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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의술(the Art)은 길다 -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
노현재 의사 | 승인 2017.09.11 13:16

A science of uncertainty and an Art of probability

- William Osler -

 

사진_William Osler (출처_위키미디어 공용)

 

오랜 시간 전부터 의사들은 많은 존중을 받아왔다. 의사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초기 샤먼들과 주술사들은 지역 신(神)들을 통해 권위를 얻었다. 당시에 의사 역할을 수행했던 그들은 종교적 의식 절차에 입회하고 자신들을 선지자로 구분함으로써 다른 공동체 일원들과 차별을 두었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존중의 기반이 되어주었던 원천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섭리에서 벋어나 탁월한 기술집약적 지식으로 넘어갔다. 의학이 진화함에 따라 의사의 지위도 향상되었다. 오늘날 의술의 기반이 되는 과학은 충분히 정확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의학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의학은 사람에게 생기는 질환을 본다. 질병은 인간이라는 복잡한 생물이 그 대상으로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신체적 이상을 유발하는 상황에 똑같이 반응하고 행동하는 두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흔한 감기라는 질환도 모두 다 증상이 다르고 이를 겪는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이렇기 때문에 의술을 시행하는 데 의사는 첫머리부터 '아마도'라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이 수학 공식처럼 모두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백퍼센트 일률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학의 특징을 잘 이해한 윌리엄 오슬러는 의학을 “A science of uncertainty and an Art of probability”라 설명하였다.

 

결국 아무리 과학적인 실험 결과들이 있더라도 진단과 치료법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의사의 "판단"이다. 임상적 의사결정. 이것의 고유한 속성은 언제나 그것이 지닌 불완전하고 모호한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근거 중심 의학이라는 것도 단순히 개별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가장 최선의 근거(evidence)‘만’을 사용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 과정에 환자의 가치 그리고 환자의 환경에 대한 이해를 함께 고려하여 최선의 근거를 결정하는 것을 근거 중심 의학이라 말한다. 즉, 임상적 의사 결정은 과학적 실험결과로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임상적 판단 속에는 환자의 삶과 의사의 직관이 함께한다.

 

사진_픽사베이

 

히포크라테스도 이러한 점에 대하여 첫 번째 아포리즘을 썼다.

-히포크라테스의 첫 번째 아포리즘-

"인생은 짧고 의술(the Art)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오류가 많으며 판단은 어렵다."

(흔히 the Art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로 번역되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문자로 the Art로 쓰이는 것은 의학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임상 환경에서 의사 그리고 환자는 어느 상황일지라도 항상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만일 불확실성이 없다면 의사는 판단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판단이 없다면 의술은 기술자의 영역이 될 것이다. 의사의 판단이 필요 없다면 환자는 자신의 증상들을 인터넷에 검색하고 인터넷은 환자의 진단에 대하여 답을 내려 줄 것이다. 질병의 고유한 성질로 볼 때 아무리 먼 미래일지라도 이렇게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좀 더 나아가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하며 이로 인하여 의사들의 판단들은 때로는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실수라는 것은 언제나 의사와 함께 공존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의사는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무조건적인 의사의 실수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나 의사 자신 스스로의 심한 자책은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실수를 통하여 배우지 못하거나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의사라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사진_픽셀

 

어쩌면 "그동안 과학적 지식증가와 검사기계의 발달로 요즘은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혹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준 정보를 통해 질병의 원천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질문의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하지만 질문을 보면 상황이 "달라지고"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이지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언급하지만 질병이라는 것은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때때로 이러한 의료가 지닌 불확실성의 특징을 아는 몇 몇 사람들은 종종 이를 악용하고는 한다.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한약이나 약을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나 효과가 없는 것은 윌리엄 오슬러가 말한 불확실성과 가능성이라는 이름으로 매번 넘어가며 그릇된 방식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사람, 명백한 자신의 의료적 과실을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아래 감추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환자들도 때때로 의학이 지닌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부당한 소송과 협박 및 청구를 통해 이익을 갈취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은 결코 이렇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를 좀 더 명확한 판단과 대담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음가짐과 지식을 지니도록 자극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은 치료에 대한 오만을 없애고 겸손함을 지니도록 해주는 도구이지 회피와 피난처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의사는 이런 의료의 불확실한 측면을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검사 결과 수치만이 아닌 바로 환자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있을 때에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불확실성을 극복해내려는 노력은 의사에게 고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환자와 사회로부터 존중을 이끌어내는 원천이 되어준다.

 

 

노현재 의사  doctorge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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