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Bosc d’Anjou

 

치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치료는 단연코 신경치료일 것입니다. 마취하고, 드릴로 갈고, 입도 오래 벌려야 하니 치과의 무서운 세 가지를 다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죠. 저도 인생 목표 중 하나가 신경치료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치아 속의 신경은 다양한 이유로 인하여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충치입니다.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 내 세균이 치아 조직을 뚫고 신경까지 침투하면, 무균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는 신경조직들의 염증을 유발합니다. 특히나 치아의 신경조직은 날카롭고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난히 더 아픈 것이죠. 세균성 감염인 충치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신경에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아의 파절이나 만성적인 자극(냉, 온, 기계적 자극)에 의해서도 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진_신경치료 과정_위키피디아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염증이 생긴 신경은 어느 일정 단계가 지나고 나면 살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염증이 생긴 신경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 신경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신경염증을 유발하는 자극이나 충치에 오래 노출된 경우는 이미 신경이 전부 괴사되었기 때문에 치료할 때 당시에는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괴사된 신경과 살아있는 신경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마취를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마취제가 신경 속으로 잘 퍼지지 않게 됩니다. 마취가 잘 안되었을 때 치료기구를 신경관 내에 넣으면 환자들이 펄쩍 뛸 수 있는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치료가 무사히 잘 끝났을지라도, 두 번째 치료 시에 통증이 다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의 그림과는 달리 치아의 신경은 매우 복잡한 미로 같은 구조를 갖기 때문입니다.

 

사진_작가


실제 치아의 신경을 나타낸 현미경 사진입니다. 치과의사가 찾을 수 있는 신경관은 가장 큰 2~3개로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의 빨간 줄) 하지만 사진에서 검은 줄로 보이는 미로 같은 공간에는 모두 신경이 들어 있습니다. 매 치료 시마다 남아있는 신경조직들을 제거하는 소독약을 쓰기는 하지만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신경 조직들을 기계적으로 제거하고, 소독약을 이용하여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치료를 받는 이유는 자연치아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나 틀니보다 신경치료받고 씌운 자연치가 훨씬 더 큰 저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자연치가 더 심미적이고 자연스러운 점은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고요.

 

신경치료는 아프고 오래 걸리는 치료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환자 자신에게 더 이롭고 가치 있는 치료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