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픽사베이

가족들 중에 누군가 치매를 앓았던 적이 있는 분이라면 혹시 나도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걱정을 누구에게 털어놓으면 될까요? 누구와 상의하면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도 진료실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실질적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치매의 유전적 위험도(genetic risk)와 관련한 아주 난해한 질문이 됩니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병이고, 아쉽게도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개발되지 못한 까닭으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치매 환자의 유전적 위험도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미 치매와 관련한 유전연구 결과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고, 또한 앞으로 각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러한 질문들과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치매를 예방하고 또 치료하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다면, 유전 정보를 이용하여 치매를 예측해보려고 하는 수요 또한 급증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의학의 맛보기라고 할까요? 2011년도에 발표된 미국유전의학회의 알츠하이머병 유전검사 진료지침(guideline)을 중심으로 치매 예측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드려 보겠습니다.

 

Jill S. Goldman et al., Genetic counseling and testing for Alzheimer disease: Joint practice guidelines of the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the 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 Genet Med. Author manuscript; available in PMC 2012 Apr 16.

 

질문1. 오 박사님, 혹시 제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답변: 치매라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실 겁니다. 그래도 이왕 질문을 하셨으니 제가 아는 대로 답변을 드려볼게요. 물론 치매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지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2/3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듯이 치매는 나이가 높아질수록 발병이 증가합니다. 65세 기준으로 나이가 5세 증가할 때마다 발병은 2배씩 증가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65~69세의 연령층에서 약 2~3%가 치매를 앓는다면, 70~74세에서 약 4~6%, 75~80세에서 약 8~12%, 80세 이상에서는 20%가 넘는 노인들이 치매에 걸리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모두 합치면 한 개인이 평생을 살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에 걸릴 확률은 대략 10-12% 정도가 됩니다. 즉, 일반인 10명 중 1명은 치매에 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마다 또 사회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요.

 

질문2. 영화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나요?

 

답변: 예. 맞습니다. 최근 초로기 치매라고 해서 방송에서 자주 언급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빈도는 무척 드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60세에서 65세 구간을 기준으로 해서 이보다 늦게 발병하면 후기 발생(late onset) 알츠하이머병, 이보다 이른 나이에 발병하면 조기 발생(early onset) 알츠하이머병으로 나눕니다. 영화에서 나온 주인공은 바로 이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병에 해당되는 경우일 겁니다. 현실에서는 전체 알츠하이머병에서 1-5% 정도만이 조기 발생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제가 진료한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 환자분들은 대부분이 50대 후반이셨습니다.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병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우성유전의 패턴으로 나타나 한 가계 내에서 할아버지 세대(世代), 아버지 세대 그리고 손자 세대에 걸쳐서 매번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나 또는 그분의 형제들이나 자녀들을 대상으로 유전 검사를 시행해볼 수 있습니다. 유전 검사를 통해서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지, 해당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향후 질병 발생의 예측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3. 이런 경우에 괜히 유전자 검사를 해서 부정적 결과가 나오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 같은 사람은 우울증 걸릴지도 몰라요.

 

답변: 예. 불안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합니다. 국내에는 유전상담(genetic counselling)이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지만, 선진국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유전상담의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꽤 많습니다. 왜냐하면 일부 선진국들의 경우 유전상담 전문가들이 이미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환자 역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유전상담을 통해 불안이 감소하고 질병에 대한 수용(이해) 또는 현실적인 대처가 향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유전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혹시나 유전검사 관련 회사에서 직접 환자를 상대하는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전혀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유전 상담은 유전학 지식뿐만이 아니라 정신치료적인 기법을 통하여 환자의 마음과 생각을 다루는 매우 섬세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참 그리고 법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동의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질문4. 오 박사님, 사실은 저희 어머님이 78세 때 치매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럼 제가 치매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답변: 아, 그러셨군요. 큰 슬픔을 겪으셨어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어머님은 65세 이후에 나타나는 후기 발생 알츠하이머병이셨을 것 같아요. 다행히 앞서 말씀드린 조기 발생의 경우보다는 유전성이 훨씬 약합니다.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참고하면, 친부모 또는 친형제 중에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해당 질병에 걸릴 확률은 낮게는 15%에서 높게는 39%까지 나타납니다. 앞서 일반인구에서 10명당 1명이었으니, 1.5배에서 거의 4배까지 확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머니의 형제분들 그리고 어머니의 부모님까지 언제 어떻게 사망하셨는가를 잘 살펴보면 더욱 정확한 확률을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의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 중에 알츠하이머병으로 고생하신 분이 없다면, ○○님이 치매에 걸린 확률은 대략 15% 정도로 일반인구의 10% 비해 5%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비만과 고혈압 관리를 철저히 하시고, 식생활 개선,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까지 하신다면 더욱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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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고,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 또는 예방법이 없어서 유전검사나 상담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유전검사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65세 이전의 조기 발생 그리고 가계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경우라면 전문적인 유전검사와 상담을 통해 해당 질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고, 이해를 높이며, 현실적인 대처방안을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오동훈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주 슬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노인정신건강 인증의 및 정보의학 인증의
한국 EMDR 협회 공인치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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