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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과 아이의 집중력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7.17 07:30

 

사진_Torsten Scholz

 

TV 좋아하세요? 저는 식사 중에 TV가 켜져 있으면 하염없이 TV만 보게 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어느 순간 밥도 씹지 않고 멍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이 싫어서 저희 집 거실엔 TV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도 유전이 되나 보네요. 세대가 바뀌어서 그런지 저희 아이들은 TV가 아닌 휴대폰에 푹 빠져 삽니다. 휴대폰 볼 때면 집중력이 얼마나 좋은지 배고픈 것도 잊고 옆에서 불러도 도통 답이 없지요.

 

휴대폰 영상을 보며 걷다 보면 넘어져 다치기도 하죠? 어느 날 저희 큰애가 주차장 턱에 걸려 넘어져 이마 한가운데가 찢어졌습니다. 놀라 우는 아이를 달래고 상처를 확인해보니 영락없이 봉합시술을 해야 하는 상처였습니다. 어쩔 수 있나요? 얼굴 상처 봉합은 6시간 이내로 가능한 한 빨리 해주는 게 좋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하고 응급실로 이동했죠.

 

그래도 병원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좀 안정이 되었습니다. 구토도 없고 두통도 없다 하여 검사 없이 봉합만 진행하기로 했지요. 당시 만 4세이던 큰아들 나이를 고려해 처음에는 재우는 약물을 쓸까 했습니다. 한데 아이가 참을 수 있겠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마취 위험성도 있으니 그냥 재우지 않고 해보자 싶어 엄마가 머리를 잡고 제가 네댓 바늘만 꿰매기로 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뿔싸, 역시 아이는 아이였습니다. 잘 참는 듯하던 큰아이가 국소마취 주사를 놓고 바늘을 꺼내들자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꿰매는 것 무섭다며 발버둥을 칩니다. 이제야 약 먹이고 재우고 다시 준비하기엔 늦었다 싶어 억지로 꿰맸습니다. 발버둥을 피해가며 꿰맸으니 예쁘게 꿰매질 리가 없겠죠? 그날로 전 제 아이 이마 한복판에 흉터를 만든 아빠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덤이었죠.

 

그 기억 이후로 소아 환자가 다쳐서 오면 처음엔 협조가 되어 보여도 보호자께 재우는 게 낫겠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아무래도 깔끔하고 예쁘게 봉합할 수 있고 아이에게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남기지 않는 효과도 있어서 말이죠.

 

사진_픽사베이

 

오늘 오후, 네 살짜리 한 남자아이가 종이를 오리다 가위에 손가락을 베었다며 응급실로 내원했습니다. 저희 큰애가 이마를 다쳤을 때와 같은 나이군요. 벌써 응급실 안에 들어오면서부터 주사가 무섭다며 울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지손가락엔 봉합을 해야 할 정도로 깊고 큰 상처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상처 위치로 보건대 인대 손상 여부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이는 울고 봉합은 꼭 해야겠고……. 당연히 재우는 약물을 써야겠죠? 주사로 재울까 먹는 약으로 재울까 고민하며 처치실로 들어가 인대 손상 여부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인대 손상이 있다면 응급실 봉합이 아닌 수술실에서의 인대 접합 수술이 필요할 테니까요.

 

아이를 눕히고 잘 달래가며 상처 안쪽을 확인하려 하자 예상대로 아이가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상처 안에 벌레 있나 보자”하며 생각하니 라바 만화가 생각났습니다.

 

“어머님, 휴대폰에 만화영화 좀 보여주고 계시겠어요?”

 

아이 엄마가 휴대폰을 꺼내어 유튜브 동영상을 켜고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두려움에 상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현명한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며 영상 속으로 아이의 주의를 끌어주었습니다.

 

“어머, 이 벌레 좀 봐. 깡통 속에 들어갔네? 소시지가 어디로 날아가는 거지?”

 

어느덧 영상에 푹 빠진 아이는 손가락만 잠깐씩 꼼지락거릴 뿐, 아프다거나 흥분함 없이 국소 마취하고 상처 확인하는 3분여의 시간을 잘 견뎌 주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사이 인대 손상이 없음을 확인한 저는 이대로 봉합까지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협조만 된다면야 네댓 바늘 꿰매는 건 일도 아니죠. 영상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봉합이 끝났고 아이는 아직도 만화 주인공이 다음에 뭘 할지 기대에 찬 눈으로 휴대폰에 빠져있습니다. 현명한 아이 엄마 덕분에 일이 한결 쉬워졌죠. “덕분에 예쁘게 꿰매어졌네요.”하며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첫째 이마의 상처를 봉합할 때에도 휴대폰으로 만화영화 보여주기를 한번 시도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 제 아이 이마에 흉터를 만든 아빠란 오명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 모 케이블 TV 광고에 유튜브로 5개 국어를 배웠다는 여자아이가 나오더군요. 광고주님! 응급실에서 남자아이 손가락 봉합에 유튜브가 역할했다는 광고 어때요? 아이디어 괜찮죠?

 

 

최석재 응급의학과 전문의  csj3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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