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주현 선생님 인터뷰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3월 인천시 동춘동에서 일어났던 여아 살인 사건은 그야마로 세간을 뒤흔들었다. 18세의 김모양이 만 8세 여아인 A양을 살해 후 잔인하게 유린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십거리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가 방송에 오르면서 김모양의 엽기적인 범행 과정이 하나씩 드러날 수록 대중의 술렁임도 점점 더 커져갔다. 김모양은 아무런 연고도 없던 A양을 유괴하여 케이블로 교사한 뒤 식칼로 난자하여 용의주도하게 시신을 토막내고 일부는 쓰레기통에, 일부는 물탱크에 유기하고 일부는 동료에게 전달하였다. 아연실색할 김모양의 행각은 모두에게 충격과 두려움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근원적인 물음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때로는 분노에 가득찬 어조로, 때로는 염세적인 어조로 모두가 떠올린 그 물음들은 "인천 여아 살인 사건"의 여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체 왜 그런거지?"

"걔는 도대체 왜 저런 미친 행동을 한거야?"

"어디서 저런 괴물이 만들어진거야?"

 

각자의 감정들로 뒤섞인 질문들은 조현병, 아스퍼거 등의 정신질환에서 SNS, 캐릭터 커뮤니티, 심지어 여혐 남혐의 논리까지 맹목적으로 그 대상을 찾아 우왕좌왕하고 있다. A양의 잔인한 죽음이라는 끔찍한 사건에서 피어오른 분노는 그 투사될 희생양을 찾아 사람들의 입과 입을 옮겨다니고 있다.

 

인터넷 댓글 창을 메우는 시시비비들을 보고 있노라면, 언뜻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의 그것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정신과 환우들을 매일 마주치는 의료진의 일원으로서 느꼈던 그 때의 안타까움이 재현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매번 끔찍한 범죄에 대해 도매금으로 오명이 덧씌워지는 조현병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서러움에 대한 안타까움 말이다.

 

'정신과 환자들은 위험하다. 정신질환자들은 잠재적 범죄자이다.' 라는 식의 해묵은 편견은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대중의 무의식 속에서 덩치를 키워간다. 천인공노할 살인사건의 범죄자가 정신질환을 앓았던 적이 있다고 해서, 내 이웃의 조현병 환우가 갑자기 나를 칼로 찌를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두려움은 일단 한번 커지기 시작할 수록 스스로 성장의 꼬리를 문다. 두려움은 비난으로, 차별과 핍박으로 이어진다.

 

과연 정말로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에 의한 것일까. 아니라 하더라도 정신과 질환 때문에 이런 끔찍한 범죄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일까. 내 주변의 정신과 환자가 이런 일을 벌이게 될 수도 있을까?

 

인천여아살인사건과 조현병,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답답한 궁금증들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들을 이주현 선생님의 인터뷰(2017.6.17 '그것이 알고 싶다' :비밀친구와 살인 시나리오 - 인천 여아 살해 사건의 진실)를 통해 들어보자.

 

사진_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질문 1 : 이번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 환자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와 같이 사건과 관련하여 정신질환에 촛점을 맞춘 언론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것에 대해 정신의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답 : 이번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리고 쉽게 설명되지도 않으며 합리화되어서도 안 됩니다. 저는 범인을 만나본 적이 없는 의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조현병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복잡한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사람들은 되돌아보기도 싫은 이러한 엄청나고 끔찍한 사건을 정신병자의 이상행동으로 간단히 설명하고 덮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도 정신질환의 문제 하나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실제 정신질환과 강력 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한 객관적 연구 데이터에서 드러납니다.

 

질문 2 : 정신질환과 강력 범죄 연관성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어떻습니까?

 

답 :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2011년)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였습니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비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의 15분의 1에 불과한 것입니다.

 

정신의학적 진단 체계에서 일반인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품행장애를 제외하면 공격성이나 범죄적 폭력이 일반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없습니다. 일부 정신질환이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충동성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물고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입니다.

 

악한 것과 정신 질환을 앓는 것은 명백히 다른 것입니다. 편견에 기초해 정신질환 환자들을 범죄적 폭력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 도리어 약자를 괴롭히는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악입니다.

 

정신질환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큰 장벽은 도리어 사회적 편견입니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정신질환 환자가 숨기에 급급하고 이 때문에 제때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받고 위험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이미 수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적 치료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일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신의학적 치료의 효용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을 단지 한 개인인 정신병자의 이상한 행동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사실에도 맞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러한 사건의 재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접근도 아닙니다.

 

질문 3 :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이 낯선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답 : 아스퍼거 증후군은 간단히 설명하면 정상지능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애와 제한된 상동적 관심과 행동이 주된 어려움으로 나타납니다. 타인의 마음읽기 능력이 부족하여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사회적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질문 4 : 아스퍼거 증후군과 범죄적 폭력의 상관성이 있나요 ?

 

답 : 최근 연구논문에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범죄적 폭력행위의 위험성의 증가는 없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사이코패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실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은,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진료현장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십년 간 가족 협회나 사회적 기업 등의 자생적 발전으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고 자신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한 편견으로 많은 정신질환을 앓은 환우들의 이러한 노력들에 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만약에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가 강력범죄를 일으킨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반 인구에 비해서 극히 드물고 법정신의학적으로는 반드시 우울증, 강박증, 조울증, 사회불안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조현병 등의 다른 공존 질환 여부를 탐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존 질환도 범죄와 직접 인과적 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 5 : 그러면 이 사건에 대해 전체적이면서 해결 방안을 찾는 방향에서 접근한다면 어떻게 봐야할까요?

 

답 : 모든 강력범죄는 공격성의 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격성은 인간 본성에 깃들어 있는 위험이고 그것은 인간이 소외되고 고립될 때 더 증가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 적응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리고 사회적 유대가 끊어졌을 때 사람은 필사적으로 무엇인가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 때 청소년들은 쉽게 인터넷 가상 세계 속에서 대체물을 찾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절박하게 그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할 때 일방적으로 치우친 소집단이 서로의 병리적 정신상태를 왜곡시키고 악순환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범죄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OECD국가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이 보여주듯이 정신건강을 위한 안전망이 부족한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이러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토대를 품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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