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너무나 작고 신비로운 우리 아이가 열이 난다. 평소엔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빽빽 울고 소리를 질렀는데 지금은 울어 댈 힘도 없는지 불덩이 같이 뜨거운 몸으로 힘겹게 낑낑거리고 있다. 어머니께서 가끔 이야기하는 ‘대신 아파주고 싶다’ 는 말을 드디어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2개월 된 우리 아이가 첫 크리스마스를 보낸 곳은 병원이었다. 39도가 넘는 열이었다. 의사인 나는 안타깝지만 대수롭지 않게 해열제를 먹이고 지켜보자고 했으나 아내는 그럴 수가 없었다. 끌려오다시피 한 소아과 의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때서야 조금 긴장을 했다. 찾아간 대학 병원에서는 바로 입원을 권유하고는 검사를 시작했다. 간단한 피검사와 소변검사로 충분할 것이란 나의 생각마저 가볍게 뛰어넘었다.

명확한 발열의 원인이 없다면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에 혈액세균배양검사, 소변세균배양검사, 바이러스검사, 심지어는 뇌척수액 검사까지가 3개월이 되기 전의 아이가 열이 났을 때 시행하는 기본검사였다. 기본검사에 뇌척수액 검사가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3개월 이전의 아기는 뇌혈관장벽이라는 우리 몸의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장벽이 완성되지 못해서 뇌수막염에 쉽게 걸리기 때문이었다. 뇌척수액 검사는 어른들이 받기에도 부담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검사이다. 그걸 그 조그마한 아이에게 시행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었다.

이렇게나 많고 침습적인 검사가 기본검사인 이유는 모유를 먹는 아이는 엄마의 항체를 받기 때문에 대부분 3개월까지는 열이 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3개월이 안 된 아이는 열이 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입원을 하고 많은 검사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야만 했던 것이었다. 다양한 병인과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서 완성되지 못한 아이의 몸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필수적인 검사이고 꼭 해야만 하는 검사이지만 그 조그마한 몸의 우리 아이가 여기저기 바늘에 찔려 자지러지는 모습은 부모로서는 참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묘한 건지 기억이 묘한 건지 이렇게 괴로웠던 그 날도 추억이 되어,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의 아파하던 모습'과 '그 모습을 지켜봤던 아픈 나의 가슴'과 '그런 나를 지켜봐 오셨을 어머니, 아버지'가 떠올라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이게 삶의 행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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