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위키미디어 공용

 

응급실 : 띠리리리~ '선생님, 환자 코피가 너무 많이 나요. 지금 빨리 봐주셔야할 것 같아요!!'

 

새벽 1시,

막 자려던 찰나 응급실 콜에 이비인후과 외래로 내려왔습니다. 환자는 약 2-3분 뒤 휠체어에 앉혀서 다급하게 외래로 들어옵니다. 코와 입은 물론, 입고있던 옷마저 모두 피범벅입니다. 서둘러 진료의자에 환자를 앉히고 비내시경을 넣었습니다. 보호자의 손에는 피토사물을 가득 담은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습니다.

 

코피, 즉 비출혈 환자입니다.

보통 비출혈은 10분 이내에 멎는 것이 대부분이라, 대형병원까지 오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문헌에 따르면 비출혈 환자 중 5-10%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치료를 받으러 오는 분들의 심각성의 정도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비출혈에 비하여 매우 심각할 수 있습니다.

 

비내시경을 통해서 본 환자의 비강의 양측 앞쪽은 모두 비교적 깨끗했습니다. 후비루(코피가 뒤로 넘어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설압자로 혀를 살짝 눌렀을 시 약 500ml 의 검붉을 토를 밖으로 쏟아냅니다. 비출혈이 발생하여서 저에게 오기까지 지속적으로 피가 목을 타고 위로 넘어가 가득하였고, 팽만해진 위의 더부룩함과 혀를 눌러 발생한 구역반사로 인해서 구토가 발생한 것입니다.

 

고요한 밤에 단촐하게 불켜진 이비인후과 진료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저, 출혈 부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환자는 쓰러지기 직전이고 비출혈이라는 병마에게 환자를 내어줄까, 등에서 삐질삐질 땀이 납니다.

 

“Posterior Epistaxis, Active bleeding..(비강 내 활동적인 후방 출혈)”

 

코피는 보통 코 안의 앞쪽에서 대부분 발생는데, 환자는 접형동(코 안에서 가장 뒤쪽) 부위에서 발생한 환자였습니다.

 

“또르르르르...”

 

코피가 심한 환자는 저혈량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액을 환자의 혈관으로 보통의 3배 정도 속도로 주사합니다. 지혈 솜으로 출혈 부위를 지혈을 하려는 찰나, 환자는 풀썩 정신을 잃고 쓰러집니다. 결국 저혈량 상태로 인해서 실신을 일으킨 것입니다. 얼른 다리를 가슴 높이 정도로 들어주니 잠시 의식은 돌아왔으나 손발이 차고 안색도 창백합니다.

 

응급실에 얼른 전화를 걸어,

'환자 실신해서 여기서는 안될 것 같아요. 혈압부터 잡아야하니 수액 라인 하나 더 준비해주시고, 침대와 바이탈 사인 모니터, 폴리 카테터(흔히, 소변줄) 준비해주세요. 지금 갈게요!!'

 

환자를 휠체어에 다시 태워서 저는 뒤에서 밀고, 보호자는 환자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가슴팍을 붙잡고 응급실까지 한걸음에 뛰어갑니다.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응급의학과 의사의 도움으로 혈압 교정을 시작하고, 저도 서둘러 비출혈 지혈의 가장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되는 폴리 카테터(소변줄)를 가지고 코 안으로 넣어서 코 안의 뒤쪽을 압박을 하여 비출혈을 막았습니다. 10분이 지났을까 환자는 이내 안정기에 접어들고, 잠에 들었습니다.

 

환자도 하얗고 나도 하얗고 보호자도 하얀 모두가 하얗게 된 밤을 지새게 됩니다.

 

비출혈 (Epistaxis, 코피)

위에 언급하였듯이 보통 비출혈은 10분 이내에 멎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소아, 젊은 사람, 전방 비출혈은 반복되는 소량의 비출혈을 주로 경험하며, 고령, 후방 비출혈, 기타 의학적 문제를 가진 분들은 한번이지만 심한 비출혈을 경험합니다.

 

발생 빈도를 보면, 겨울에 흔한데 그 이유는 온도, 습도 낮고, 상기도 염증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출혈이 발생한다면, 환자에게 기도흡인, 저혈압, 심근경색, 저산소증 등을 일으킬 수 있기에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 2_위키미디어 공용

► 비출혈은 위의 그림과 같이 여러 혈관이 모이는 전비강 부위와 후비강 부위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국소적인 원인으로는 기계적인 외상 비출혈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비중격 만곡이나, 출혈성 결절, 비강 내 이물질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 염증이나, 종양, 동맥류, 기압변화도 원인이 된다고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은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거나 문지르는 행동이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전신적인 원인으로는 투석환자나 혈액암 질환과 같은 혈액응고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동맥 경화증이나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 확장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우선 출혈량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압과 맥박수를 측정하며, 수액을 연결하여 쇼크에 대비하며 피 검사도 시행합니다. 비출혈이 지속되지 않으면 추가치료는 불필요하나, 지속적인 비출혈시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사진 3_ent usa http://www.entusa.com/epistaxis.htm

► Silver nitrate를 출혈 부위에 30초 대어주어 지혈을 시행하는 화학적 소작법(사진 - 왼쪽)이나 내시경을 통해 비강 내 돌출된 공급 혈관을 기구를 통해 전기적으로 소작하는 방법(사진-오른쪽) 있습니다.

 

사진 4_transmed / ent4student / Elsevier Inc

► 비강 내 패킹을 하는 방법으로 패킹을 한 후 2-3일 정도 유지하여 출혈 부위를 호전 시킨 후 패킹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회사에 따라 여러가지 제제가 있으며, 위의 사진처럼 물을 적시면 코 안에서 팽창을 하는 제제를 이용하여 패킹을 합니다. (사진 - 왼쪽, 중간) 또한 폴리 카테터(소변줄)를 이용하여 비강 내 패킹(사진 - 오른쪽)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환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하여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이비인후과에서 흔한 질병인 비출혈에서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사진_위키미디어 공용

 

그렇다면 당장 집에서 비출혈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비출혈이 난다면 고개를 젖히거나 눕지않고 바로 앉습니다. 코피가 뒤쪽으로 넘어가 기도로 흡인된다면 더욱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앉은 자세에서 비익(Nasal ala)이라고 불리는 동그라미 부위를 지긋이 5-10 분간 눌러줍니다. 10-20분 간 지켜보다가 그래도 멎지 않는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로 내원하셔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병원으로 내원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코를 풀고 발생하는 코피입니다. 콧물, 코막힘이 있더라도 너무 많이 풀지 않도록하여 비출혈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콧물과 코막힘에 대한 증상 치료를 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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