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사베이

 

이제 여름도 지나가고 있는데, 혹시 지난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는 않으셨나요? 이런 날에 아프기까지 하면 정말 우울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밤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어깨질환인 오십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환자분들께 오십견이 의심된다고 말씀 드릴 때 흔한 반응 중 하나가 “오십견이라고요? 난 아직 50살 되려면 멀었는데!” “내 나이 벌써 60이 넘었는데 무슨…….” 이랍니다.

 

▶ 오십견은 50대에만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흔히 40~50대에 많이 발생해 ‘오십견’이라고 불리는 어깨질환의 정식 병명은 유착성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이며, 동결건(frozen shoulder)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름 그대로 어깨관절을 둘러싼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들러붙어 잘 움직여지지 않고 통증이 있는 질환입니다.

일차성 오십견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어깨관절 내 조직이 점차적으로 오그라들면서 통증과 운동제한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발생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어깨관절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 있다고 추측하는 정도입니다. 이와 달리 이차성 오십견은 어깨관절 외부의 질환, 어깨관절 주변의 외상(골절)이나 염증변화(회전근개건염, 석회화건염 등)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것입니다. 특정 원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뇌혈관질환, 갑상선질환, 당뇨병을 앓는 환자와 유방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더 잘 생깁니다. 특히 당뇨병은 오십견의 치료 예후와 연관될 만큼 큰 영향을 줍니다.

 

사진_픽사베이

 

▶ 통증기 → 동결기 → 해리기

어깨가 아픈 첫 증상이 나타난 뒤 약 3~4개월에 거쳐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관절의 운동제한이 진행되는데 이를 <통증기>라고 합니다. 어깨관절 부위를 누르면 많이 아프고 특히 누워있을 때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를 감거나 빗기 힘들고,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브래지어를 잠그는 등의 동작이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점차 모든 방향의 운동범위가 제한되고 일상 생활이 불편할 정도가 됩니다. 이후 수개월에 걸쳐서 통증은 점차 사라지나 운동 제한은 더 심한 <동결기>가 나타납니다. 환자분들이 “이제 별로 아프진 않은데 어깨가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답답해요.” 라고 말씀하는 기간이지요. 마지막으로 어깨관절의 운동범위가 서서히 회복되는 <해리기>로 넘어갑니다. 오십견 환자의 90% 이상이 1~2년동안 이 세 단계를 거쳐서 자연 치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보면 환자의 50% 이상에서 통증이 남거나 운동범위가 완벽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 다른 어깨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어깨 질환은 통증으로 인해 어깨의 움직임이 어렵기 때문에 운동제한이 있다고 무조건오십견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매우 세심한 병력청취와 이학적 검사가 중요하지요.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공존하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단순영상검사에서 특이소견은 없지만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시행해야 합니다. 초음파검사도 회전근개의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시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어깨관절 내에 조영제를 넣어 촬영하는 관절조영술에서는 특징적으로 관절용적의 감소와 관절막의 불규칙한 경계가 보입니다. MRI는 흔히 시행하진 않지만 오십견 상태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 오십견의 치료는 나 자신과의 길고 긴 싸움입니다

길게는 1~2년까지의 자연경과를 보이는 오십견은 한번의 주사나 단기 약물 처방으로 낫기 힘든 질병입니다. 빨리 낫지 않는다고 여러 병원을 겉핥기 식으로 돌아다니거나 중간에 포기하면 치료가 더 힘들어 집니다.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절의 운동범위 회복입니다. 통증의 조절을 위해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복용하고 관절강 내 주사, 신경차단주사 등을 시행하지만 반드시 운동치료를 해야 어깨관절의 운동범위가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단, 운동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운동을 하기 위해서 약을 드시는 겁니다. 집에서 열심히 안 하시면, 돈 들여서 병원에서 운동치료 하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관절 유착이 너무 심한 경우, 관절낭 안에 생리식염수를 다량 주입하여 수동적 조작을 통해 유착을 떼어주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이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 및 선호도는 다양합니다. 6개월 이상 치료를 해도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가 좋아지지 않거나 악화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도 오랜 기간 운동 치료는 필요합니다.

 

대부분 ‘이러다 좋아지겠지’ 하고 버티다가 심해져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오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몸 생각해서 너무 참지는 마세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