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umcision

사진 픽사베이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는 숙명적인 두 가지 통과의례가 있다. 적절히 통과하지 못하거나 거부한다면 대한민국 남성이라고 불리기 어려울 정도의 것들이다. 먼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하나는 군 복무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 남자들 인생 중 2년여남짓 되는 시간은 온전히 국방의무에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안전하고 남성들 각 개인의 신상에도 피해가 적다. 하지만, 국방의무는 어떤 개인들에 의해서는 종교적, 철학적 신념에 따라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국가로부터 응징이 즉각 내려지기 때문에, 적응적인 남성들은 대부분 싫은 소리하면서도 군복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방의무만큼 강력하면서 오히려 전국민적인 거부감은 상당히 낮은 통과의례도 있다. 그것은 포경수술이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남성은 어느 새인가 그들의 포피가 벗겨져 있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모양새이기 때문에 그것이 진리이고,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여기는 것이다.

포경수술은 역사적으로 이슬람국가나 유대민족 사이에서 시행되어 왔고, 19세기에 들어서야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로 전파되었다. 해방 이후가 되어서야, 대한민국에서는 미국의 영향으로 포경수술이 전국민적인 통과의례로 자리잡게 되었다. 해방 이전에는, 남자들의 포피를 건드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반 유교적 발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발칙한 발상에는 어떤 정당성이 필요했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근거는, 포경수술이 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 유병률이 높은 아프리카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포경수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이러한 근거가 통념으로 퍼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 정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고도 하는데, 포경수술과 성적 만족의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수술 후 2년간 음경의 발기력에 영향이 없었고, 남성과 여성 모두 만족도에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여전히 이러한 근거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이해관계에 따라서도 찬반이 갈리고 설왕설래가 많은 부분이다. 하지만 포경수술의 정당성을 앞장 서서 주창했던 미국에서조차 그런 통념에 근거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포경수술의 빈도는 2006년 60%에서 2009년 34%로 감소했다 (International AIDS 2010 conference, CDC research, based on SDI health data). 특히 20-29세 사이의 미국 남성들에서 포경수술 비율은 1991년 65%에 비교하여 2010년 30%까지 급감하였다고 한다.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변화에도 아랑곳 않고 이 전통의례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 비뇨기과 의사들의 포경수술 수준은 전세계 최고라고도 한다. 어떤 이들은 의사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무시(willingly ignorant)한다고도 하고, 다른 이들은 국민적인 무지에 비롯된 인습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관성에 젖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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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적으로 남성의 성기는 매우 의미가 크다. 프로이트는 남자 아이가 자라날 때 어머니에게 근친상간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고, 이 때문에 아버지에게 자신의 성기를 거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고 하였다. 이것을 거세공포(castration anxiety)라고 한다. 아이는 거세당하지 않기 위해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바로 아버지와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것이다. “난 당신의 적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편이고 당신을 흠모합니다.”라는 메시지와 “나도 아버지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반영하는, 동일시의 과정을 겪으면서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성기도 지키면서 부친의 사랑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겪는 시기가 3-6세에 해당하는 외디푸스 시기(oedipal period)이다. 성기를 무사히 지킨 아이는 아버지를 자신의 마음속에 하나의 정신적인 상징물(표상representation)로서 받아들이고(내재화introjection)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초자아(양심이나 이상)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아버지가 매우 처벌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내재화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윗사람과 지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거세불안이 그대로 마음에 남아있다가 아버지와 전혀 상관없는 개, 물, 바늘과 같은 대상에 대하여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바뀌게(전치displacement)되는 경우도 있다.

한바탕의 외디푸스 시기가 지나고, 초등학교에 진학하여 1-2년 정도 다니고 있을 때쯤 대한민국 남성의 성기에 다시 한번 위협이 찾아온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에 의한 성기 위협이다. 주로 어머니의 결정에 따라 남자아이의 성기는 그 포피가 벗겨지게 된다. 여기에 위생이나 성병 예방, 정력증강의 목적이 얼마나 뚜렷한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 어머니가 이 순간 자신의 아들의 거세에 있어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둘 사이의 교묘한 압박과 저항이 숨겨지고, 압박이 결국 승리하게 된다. 사실, 대한민국 어머니는 ‘아줌마’라고 새롭게 정의된 사람이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인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며, 활동적이다. 그리고 주도적이고, 지배적인 성향마저 엿보인다. 이러한 그들이 특히 자녀의 교육에 힘을 쏟고 ‘치맛바람’을 날리고 있을 때면 그 위세가 대단하다. 결국 자신의 자녀를 사회적으로 승리하게 만들거나, 강력한 어머니 자신의 소망이 반영된 어떤 ‘대리만족의 형상’으로 만들어놓는다. 어머니가 아이의 성장에 조력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버리는 식이다. 그리고 그 첫 상징적 행위가 시작되는 시기가, 반항할 정도로 드세거나 자기주장이나 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사춘기 이전인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루어진다. 남자아이의 포피를 벗김으로써 일종의 ‘심리적 거세(psychological castration)’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다. 성기로 위시되는 본능적 욕구, 소망, 야망은 이미 아이의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것이다. 내 아이가 미래에 되어야 할 바, 현재 이룩해야 할 바는 어머니가 결정한다. 거세당한 아이는 거세한 어머니에게 무의식적으로 경외감과 의존 그리고 분노를 동시에 느낄 것이다. 이것이 직접적으로 분출되지는 않더라도, 주로 학업적 성취를 통한 우수한 대학 진학을 소망으로 갖는 어머니가 원하는 만큼 아이가 수행하지 못하거나 결과를 내놓지 못할 때 둘 사이의 갈등은 아이의 무의식적인 감정들과 맞물리고 공명되어 매우 증폭된다. 이것이 극단에 치달을 때, 학업성취에 실패하거나 대학진학에 실패한 대한민국 아이들은 자살을 선택한다. 이 경우, 자살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처럼 보이나 그 근원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기대를 걸었던 부모에 대한 분노에 닿아 있다. 안타까운 결말이다.  

한국사회의 교육열과 심리적 거세, 그리고 포경수술이 상호 얼마나 엮여있는 역동일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단호하게 포피를 벗기는 어머니와 치맛바람을 날리는 어머니가 오버랩 되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김일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차병원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조교수
한양대학교 뇌유전체의학(자폐) 석사
KAIST 뇌유전체의학(자폐, 조현병)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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