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라는데 전신마취 때문에 이렇게 온갖 검사를 다 해야 해요?”

“부위마취인데 전신마취하는 것처럼 검사하고, 금식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수술실에 들어온 환자분들에게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의문을 가지시는 게 당연합니다. “이래 저래서 마취를 하는데 환자분은 이런저런 검사가 꼭 필요하니 시행하겠습니다~”라고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마취에 필요하니까 하세요”라고 통보하고 무조건 검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저도 ‘이렇게 건강한 젊은 청년이 무슨 문제가 있겠어?’하며 마취 전 검사 결과를 영혼 없는 눈으로 검토한 적도 많았답니다. 그 답을 드리기 위해서 오늘은 우선 마취에 대해서만 먼저 알아볼게요.

 

‘마취’란 견디기 힘든 통증, 공포를 비롯한 불쾌한 심리 상태가 예상되는 모든 수술 및 다양한 처치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 행위입니다. 크게는 국소마취, 부위마취, 전신마취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수면마취도 마취통증의학과 영역에서 전신마취에 속한답니다.

 

국소마취는 수술할 부위 주변에 직접 국소마취제를 바르거나 주사해서 신경말단을 마취시키는 것으로 간단하고 금식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정말 드물게 혈관으로 다량의 국소마취제가 들어가거나 국소마취제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특이체질이 아닌 이상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 혹은 단점은 마취가 충분히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주사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큰 환자이거나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어린아이들에서는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사진 pexel
 
 

부위마취는 말 그대로 신체의 일부분, 구획을 마취하는 것입니다. 팔이나 다리의 일부, 하반신 전체, 엉덩이 주위 등 원하는 부위의 신경을 차단하는 것으로 척수마취, 경막외마취, 상완신경총 마취 등이 있습니다.

 

척수마취는 척수강(뇌척수액이 있는 공간) 내로, 경막외마취는 척수를 싸고 있는 경막이라는 구조의 바깥 공간에 바늘을 진입시켜 국소마취제를 주입하여 마취시키는 방법입니다. 심장과 폐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전신마취의 위험성이 큰 환자들의 하복부, 상지, 하지, 회음부, 항문 쪽의 수술에 많이 이용됩니다. 요새는 거의 대부분의 산모들이 시행하는 ‘무통분만’이라는 것도 경막외마취를 아주 약하게 시행하여 진통의 강도를 줄여주는 것이지요.
 


상완신경총 마취는 경추에서 나와 목 앞, 겨드랑이 쪽으로 지나가는 신경다발 주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여 어깨, 팔을 마취시키는 방법입니다. 상지의 수술에 이용하며 최근에 어깨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한 방법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사진: gratisography

 

전신 마취는 폐로 마취가스를 흡입시키거나 혈관을 통해 약물을 투여해서 중추신경을 억제, 온몸의 감각과 의식을 소실시키는 마취입니다. 수술과 기계호흡의 편의성을 위해 보통 근이완제를 같이 쓰게 됩니다. 환자는 자발호흡이 없어지므로 입 또는 코를 통해 기도까지 튜브를 삽입하는 기도 내 삽관을 하고 튜브를 마취기와 연결해 일정하게 산소와 마취가스를 환자에게 전달합니다. 수술이 끝나고 나면 환자를 마취에서 깨워 자발호흡과 의식이 돌아오게 한 후 튜브발관을 시행합니다. 전신마취 환자가 목이 아픈 이유는 이 과정들 때문이고 목통증은 정상적으로 1-2일 정도면 사라집니다.

 

마취제와 기계호흡으로 인한 심장기능, 폐기능 저하 가능성이 다른 마취보다 크지만 거의 모든 수술에 다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마취입니다. 마취에서 깨어난 후의 두통, 울렁거림 등이 흔한 부작용이지요. 그렇지만 옛날과는 달리 현재는 많이 개선된 흡입마취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어졌고 체내에 잔류하는 시간도 짧아져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진: gratisography

 

마지막으로, 수면마취란 혈관으로 정맥마취제(미다졸람 midazolam, 프로포폴 propofol 등)를 일회 또는 지속적으로 주입해서 수술하는 동안 환자가 일시적인 의식 소실, 수면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환자 만족도와 의료 행위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장점 때문에 내시경 등의 시술, 간단한 성형 등에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요.

 

그러나 정맥마취제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마취과 의사들은 전신마취보다 기를 빼먹는 마취라고 얘기합니다. 어떤 환자는 정량의 1/4만 투여해도 갑자기 숨을 안 쉬는가 하면 신체 건강한 환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약을 계속 줘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거든요... 마취방법은 간단하지만 환자의 호흡,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을 체크할 수 있는 장치, 그리고 환자의 반응과 때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의료진이 꼭!! 필요합니다.

 

프로포폴은 작용 시간이 짧고 마취 후 불쾌한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약입니다. 하지만 약효를 바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길항제가 없고 저혈압과 호흡 억제의 위험이 은근히 커서 신경 써야 합니다. 그래서 최근 마취과에서 가장 빈번한 의료분쟁 대상의 하나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지요.

 

오늘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다음 글에서 마취 전 검사와 금식이 왜 필요한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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