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가슴통증 환자가 발생하면 심전도를 파악해 현장에서 바로 지역 병원에 연락하고 혈관시술팀을 활성화하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사진_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사진_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

 

우리나라에서도 지역화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미리 지정된 지역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화상통화를 통해 고품질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미리 도착할 병원에 상황을 알려 준비할 수 있게 돕고 있죠. 이름하여 스마트 씨피알이라고 부릅니다. 지역화 전략의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이 같은 전략의 변화와 적용은 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각자 지역에 맞는 시스템과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개발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안전한 대도시만이 아닌,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면밀히 지켜보고, 함께 고민하고, 잘하는 건 응원하는 시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csj3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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