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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예약 창에 환자분들의 예약 이유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유가 ‘멍울, 뭐가 잡힘’ 이렇게 적혀 있으면 무척 긴장이 됩니다. 특히 고령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요.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유방암의 대표적인 증상인 유방 멍울입니다. 유방 멍울은 유방에 만져지는 덩어리, 즉 유방 혹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유방암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며, 많게는 75% 정도의 환자들이 크고 작은 멍울이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과거 데이터입니다. 최근에 진행된 연구는 거의 없지만, 최근에는 건강 검진을 통한 무증상의 유방암 환자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환자분들이 유방에 뭐가 만져진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긴장이 되는데, 환자분들 자신이 느끼는 두려움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멍울이 만져지는 사람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까요? 적게 보고하는 논문은 약 5% 정도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높게 보고하는 논문은 30% 정도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만져지는 멍울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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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저희 병원을 찾았던 환자들 중에 유방 멍울을 호소하면서 내원한 환자의 약 7%에서 유방암을 발견하였습니다. 최근에 유방 멍울을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분들의 숫자는 줄고 있지만, 멍울이 만져진다고 하는 환자분에서의 유방암 진단은 더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조기 검진을 통하여 대부분의 유방암이 발견되지만, 그렇지 않고 진행되어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암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체 어떤 멍울 일 때에 병원에 가봐야 하며 어떤 멍울일 때에는 가보지 않아도 될까요? 사실 이걸 구분할 수 있다면 아마도 굳이 이런 글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죄송하게도 괜찮은 멍울과 괜찮지 않은 멍울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히 없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조금 뒤에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유방암에서 만져지는 멍울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방암에서 만져지는 멍울은 한 번 만져보면 잊을 수가 없지요. 딱 만지는 순간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만져지는 멍울이 무척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안쪽에 무엇인가가 딱 자리 잡고 있어서 쉽게 움직이지 않고 주변 조직을 단단하게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잡고 흔들면 흔들리는 느낌보다는 움직이기는 하지만 버티는 느낌이 들지요. 크기가 커져서 피부마저 팽팽하고 흉벽과 고정된 경우에는 잘 움직이지도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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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유방암이 아닌 일반적인 멍울은 어떤 느낌일까요? 일반적인 멍울은 우선 대부분 생각보다 크게 잡힙니다. 사실 이 큰 멍울은 정말로 멍울은 아니고 정상적인 유선 조직이 잡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완경이 오지 않는 여성의 경우, 대부분 유방에 무엇인가가 잡히게 됩니다. 즉, 유선이 잡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유방에 잡힌다고 오시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선 조직을 만져보고 놀라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국소적으로 섬유선종과 같은 덩어리가 생겨서 잡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잡히는 것이 유선인지, 유방의 양성 종양인지 아니면 유방암인지 명확하게 구분해 내는 방법은 없지만, 만졌을 때에 아주 단단하지는 않고-유방암은 안쪽에 호두가 껍질째 있는 것처럼 단단합니다- 부드럽게 잘 움직인다면 암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에 따라서 진료를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추천드리고 싶은 않은 방법입니다. 이전에 말씀드린 유방통과는 달리 무엇인가 유방에서 만져진다면 진료를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유방에서 뭐가 만져져도 놀라지 않고 ‘아, 이것은 지켜봐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대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쉽게 하기는 어려운, 그 방법에 대해서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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