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픽사베이

 

가족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응급상황은 미리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준비된 상태로 응급상황을 맞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고 덜 당황한 상태로 적절한 신고와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응급의료체계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테죠. 오늘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정책의 현재까지와 미래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응급의료는 평소에는 다들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 쓰러지거나 다쳐서 응급의료체계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말이죠. 그러다 대형 재난 사고가 터져야 언론의 주목을 받고 문제점이 도출되어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일반 시민 각각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량 재해, 재난이 생기면 근처 병원에서 각자 환자를 실어다 날라 치료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응급실은 그냥 환자를 눕혀놓는 공간으로만 역할 했기 때문에 많은 살 수 있는 환자들이 현장에서, 길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사망했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 119 구급대가 생기고 80년대 후반에는 응급의학과도 만들어졌습니다만 열악한 응급의료체계는 개선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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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990년대 초 발생했던 여러 대형 재난 사고들, 어렸을 때 뉴스에서 봤던 현장의 혼란 상황이 아직도 떠오르는데요. 하나씩 예를 들면 목포 아시아나 항공 추락사고, 척수손상이 발생한 여성을 헬기가 줄에 묶어 날라 논란이 되었었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출근 통근 길에 사고가 나면서 학생들 피해가 컸던 기억이 납니다.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많은 대형 재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 환자 이송과 처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 여러 번 지적이 되었습니다.

 

그런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응급의료체계 시스템과 응급의학과의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응급상황이 발생해 환자가 생기면 119 상황실과 구급대를 통해 응급의료체계 활성화가 이뤄지게 되어 있죠. 심폐소생술 상황이 발생하면 예전엔 기본 인명구조술만 시행하던 것에서 발전해 119 구급대원과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영상통화를 해 현장에서 바로 수액라인을 잡고 고품질 인명구조술을 시행합니다. 재난을 대비한 대응체계와 훈련이 각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진행되고 있고요. 의료 서비스 취약지 해소와 개선을 위해 닥터헬기가 출범해 지역별 거점병원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해안과 남해안의 많은 작은 섬에 있는 주민분들을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가 직접 타고 오는 닥터헬기가 생기면서 귀한 생명을 여럿 살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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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도 평소에는 당연하다 싶은 119 신고가 초기에 적절하게 되지 않아 안타까운 생명을 놓치거나 후유증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쓰러진 환자가 발생했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119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줬으면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상황에서 술취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지나가면서 생명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교통사고나 낙상사고가 발생했는데 구급대 도움 없이 자가 차량으로 이동하다 후유증을 키우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미리 인식하고 있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보건복지부와 응급의학회에서 ‘압박의 정석’이라는 주제로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좀 살펴보면 갑자기 내 가족이 쓰러졌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간단하게 보면 ‘반응을 확인하고 119 신고하고 1초에 두번 빠르고 깊게 유두 사이 가슴 정중앙에 5cm 깊이로 가슴압박을 지속한다’로 압축해볼 수 있겠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리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고요. 또한 응급의료 홍보주간이라는 행사를 통해서 응급상황 대처법과 심폐소생술 시연, 체험, 소방차와 구급차 길터주기 홍보, 응급의료 미래 체험, 학술대회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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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각 개인의 생체징후들이 자동으로 파악되어서 필요한 경우 바로 신고가 되거나 응급처치가 되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한걸음 더 나아가면 2013년도에 나온 영화 엘리시움에서 보여줬듯이 자동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캡슐이 나와서 응급의료체계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아직은 좀 먼 얘기처럼 들리죠? 그때까지 우리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겁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들이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이 나라,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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