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최근 아주 가까웠던 지인이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40대 초반이었던 그 분은 평소 매우 건강했지만 흉통을 느끼고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는 이미 5cm 크기의 종괴가 폐에서 자라고 있을 때였고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에서는 수십 개의 결절이 양쪽 폐, 림프절, 늑막뿐 아니라 간에서도 발견되었다. 2년 전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던 그 분은 완치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치료보단 가족과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고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비관적인 전망 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아, 이 분은 비흡연자였다.

주변 사람의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매우 젊은 나이에 말기 위암으로 사망한 유명인들도 그간 꽤 있어 왔다.

그렇다, 젊은 사람도 암에 걸린다.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현재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으로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니까. 중년에 접어들면 자녀 교육, 직장에서의 사회 생활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 걱정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건강까지 스스로 챙길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혹시라도 생기는 암을 빨리 발견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암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 발견해서 완치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스크리닝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희생자들은 여전히 생기고 있다. 암은 ‘암에 걸릴 법한 사람들’, 예를 들어 고령, 흡연자, 짜고 매운 음식이나 동물성 지방이 많은 고기나 소시지 등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암에 안 좋은 습관이나 음식을 멀리하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낮겠지만 이는 '통계적인, 확률적인 이야기'이다. 일평생 흡연을 한 사람이 폐암은 커녕 건강하게 평생을 사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담배 근처에는 가지도 않던 정말 건강했던 사람이 말기 폐암으로 사망하는 일도 생기는 세상이다. 이게 바로 통계의 함정이다.

그럼 내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에서 권고하는 수동적인 검진만 따라가면 되는 것일까?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정도로 충분하겠지만 당신에게 정말 운이 안 따른다면?

이제는 '정밀의학(맞춤의학)'의 시대다. 기존의 의학과 같이 다수의 환자군, 다수의 정상인 그룹을 비교하여 이 질환에는 이런 검진법과 이런 치료법이 좋더라는 방식이 아닌, 단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그 한 명에 최적화 된 검진법과 치료법을 찾아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실제 미국 정부는 올해 2000억 이상을 투자해 정밀의학-맞춤의학의 실제적인 임상 적용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정밀의학(맞춤의학)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식을 전해 들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는 예외적인 방식으로 대응해야 된다. 평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국가에서 제시하는 암 검진을 꼬박꼬박 챙겨서 95%의 건강을 보장받고, 나머지 예외적인 5%는 본인 스스로 능동적으로 추가적인 검진을 받으면서 채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병원을 너무 자주 찾아가고 검사를 자주 받는 것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전산화 단층촬영을 통해 다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내시경 또한 위장관 천공 등의 위험을 안고 하는 검사이다. 그리고 잦은 검사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신이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고 95%의 안전을 99.99%까지 올리고자 한다면 그런 예외적인 관리도 필요할 수 있다.

국가에서 암 검진을 더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따금씩 들려오는 ‘옆 동네 누구는 검진 꼬박꼬박 받았는데도 얼마 전 말기 암 발견됐더라’의 통계적 함정의 희생양이 되기 싫은, 본인의 건강을 더 철저하고 완벽하게 관리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주는 조금 과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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