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강한데, 점점 더 더워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지난번에 이어 오늘은 마취 전 검사 및 금식에 대해 설명하고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드릴까 합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667

 

“검사 없이 마취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평소에 별문제 없이 지내는데, 마취를 한다고 검사를 너무 많이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왜 이렇게 많은 검사를 하는 하는거죠??”

 

많은 분들이 마취 전에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불편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마취 전 검사와 금식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시행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평소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취가 되어 있는 상황의 몸은 평소와는 다릅니다. 젊은 건강한 사람이라 해도 전신 마취 상태가 되면 온몸에 피를 보내주어 산소 및 영양분을 배달하는 것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술과 같은 큰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몸의 입장으로는 더욱 위험하지요. 그래서 준비가 중요합니다.

 

모든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는 흉부단순촬영(chest X-ray),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기본혈액검사(혈색소, 백혈구, 혈소판, 간  수치, 신장 수치 등)입니다.

 

여기에 환자의 병력이나 증상에 따라 다른 세부 검사들을 추가로 시행하게 됩니다.

 

사진_Diver Dave

 

흉부단순촬영

전신 마취를 받게 되면 사람은 스스로 숨을 쉴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인공호흡 기계의 도움을 받아 숨을 쉬게 되지요. 따라서 이러한 기계호흡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 문제나 폐 질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흉부 단순 촬영(Chest X-ray)를 시행하게 됩니다. 기계 호흡을 위해서는 ‘튜브 삽관’이라는 술기를 진행하게 됩니다. 흉부단순촬영을 통해서 ‘튜브 삽관’ 시, 튜브의 끝이 위치할 적절한 깊이가 어디쯤인지, 튜브가 지나가야 하는 기도에 비정상적으로 좁아진 부위는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의 차가 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예외’라는 것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증상이 없어도 흉부단순촬영에서 폐의 질환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다면 전신마취를 미루는 게 맞습니다. 마취 시의 기계 호흡에 의해 국소의 질병이 폐 전체로 퍼지는 경우도 있고 술 후 폐 기능의 급격한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심전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장의 질환, 기능적인 문제에 대해 알려주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마취 약제가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약물 주입 시의 저혈압, 부정맥, 심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완전히 해결된 약제는 아직 없습니다. 마취 유도 중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심전도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비정상적인 심전도 소견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마취를 중단하고 수술이나 검사를 연기하게 됩니다. 그 후 상세한 심장 검사를 시행한 후에 다시 마취를 진행하게 되지요.

 

혈액검사

기본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환자의 전신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 수치 및 수술 중등도에 따라 수액 공급을 위한 정맥 주사 라인의 수와 종류를 확보하여 출혈에 대비합니다. 또한 간수치, 신장 수치에 따라 문제가 있는 장기의 기능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취 약제 및 마취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바늘을 사용하는 마취(부위 마취, 척수 마취 등)는 침습적 시술로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아스피린 등의 항응고제 복용, 혈소판감소질환 등)에서는 시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취 전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응고수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금식

금식을 하는 이유는 전신마취 과정에서 위의 내용물이 역류, 기도로 들어가 질식이 일어나거나 흡인성폐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6~8시간의 금식을 하게 되는데 소량의 물은 상황에 따라 섭취 가능합니다. 2시간 전의 수분 섭취는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구토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마취 전 금식에 대해서는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수술의 내용, 수술 중 발생 가능한 여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금식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사진_픽사베이

 

전신마취는 알겠는데 부위마취, 수면마취에서는 마취 전 검사와 금식이 왜 필요한가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부위마취나 수면마취가 계획된 경우에도 마취 전 검사 및 금식이 필요한 이유는 술기 실패, 마취제 부작용 등에 의한 전신마취로의 전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부위마취의 경우 술기가 실패하여 마취가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전신마취로 전환해야 합니다. 시술자의 미숙함도 원인이 될 수 있고, 환자가 비만한 경우 해부학적 구조가 전혀 만져지지 않거나 바늘이 필요한 공간까지 도달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특히 부위마취는 심폐기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의 수술에 많이 적용되는데 퇴행성 척추 변화, 척추 협착증 등의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아 구조적으로 바늘의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 검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고령 환자의 부위마취 시에는 요추단순촬영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또, 마취가 잘 되더라도 약제가 너무 높은 척추 부위(머리 쪽으로)까지 퍼지거나, 혈관으로 마취 약제가 들어가서 발생하는 호흡 억제, 경련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에는 전신마취로 급히 전환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검사 및 금식을 하게 됩니다.

 

수면마취가 전신마취로 전환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마취 약제에 의한 호흡부전 입니다. 체중에 따른 적정 용량을 주입해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초기에는 의사가 마스크를 통한 호흡 보조 및 유지를 시행하지만 지속적으로 자발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튜브 삽관을 하고 전신마취로 전환해야 합니다. 

 

마취 전 검사 및 금식은 환자에게는 가장 안전한 마취 및 수술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또한 의사에게는 언제 생길지 모르는 환자의 응급상황에 가장 적절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쓸데없는 검사가 아닐까 기분 상하시는 일 없기를, 금식 시간에 맛있는 음식 몰래 드시고 의료진에게 거짓말하시는 일은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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