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이성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마음의 ‘화’를 다스려야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를 지으며 살 수 있다고 했다. 최근 ‘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화제다. ‘한 번 뿐인 인생,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라는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모두 바쁘고 각박한 현실, 그 현실에서 당면하는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진_픽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요구가 생겨났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요구에 힘입어 관련 산업과 연구들이 활발하다. 스트레스 관리 뿐 아니라, 내면적 성숙에도 도움된다고 알려진 명상도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세계적 기업이 몰려있는 실리콘 밸리에서 구글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업무 몰입 및 정신건강을 위해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명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의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3년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AM)가 명상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다. 매년 1200여 편의 명상 관련 논문이 심리학이나 의학 학술지 등에 발표된다.  

마음챙김 인지치료(MBCT)의 창시자인 마크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MBCT가 영국국립임상보건원(NICE)으로부터 우울증 치료의 1차 처방으로 권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선 명상치료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치료 분야에서 의료보험 지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추세에 발 맞추어, 국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되어 대한 명상의학회를 창립하였다.

 

사진_대한명상의학회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2017년 9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학술대회 및 창립총회를개최했다. 2013년 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운영해오던 ‘대한명상의학연구회’가 정식 학회로 인정을 받아 ‘대한명상의학회’로 확대 개편되었다. 국내 의료 영역에서 명상이 정식 학문적 위상을 갖춰 연구하고 보급을 준비하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학회 회장을 맡은 채정호 교수는 "아직 체계적인 학습 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은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고, 임상 현장에서 정신과학적 응용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실제적인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회의 이병철 총무이사는 “이미 서구에서 1979년 매사추세츠대 병원 존 카밧-진 박사의 불교 명상법을 이용해 개발한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술(MBSR) 프로그램 이후 적지 않은 연구성과가 축적돼 있어 명상치료의 국내 보험 적용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신과에서도 명상치료를 이용하는 전문의들이 적지 않다”며 “국내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학회의 설립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명상 연구와 적용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정신보건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자리하였으며,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및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였다. 

 

명상이라 이름 붙일만한 내용의 마음 수련법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있어왔다. 서로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고 있지만, 현재의 번뇌로부터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류는 고대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뇌로부터의 치유이자, 새로 거듭나는 삶의 태도로서의 명상은 이미 국경과 민족, 인종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리고 명상은 이제, 새로 출범하는 대한명상의학회를 통해 확증된 의학적 치료 도구로서 그 입지를 새로하려 하고 있다. 진취적인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연구와 교육, 배포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정신 의학이 국민 정신건강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성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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