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뇌부자들 [7화 Part 2-2]

 

B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수련의입니다. 사연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저희 과 임상강사 선생님 때문입니다. 그 분은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타 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저희 병원으로 오셨는데, 진료와 논문작업에 욕심이 많고 열정적이어서 성과도 많이 내시고 스스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수련의나 전공의 들을 과하게 피곤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자면 한 학생이 그분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자 갑자기 임상교수라고 적힌 자기 명찰을 내동댕이 치면서 교수라고 부르라고 화를 내시고 수련의들에게 자기 호칭을 똑바로 해달라고 정색하신 적이 있어요. 그리고 항상 고년차 전공의가 보조를 서도록 요구하고 본인 환자는 절대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는 등, 과 전체 사정을 무시한 행동을 하여 다른 교수님이나 직원들과 마찰이 잦아요.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비일관적으로 화를 내는데요, 한 번은 그 분이 주최하는 세미나 시간에 다른 교수님과의 식사가 잡히게 되어 말씀을 드렸더니 밥 약속이 중요하냐며 화를 내고 전화를 끊으신 적이 있어요. 이전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밥 먹고 보자고 얘기했던 적도 있어서 상황마다 다른데, 이런 식으로 자기 기분에 따라 화를 버럭 냅니다. 제가 뭘 잘못해서 혼날 때에는 환자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구요. 어처구니 없이 당할 때는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 위에 교수님들께 말할까 싶다가도 그 분들이 해결해줄 것 같지도 않아서 답답하네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진 골든타임 (MBC, 2012)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사연 잘 읽어보았는데요, 저희도 다들 병원 생활을 해보았기 때문에 사연 내용이 크게 와 닿았고, B씨께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사연 내용의 주인공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낮은 자존감, 그리고 부족한 공감 능력이 특징이신 분이 아닌가 싶네요.

 

우선 낮은 자존감이 자극 받게 되는 상황에서 견디지 못하고 화를 내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교수님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고 명찰을 집어 던지고 화를 냈다는 건, 그 분의 낮은 자존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요. 임상강사라는 자리가 임상 조교수, 임상 교수 등의 공식직함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보통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데요, 설사 실제로 호칭을 잘못한 상황이라고 해도 자존감이 건강한 분이면 그냥 씩 웃으면서 '야, 다음부터는 교수님이라고 불러라'라고 할 수 있거든요. 먼저 약속된 세미나 시간에 다른 교수님과의 식사 시간이 잡혔다는 것을 알고 화를 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내가 무시당했다' 라는 식으로 이해하기 때문이죠.

 

부족한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본인한테는 반드시 보조가 있어야 하고, 자신이 주최하는 세미나가 최우선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맞출 수 없는 상대방의 사정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 같네요. 때로는 이런 분들이 대외적으로는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해요. 화내고 소리지르고 무서우니까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시킨 일부터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다 보니 성과를 더 수월하게 내기도 하니까요.

 

사진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수입 및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런 성격적인 특성이 병적인 수준일 경우 성격장애를 진단 내릴 수 있지만 사연 내용만으로는 명확한 진단을 말씀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성격장애 중 자기애성, 반사회성, 경계성 성격 등이 포함된 B군 성격의 특성을 갖고 계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어떤 성격장애에 해당된다고 하기보다는 ‘성공하는 데 몰두하다가 인간적인 면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오래 전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씨가 연기했던 장준혁 교수도 원래는 인간적인 사람이었지만 교수가 되고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캐릭터를 보여주었죠.

 

성격 차원의 특징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앞으로 계속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시게 될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네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우선 가능한 무시하고 피하는 방법을 택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끔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공감해줄 수 있는 주변 동료들에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해소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구요.

 

또는 반대로 아부를 하거나 비위를 맞추며 주인공의 낮은 자존감을 충족시킴으로써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하다 보면 스스로 지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상 계속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가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시하거나 맞춰주거나, 그 두 방법이 모두 불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조심해달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수직적 관계에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다른 동료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정중하게 담당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서 항의를 해보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병원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조직에서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드리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지만 지금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B씨를 포함한 모든 분들께 힘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상황을 쉽게 변화시키지 못하시더라도 감정을 쌓아두시지만 마시고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시는 것 잊지 마셨으면 해요. 그럼 이만 답장 줄이겠습니다.

 

뇌부자들 드림

 

 

해당사연 링크:

http://www.podbbang.com/ch/13552?e=22280402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뇌부자들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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