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정보의 홍수시대인 요즘, 각종 TV 및 신문 매체들을 통해 의학관련 기사 또는 의학드라마를 접하다 보면, 뇌사 식물인간 등의 단어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런 소식들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뇌사, 혼수, 식물인간 상태를 정확히 구분하여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런 상태들에 대한 정의에 대해 좀 더 확실한 개념을 가지게 되면, 의미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전문 의료인과도 더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간단히 알아볼 혼수, 뇌사, 식물인간은 중복되는 의미도 아니며, 그 개념이 전혀 다르다.

먼저 혼수에 대해 알아보자 혼수는 영어로는 Coma(코마)라고 하며, 임상적으로는 의식상태의 분류 중 가장 나쁜 의식상태를 의미하며, 외부의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보통은 완전한 각성상태 (alert state)가 아닌 경우를 통칭하여 혼수상태라 부른다. 이 경우는 기면, 혼미, 반혼수 등을 통틀어 의미하는 경우이다. 급성 두부 외상, 여러 종류의 쇼크 상태, 대사성 질환에 의한 혼수, 예를 들면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등에서도 혼수 상태를 보일 수 있다. 혼수 상태에서는 혼수를 일으킨 원인 질환의 교정가능 여부에 따라,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할 수도, 뇌에 비가역적인 손상이 가해짐으로서 장애가 남는 경우가 될 수도, 식물인간상태 또는 뇌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뇌사는 뇌가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대뇌 및 뇌간 등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현재 알려진 지식에 한해서는 회복 가능성은 없다. 뇌사 상태에서는 깊은 혼수 상태로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으며, 자발 호흡의 소실, 뇌간 반사의 완전한 소실이 있으며, 뇌파검사에서도 전혀 반응이 없어야 한다. 뇌사는 시간이 지나면 심장사로 이어져 결국 사망하게 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뇌사상태 자체를 사망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다른 장기의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바로 이 뇌사상태이다.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주 듣게 되는 뇌사상태는 바로 위와 같은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인간에 대해 알아보면, 흔히 매체 등에서 이야기하는 식물인간은 임상적으로 정확히는 지속성 식물인간상태 (Persistent vegetative state)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여러 원인으로 인해 비가역적인 뇌손상을 받은 환자가 사망 또는 뇌사상태로 진행하지 않고, 급성기를 넘기게 되면, 주변 자극에 대해 의미있는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수면-각성(sleep-awake cycle)이 회복되고, 자발적으로 눈도 뜨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문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1~3개월 이상 지속되면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라고 한다. 이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에서는 자발적으로 눈을 뜨고, 자발 호흡이 있으나 주변 자극에 대해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지는 못한다. 보통 대뇌 또는 간뇌의 기능이 손상되어 있지만, 생명유지에 필요한 뇌간의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 이런 형태의 상태가 될 수 있다. 식물인간상태에서는 당연히 장기기증이 불가능하며, 충분한 영양공급, 욕창, 감염 등의 합병증을 잘 관리한다면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또한 지속성 식물인간 상태에서는 최소한의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이는 상태로 호전 되거나, 드물지만 의식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간단히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가지 종류의 상태에 대해 알아보았다. 혼용해서 쓰면 그 의미 전달이 매우 잘못될 수 있는 것들이다. 당연히 전문적인 수준의 의식상태의 분류는 더 복잡하며, 세세하게 구분 되어 있다.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어려워 하는 분야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세 종류는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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