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하루 종일 걱정을 하라면 어떤 걱정을 하겠는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잠을 설친 까닭에 하루 종일 일에 집중을 못 할까봐 걱정하고. 출근하면서 차 막혀서 지각할까봐 걱정하고. 출근해서는 오전 미팅 발표 때 실수를 할까봐 걱정하고. 오후에는 제 때 일을 맞추지 못 해 늦게 퇴근할까봐 걱정하고. 퇴근할 때는 다시 차 막힐까봐 걱정하고. 저녁에는 잠을 잘 못 잘까봐 걱정하고. 결국에는 잠을 잘 못 자고.

실제로 하루에 이렇게 다양한 걱정을 하는 것은 드물다. 오히려 한 가지 걱정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걱정의 대부분은 불필요한 걱정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연구를 통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모없는 걱정이라고 했던 것처럼.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걱정을 반복하고 있다. 계속 걱정이 떠오르는 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걱정과 관련한 다양한 모델이 있는데, 그 중 메타걱정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메타는 about(~에 대한)이라는 뜻을 가진다. 결국 메타걱정이란 걱정에 대한 걱정을 말한다.

대부분 처음에는 긍정적인 믿음에서 걱정이 시작된다. ‘걱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지.’, ‘이 걱정은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 등. 하지만 걱정을 하다보면 걱정에 대한 걱정을 시작한다. ‘걱정이 계속 떠올라. 걱정을 그만두고 싶은데 걱정을 그만둘 수가 없어.’ 처음에 말한 걱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걱정이지만, 두 번째 말한 걱정은 병리적인 걱정이다.

걱정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걱정시간이라고 해서 특정한 시간에만 걱정을 하는 방법이 있다. 하루에 딱 한 시간(주로 퇴근 이후 이른 저녁시간을 잡는다. 너무 늦은 시간에 걱정을 하게 되면 수면에 방해를 줄 수 있다.)만 걱정을 해보는 것이다. 또한 특정한 장소에서만 걱정을 한다. 침실 보다는 거실 밖이 좋고, 걱정시간을 위해 따로 배정된 공간이나 방 안의 책상에서 걱정을 하는 것이 좋다. 시간 뿐 아니라 장소까지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걱정이 떠오르면(위에서 처음 말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걱정보다는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걱정이 효과적이다.) 걱정시간으로 미룬다. 아직 걱정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강해 까먹을 까봐 걱정이 된다면 걱정노트에 적어두도록 한다. 그리고 걱정시간에 진지하게 걱정에 임하도록 한다.

걱정시간의 효과는 ‘걱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조절감을 주고, 걱정시간 외에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걱정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는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걱정 때문에 머리 아프고, 인상 쓰고, 신경질 낼 일이 줄어든다. 걱정시간의 특이한 효과는, 1~2주 열심히 걱정시간의 1시간을 준비하고 집중하다 보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1시간 동안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귀찮아지기도 한다. 고3학생이 수능을 앞두고, 자려고 하면 어려운 문제들이 떠올라 걱정을 해야 했다. 그래서 잠자리에 누운 후 문제들이 떠오르면 노트에 적어두고 다음날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웠다가 일어나기가 귀찮아져 그대로 잠을 청했고, 나중에는 결국 문제들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