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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갑상선 기능 이상의 또 다른 큰 축인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유명 걸그룹 멤버와 유명 방송인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었죠. 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에만 23만 명이 넘는 환자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어떤 질환일까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혈액 안에 과다하게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넘쳐나는 갑상선 호르몬으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기는 것을 ‘갑상선 중독증’이라고 말하죠.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 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이것이 피 속에 많으면 신진대사가 빨라져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 몸을 자동차라고 비유할 때, 액셀러레이터를 계속 밟고 있는 상태라고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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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갑상선 호르몬이 신체 대사에 관여하는 만큼 몸 전체에 걸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한 가지라도 두드러지지 않고 모호하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식사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더위를 참기 어려우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떨림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설사, 불면증, 신경 예민, 목 앞쪽에 두드러지는 혹이 보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 있기도 하죠. 다음과 같은 증상 때문에 갱년기 증상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설사 등 위장관 증상 때문에 내시경을 받기도 하고, 불면, 우울증이나 신경과민 때문에 정신과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인하여 순환기 내과 진료를 보기도 합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도록 자극이 지속적으로 있는 경우와 갑상선 안에 보관되어 있던 호르몬이 갑상선 세포가 깨지면서 혈관으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의 대표 질환은 그레이브스병, 중독성 갑상선 결절이 있고, 후자의 경우 급성, 아급성 갑상선염이 있습니다. 오늘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대표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시간에 설명드린대로 갑상선 공장에서 호르몬이라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이라는 주문이 필요합니다. 그레이브스병은 내 몸에 이 주문서와 비슷한 위조 주문서가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정식 갑상선 자극 호르몬이 붙어서 신호를 전달해야 할 자리에 내 몸에서 만들어진 자가항체가 갑상선 자극 호르몬인 척하고 붙어서 신호를 계속 주는 것입니다. 그 결과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계속 만들어내고 갑상선 기능 항진증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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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스병은 앞서 설명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다양한 증상과 더불어 눈에 특징적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눈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안근육이 염증반응에 의해 두꺼워지고 점점 안구를 앞으로 밀어내서 눈이 커 보이면서 눈꺼풀이 위로 딸려 올라가서 놀란 토끼 눈 같은 모양을 하게 됩니다. 노출된 안구는 안구 건조증이나 시력저하를 동반하기도 하고 눈의 움직임이 둔하게 되는데 심각하게는 실명까지 이르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레이브스병의 치료는 무엇일까요?

 

자가항체로 인해 발생한 질환이니 근본적인 치료는 자가항체를 못 만들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치료는 없습니다. 따라서 갑상선 호르몬의 생산을 막는 약을 첫 번째 치료로 합니다. 메티마졸이나 안티로이드 같은 항갑상선제가 이에 속합니다. 치료기간은 대개 1~2년 정도이며 비교적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약물 복용을 꾸준히 잘 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항갑상선제에 효과가 없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복용할 수 없는 경우, 반복적으로 재발한 경우, 갑상선종이 심한 경우에는 방사선동위원소치료나 수술을 통해 갑상선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그레이브스병이 있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거나 식사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그레이브스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해조류는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커피나 탄산음료 등의 카페인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증상인 가슴 두근거림과 손떨림, 두통 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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