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사베이

 

진료실에서 검사가 필요해서 검사를 하자고 말하면 어떤 환자는
"왜 해야 하는데요? 안 하고 싶습니다"
라고 하고 또 어떤 환자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야 해야지요. 검사해 주세요"
라고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어떤 생각인지까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이 가기는 합니다.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책임감을 느낍니다.
검사라는 것이 단순히 검사 행위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약만 처방해 달라'라는 환자보다는 '주치의처럼 몸을 맡길테니 선생님이 알아서 필요한 검사해 주세요'라는 환자를 만나면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놓치는 것은 없나? 꼭 필요한 검사는 하였나? 걱정하면서 처방을 다시 점검하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누군가가 옆에서 본다면 의사가 무책임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환자가 검사를 안 한다고 하여 쉽게 "그러면 다음에 하시지요"라고 말한다거나 "이 검사가 필요하기는 한 것인데 환자분이 안 하신다고 하셨으니 진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나중에 문제 될 수가 있고 저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고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 몰라고 도의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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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는 결국 신뢰성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전자의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타 병원에서 방광염 진단(빈뇨, 잔뇨, 소변시 통증) 받은 후 5일 정도 약물 복용한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내원하였습니다. 환자는 증상이 좋아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자마자 약을 달라고 하시는데 이전 병원에서 무슨 약을 처방받았는지도 모르고 균 배양 검사를 했는지도 모르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참고로 여성에서 단순 방광염인 경우 소변 배양검사가 일반적으로 권고되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 균주가 많아 권고하는 편이고, 저는 주로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항생제 치료 후 증상이 지속되거나 3개월 이내에 재발하면 소변 배양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급성신우신염이 의심되는 경우는 처음 내원하였더라도 배양검사를 꼭 해야 합니다. 위 환자는 항생제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방광염 환자이므로 소변 배양검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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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환자분께 소변 배양 검사 필요성을 설명하였으나 '왜 검사를 또 해야 하나요?(이전 병원에서 했으므로)'라고 하시며 검사는 원치 않으시고 약만 원하셨습니다. 이전 병원에서 아침/저녁으로 복용한 약을 처방받았다고 하시는 것으로 짐작하여 볼 때에 ciprofloxacin(퀴놀론 계열의 항생제) 같아서 그 약을 처방해 주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의사의 권고를 '돈벌이를 위한 검사'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의사의 권고는 의학적 필요성 때문에 하는 것이고 그래도 의사라는 전문가의 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제 잘못인지 아니면, 환자의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든 신뢰가 깨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단순하게 경제적인 이유나 말 그대로 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최종 결정은 환자가 하는 것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의학적 검사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므로 의사의 권고를 들어야 하는데 불신이 있으니 권고를 잘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 스스로 신뢰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잘 설명드리고 설득하여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환자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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