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女 183명 몰카 찍은 의전원생, 재판조차 안 넘겼다'는 제목의 기사가 화제다. 법원과 검찰이 특정 직군에만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위해, 얼마 전 여자친구를 4시간 넘게 감금·폭행하고도 의학전문대학원생이란 이유로 벌금형에 그친 사건과 엮어서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 같다.

DMS-5에 의하면 성도착장애 paraphilic disorders는 반복적으로 성적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상상이나 성욕, 성행위 등을 말한다.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성적 피학장애나 성적 가학장애, 성적흥분을 위해 여성의 브래지어나 팬티 혹은 신체의 일부인 머리카락, 눈썹을 수집하고 자위에 사용하는 절편음란장애, 여성의 복장을 사용하여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이성복장장애, 사춘기 전의 소아와의 성적 행위만이 유일한 흥분을 일으키는 소아성애장애, 혼잡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신의 음경 또는 손을 옷을 입은 이성의 신체에 문지르는 공상 또는 실제 행동을 뜻하는 접촉도착증, 훔쳐볼 때에만 유일하게 성적 흥분에 도달하게 되는 관음도착장애 그리고 낯선 사람에게 성기를 노출하고자 하는 반복적이고 강한 욕구나 공상을 갖거나 실제로 노출하는 노출장애 등이 모두 성도착장애에 속한다.

이들 대부분은 사춘기 전이나 사춘기에 이미 성도착적인 상상을 시작하며 일생 동안 그 상상을 지속한다고 한다. 이들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전체 환자 수는 적지만 그 피해자는 상당히 많다. 성인 여성의 20%가 관음증과 노출증 환자의 희생자가 된 경험을 가진다. 특히 소아성애증은 법적 문제가 매우 크며, 10-20%의 어린이 역시 피해자로서의 경험을 갖는다. 한 마디로 말해 성도착이란 전체적으로 매우 몹쓸 병이란 뜻이다.

몇 달 전 고위 공직에 있던 사람이 세간의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덩달아 A사 로션의 새로운 활용도에 대한 황당한 논의도 펼쳐졌다. 아무리 뛰어난 학식과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명예도 그의 노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교복 입은 사춘기 소녀들 앞에서 그는 속절없이 모든 사회적 기품을 벗어 던졌다. 그 순간 그의 50 평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출’을 통한 ‘성적 극치감’이었다. 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모든 사고의 회로를 닫아버리고 오직 본능적 희열을 위해 달리는 ‘과히 괴상한’ 모습이 매우 흥미롭다.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가 있었는지, 평소 발기불능감을 무의식적으로 느껴왔기 때문에 일탈의 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린 시절 과도하게 집착하였던 어머니나 그 대리인인 아내에 대한 열등감을 한 순간 폭발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성기를 보임으로써 남성임을 과시하는 것이 전 생애 동안 쌓아온 입지보다 중요하다는데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는가? 아니, 어쩌면 성도착장애를 갖고 있어도 사회적 지위만 높으면 다시 사회로 쉽게 복귀할 수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몹쓸’ 성 행위와 사회적 수용 사이에 묘한 줄다리기가 있는 셈이다.     

 

 

김일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차병원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조교수
한양대학교 뇌유전체의학(자폐) 석사
KAIST 뇌유전체의학(자폐, 조현병)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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