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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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성격 진짜 좋더라.”

처음 만난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입니다. 상대의 매너나 대화하는 방식, 표정, 리액션 등 많은 요소가 그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지요. 그런데 그 ‘좋은 성격’이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마냥 친절한 사람? 혹은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 이처럼 좋은 성격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때가 많습니다.

성격의 구조적 특성을 나타내는 이론 가운데 ‘빅파이브 모델(Big-Five Model)’이 있습니다. 50년 이상 요인분석을 통한 경험적 연구에 근거한 것으로, 해당 모델에서는 성격 특성을 다섯 가지 요인에 따라 구분합니다. 그 다섯 가지는 외향성, 신경증, 우호성, 성실성, 개방성으로,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외향성: 타인과 교제나 상호작용을 원하고 타인의 관심을 끌거나 주도하려는 정도

- 신경증: 정서적 불안정, 환경에 대한 민감성, 긴장 정도

- 우호성: 타인에게 동조적이고 포용적이며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

- 성실성: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 등을 기꺼이 지키고, 끈기를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정도

- 개방성: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새로운 경험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 정도 

 

이 가운데 타인의 호감을 가장 높이 살 수 있는 요소는 ‘우호성’입니다. 우호성이 높은 사람들은 친절하고, 동정적이며, 협력적입니다. 따뜻하고 사려 깊다는 평가를 자주 받기도 하지요. 전반적으로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의 욕구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으며, 타인을 돌봄으로써 즐거움을 찾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관계지향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호성이 낮은 사람들은 비판이나 불신, 회의적인 특성이 두드러지며 협동보다 경쟁을 선호하는 등 자기중심적인 편입니다.

이처럼 우호적인 태도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청소년기에 우호성이 높았던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친밀한 관계를 쉽게 맺었으며,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알코올 의존도도 우호적이지 못한 사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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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성과 인간관계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한 연구팀은 2주 동안 167명의 학생을 일대 일로 모니터링하며, 일상생활의 갈등 패턴과 우호성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우호성이 높은 학생일수록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건설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느낀 상처와 분노(anger and hurtfeelings)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얼마만큼의 상처를 받았고, 어느 정도의 분노를 느꼈는지 직접 보고한 것과 교사가 관찰한 것을 비교해 봤더니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즉, 이들은 타인에게 분노하거나 상처를 받는 상황에서도 관계 지향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사람’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우호성은 다섯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① 신뢰: 우호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도가 선의에 있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냉소적이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부정직하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② 이타성: 사회나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으로 볼 수 있으며, 이기심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③ 순종: 갈등에 대한 반응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협력이나 존중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반대 개념은 보복이나 공격입니다.

④ 겸손: 1번부터 3번까지의 개념들은 대인관계나 사회적 행동을 나타내는 반면, 겸손은 한 개인의 자아 개념에 속합니다. 겸손의 반대 개념으로는 자기과시를 들 수 있습니다. 

⑤ 관용: 개인의 판단과 태도가 공감적이고 관용적인 정도를 나타냅니다.

 

타인을 신뢰하고, 정직하며, 이타적인 사람. 그리고 갈등 상황에서 협력이나 존중의 방식을 택하며, 겸소할 뿐만 아니라 관용적인 사람.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기초가 되는 ‘우호성’은 이러한 특징을 키울수록 길러지는 것입니다.

굳이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이는 꽤 합리적인 이야기로 들립니다. 사람의 선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친절과 공감을 아끼지 않는 사람. 누구나 이런 사람의 곁에 머물고 싶지 않을까요? 어쩌면 좋은 사람, 좋은 관계는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따스함. 거기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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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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