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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기만 하던 A양. 오죽하면 주변사람들이 그녀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곤 했다. A양에게 우울증이란 그저 주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람들의 소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결혼 후 아이를 낳고나서 '우울증'은 그녀에게 친숙한 단어로 다가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짜증이 나고 어떨 때는 ‘왜 나만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은 그녀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몰라 그저 위로의 말만 건넬 수밖에 없었다.

 

A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출산 후 우울증에 시달린다. 우리나라 엄마 중 절반 이상이 출산 후 1~2주부터 수일동안 평소와 다른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잠도 잘 오지 않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에 겁도 나고 눈물도 난다. 특히, 작고 사소한 일에도 서운한 일이 많아 가족들과 다투는 일이 잦다.

그런데 사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임신 후 출산하기 전까지인 열 달 동안 엄마의 몸은 평소와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고 지방이 늘어나는 등의 상태로 임신유지를 위한 최적의 상태로 변화한다. 하지만 출산 후에는 더 이상 유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합한 상태로 변화한다. 따라서 엄마의 몸이 변화하면서 호르몬의 변화도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따라 기분도 변화하는 것이다.

우울감을 극복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주변사람의 도움을 요청하여 고통을 나누는 것이다. 옛 부터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중 ‘아플수록 더 주변에다가 아프다고 티를 내야한다’라는 얘기가 있다. 이 말은 즉, 단순히 아프다는 소식을 주변에 알리라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청해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우울감은 혼자서 해결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돼’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오히려 억지로 억누르려 할수록 더 생각이 나고 괴로워진다. 또한 이렇게 억지로 참아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도,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마치 분출하기 전의 화산 속 용암처럼 마음 깊숙한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가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는 순간,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 지경에 이르면 더 이상 혼자 힘으로는 제어가 되지를 않고 심연의 소용돌이에 빠져 결국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렇게 되기 전에 미리 현명하게 대처해야 더 악화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이는 이해와 공감에 있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다’라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은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간다. 고통 받는 마음 역시 이를 극복하려면 사랑, 희망, 행복 등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필요한데, 의지력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이를 혼자서 만들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음이 힘들면 몸까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말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해내지 않는 이상 이를 극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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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해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는 것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또한 나의 고민과 걱정을 같이 나누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줄고 위로를 받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의 안정과 삶의 의지를 찾게 되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큰 어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때 망설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증 등으로 인해 병원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혹여나 자신을 의지가 약하다는 등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혼자서 참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삶에 있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방치하고 숨기려고 하다가 더 악화되어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더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따라서 자신을 인정하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여 빨리 극복하는 것이 나와 주변사람 모두를 위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일단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내가 어느 부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를 파악해보려는 것인데, 엄마가 된다는 부담감인지, 아니면 일상의 모든 부분을 육아와 산후조리에만 몰두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인지를 알기 위해서다. 원인을 알게 되면 이를 제거함으로써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시도해 보기를 권장한다.

우울증의 원인이 육아부담감 때문이라면 ‘정말 잘 키워야겠다’ ‘어떻게 길러야 잘 키울 수 있을까’와 같이 이미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미리 걱정하여 고민하는 일을 줄이고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갖는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느끼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잘 대처하고 배우면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또, 육아 스트레스와 심적공허함 등의 원인에서 오는 우울증이라면 주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남편과 친정, 시댁식구들에게 자신이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감정을 나누다보면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주변인들의 육아 나눔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면, 급격한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해소하는 데에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일방적으로 자신의 고통만 생각하기보다 남편의 직장생활과 육아고민에 대한 스트레스도 항상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스트레스 완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는 모든 노력의 바탕이 되는 마음가짐은, 산후우울중은 병이 아닌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서 마치 나만 걸린 듯이 내가 마음이 약해서 어딘가 부족해서 걸렸다는 듯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이 시기가 아이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를 깨닫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기에게 있어 생후 수 개월 동안 만들어지는 엄마와의 관계는 이후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엄마가 산후 우울증으로 아이의 행동에 적절하게 반응을 해주지 못한다면,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현재가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늘 마음속에 새기며 자연스러운 이 시기를 맞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다보면, 산후우울증을 이겨내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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