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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일차 진료의사를 찾게 되는 흔한 원인 중에 하나이다. 외래 환자에게 항생제가 처방되는 주된 진단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감기(또는 감기 증후군)라는 용어는 비특이적 상기도 감염을 의미하며, 급성 감염성 비염, 급성 비인두염, 급성 코감기 등의 여러 진단명이 모두 포함되는 용어이다.

비특이적, 상기도, 감염. 이 세 단어에 감기가 어떤 질환인지 모두 나타나있다.

비특이적이라는 말은 증상이 다양하고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감기 증후군에는 기침, 콧물, 코막힘, 인후통, 발열, 오한, 근육통, 결막 충혈,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증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같은 원인균이라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특정 증상만으로는 원인균을 감별할 수 없다.

상기도는 통상 호흡기계(respiratoy system)에서 기관(trachea) 위쪽 구조물을 말하며, 구강, 비강, 인두, 후두가 포함된다. 거칠게 말하면 입구멍, 콧구멍, 목구멍이다. 감기의 호흡기 증상은 여기에 국한된다. 목구멍보다 더 아래에서 발생하는 증상(폐-호흡곤란), 징후(폐 청진 이상 소견)가 있을 경우 감기보다는 다른 호흡기 질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감염은 바이러스 감염, 세균 감염이 모두 포함된다.

대부분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임상에서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의 구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몇 단서로 세균 감염을 추정해볼 수 있지만 그 정확성은 높지 않다. 흔히 세균 감염의 특징으로 알려진 화농성 분비물이나 편도 삼출은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감기의 원인균을 찾아내는 몇 가지 검사가 있지만, 유용성이 떨어지며 일차 진료에서 그 사용이 권고되지 않는다. 원인균을 밝히는 게 번거롭고, 밝혀도 치료적인 이득이 크게 없으며, 기본적으로 감기는 예후가 좋은 경증 질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는 감기 환자의 증상과 진찰 소견을 가지고 바이러스성인지 세균성인지 판단하고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감기 환자에서 세균 감염을 감별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급성 인두염이 의심되는 환자(인후통, 인두와 편도의 발적)에서 1)발열, 2)기침과 콧물 ‘없음’, 3)편도 비대와 삼출물, 4)목 림프절 비대와 압통이 관찰된다면 급성 사슬알균 인두염의 가능성이 있다.

급성 부비동염이 의심되는 환자(비루, 비울혈, 두통, 안면통)에서 화농성 비분비물, 비폐쇄, 기침이 10일 이상 지속되거나 기간에 상관없이 안면부종, 안면통이 심한 경우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의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세균 감염이라는 것은 아니다. 급성 부비동염의 경우 위 조건을 충족시키는 환자 중 단지 40%만이 실제 세균 감염이었다.

정리해보면, 감기 치료 시 건강한 성인 환자는 세균 감염의 증거가 없다면 대증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세균 감염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판단이 애매한 경우, 외래를 통해 단기간 추적관찰이 가능한 환자라면 항생제 처방보다는 대증 치료를 하면서 며칠 경과 관찰을 해볼 수 있다. 이후 호전이 없을 때 항생제 투여를 고려해도 늦지 않다. 이는 감기의 원인이 대부분 바이러스라는 점, 감기의 유병기간이 짧다는 점(2-10일), 예후가 좋다는 점, 항생제를 신속히 투여해야 하는 질환(뇌수막염, 패혈증 등)에 감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렇다.

항생제는 부작용이 빈번한 약제이다. 흔하게 피부 발진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때로는 장염과 설사를 유발한다. 감기 환자에서 흔히 처방되는 amoxicillin의 피부 발진 발생률은 3-7%에 이른다. 항생제로 인해 우리 몸에 있는 정상 상재균이 죽거나 항생제 내성균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문제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신중하게 항생제를 처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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