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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한 간 때문이야!”
유명한 CF 광고죠. 정말 피로는 간 때문일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피로’는 정말 흔한 증상입니다. 눈뜨면 북적이는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시간을 보내고 해지면 집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에서 우리 중 누가 ‘피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과질환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해리슨 내과학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에서도 “피로는 임상학에서 가장 흔한 증상이다”라고 쓰여 있을 정도죠.

 

하지만 피로는 정말 어려운 증상입니다. 왜냐하면,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처럼 눈에 보이는 검사 수치를 가지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 피로라는 매우 주관적인 증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1개월 이상 피로감이 계속되는 것을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나면 “만성 피로” 라고 합니다. 만성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간염, 간 기능 부전, 만성 신부전 같은 신체 장기의 문제부터 결핵이나 기생충 질환 같은 감염성 질환, 수면 무호흡증 같은 수면 장애,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습니다. 드물게는 악성 종양(암)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정말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질환들이 ‘피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장기간 지속되는 피로는 단순히 내 몸이 상쾌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질병’이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오늘은 피로를 일으키는 많은 질환들 중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것처럼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갑상선 기능 이상이라고 말하는데, 호르몬 분비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을 ‘갑상선 기능 항진증’, 호르몬이 부족한 것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합니다.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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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무엇인가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원인은 크게 갑상선 자체가 충분한 호르몬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과, 갑상선이 호르몬을 만드는데 충분한 신호가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호르몬을 만드는 공장에 문제가 생긴 경우와, 주문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중 대부분은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가장 흔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이라고 하는데, 자기 갑상선을 외부 물질로 인식한 ‘자가항체’가 갑상선을 파괴하는 질환으로 점차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떨어지게 되죠.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이 있나요?

 

갑상선 호르몬은 신체 대사에 관여하는 물질이라,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 경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어느 한가지 뚜렷하지 않고 모호하게 나타나면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도 쉽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먹는 양이나 활동량에 비해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붓고 피로감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요. 피부가 건조하고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거나 탈모나 변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여자의 경우 월경주기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죠. 목 앞쪽에 갑상선이 커져 혹처럼 보이는 갑상선 종을 동반하기도 하고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가끔 진료실에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계시는 환자분들이 “갑상선 수치가 낮대요” 또는 “갑상선 수치가 높대요”라고 하시는데 둘 다 맞는 얘기입니다. 갑상선이 파괴되어 갑상선 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혈중에 있는 갑상선 호르몬 (T3, T4)은 떨어지게 되고,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갑상선에 신호를 보내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 (TSH)은 높아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갑상선 기능 저하증 증상은 없으면서 TSH는 높지만 T3, T4는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를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합니다. 무증상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경우 20~30%에서 증상이 있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하며, 동맥경화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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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어떻게 하지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을 때에는 부족한 호르몬을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여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이때, 호르몬제의 흡수를 일정하게 잘 시키기 위해서는 공복 상태에서 물과 함께 먹어야 합니다. 흔히, 철분제나 제산제 등 다른 약물을 함께 복용하거나 커피, 두유 등 물 이외의 것과 함께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호르몬제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반대 질환,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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