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그림은 한국 유방암 백서 2016년 판에 실려 있는 그래프입니다. 최근 15년 정도의 유방암 환자 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이지요. 어림잡아도 2000년에 비해서 약 3배 이상 정도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의 수가 이렇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예측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좋은 표본이 되어 주고 있고, 가까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유방암의 환자 수가 증가하여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알려진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볼 때에, 다음의 한 문장으로 유방암이 증가하는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서구화 혹은 현대화’입니다.

 

우리나라 유방암은 우선, 발생률 자체가 서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점점 증가하고 있지요.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2012년에 GLOBCAN이라고 하는 전 세계의 암 발생 및 분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논문에서 보면 40세까지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과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조금씩 떨어져서 나이가 증가할수록 그 숫자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실 80-90년대에는 40세까지의 발생률 자체도 미국보다 낮았지요. 그런데 이미 젊은 연령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았고, 심지어는 더 많아 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그래프가 최종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젊은 여성에서의 유방암 발생률은 이미 일본은 앞질러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프의 뒤쪽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입니다. 일본의 그래프를 보면 고령층에서의 발생률이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젊은 연령층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고령층의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말이지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면, 뒤쪽이 올라가면서 전반적인 형태가 일본과 비슷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전반적인 그래프의 형태는 일본의 것과 비슷하지만 발생 빈도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원인이 될만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과거에는 이러하였는데, 현재에는 이렇더라'라는 것을 찾아보면 쉽습니다. 우선 먹는 것을 생각해 볼까요? 육류 소비량이 서구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서구보다 더 많은 육류를 소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게 되면서, 식생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육류 소비량, 유제품 소비량 등등의 서구화된 먹거리가 그 원인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육류 소비와 유방암 혹은 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논문은 많이 있습니다. 물론 반대의 논문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육류, 유제품 등 먹거리 소비 자체가 과거보다 서구화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게다가 비만 인구의 비율 역시 서구, 특히 미국을 따라가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다른 원인으로는 신체적인 서구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포괄적인 개념이기는 하지만, 여성의 신체가 전반적으로 서구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키나 체중도 증가하였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초경이 빨라지고, 출산과 육아의 환경이 어려워지며 모유 수유의 기간도 짧아지고, 폐경 후 호르몬 치료 등의 서구화된 변화가 유방암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지요. 초경 나이가 최근 만 11세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 역시 이러한 변화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출산율 저하는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모유 수유도, 학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12개월 이상은 해야 유방암 위험도를 줄여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의 6개월 수유하는 비율이 30%도 되지 않습니다. 폐경 나이 자체는 아주 조금씩 빨라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현재 평균 폐경 나이는 만 48세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 폐경은 유방암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한 폐경 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45-65세 여성의 약 20% 정도가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비율 역시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적, 사회적인 ‘서구화’가 유방암의 발생 빈도 자체를 ‘서구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진_에스트로겐과 환경호르몬은 모두 벤젠 고리를 바탕으로 한 구조이다._pixabay

이외에도 우리가 무엇을 사용하고 있는가 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환경 호르몬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지만,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고 그냥 부정적인 느낌만 들기 쉽습니다. 그런데 환경 호르몬의 여러 종류 중에 상당 부분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몸에 들어오게 되면 에스트로겐이 하는 일들을 그대로 한다는 것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호르몬이지만, 동시에 유방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합니다. 과도한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경우 유방암이 잘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구에서도 과거 40-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70-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유방암 발생 빈도가 달랐는데, 그 원인의 하나로 환경 호르몬 노출을 꼽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결국, 생활 습관과 신체적인 변화 그리고 환경이라고 크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적어 놓고 보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드네요. 맛나는 음식들과 편한 환경이 꼭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산으로 모두 들어가서 조선시대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일테니까요. 그렇지만,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이 있다면 고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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