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모님이 다툴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시는 사연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Q. 부모님의 잦은 갈등이나 싸움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부모님의 갈등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싸우는 장면에 너무 많이 노출이 되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일단 시각적으로도 그게 굉장히 두렵거든요. 그런데 사람은 이 불안감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나름의 심리적인 조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조작 중에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조작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어요. 나한테서 그 원인을 찾는 겁니다. 내 눈앞에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존재 둘이 싸우고 있어요. 부모님이 두 분 사이의 갈등 때문에 싸운 겁니다. 어린 내가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린아이가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그걸 바꿔요.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거야.' , '내가 무언가를 잘하면 부모님이 싸우지 않을 거야.'처럼 자신의 불안을 조절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싸움을 계속 반복적으로 바라보신 경우에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고, 이게 성인이 되면서는 죄책감처럼 변하게 돼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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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모님의 싸움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은?

부모님의 싸움에 자주 노출되는 문제로 불안감이 크신 분들에게 제안드릴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궁극적으로 그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서 부모님에게 이건 얘기를 해야 됩니다. 눈앞에서 계속 사람이 싸우게 되면 누구나 다 불안해져요. 과거의 부모님이 싸웠던 것도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트라우마라는 것이 이런 것들을 이제 조절하는 것에서 그 치료가 시작이 돼요.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기셨던 분들은 처음에 차를 굉장히 피하시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니까 피하시는 거예요. 내가 사고 났던 그 차종의 차량을 보거나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안감이 올려오게 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하시면 돼요. 이걸 재경험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데 부모님 싸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은 누군가가 싸우는 장면, 누군가가 화난 듯한 느낌, 그리고 이제 갈등이 있었다는 그 증거들, 예를 들어 뭔가 집이 난장판이 되어 있다든가 정리가 안 된 것들만 보더라도 그 불안감이 올라오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경험을 조절하기 위해서 부모님에게 이건 얘기를 해야 됩니다. "부모님이 언성이 높아지거나 싸우는 장면을 보면 불안감이 너무 커지니 내가 없는 장소에서 싸우시거나 또는 최소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형태로 싸워 달라." 이런 얘기를 꼭 하셔야 돼요.

부모님도 알고 계십니다. 부부 싸움이 자녀에게 악영향을 준다 명확하게 알고 계세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 악영향을 주는지 모호하기 때문에 조절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의 싸움에 노출될 때마다 불안해지고, 그래서 내가 늘 힘드니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해 주시고,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 눈앞에서는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 얘기를 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게 불가능하신 경우도 있죠. 부모님이 이런 식의 얘기를 되게 싫어하시는 경우도 있거나 아니면 싸움을 못 피하시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내가 독립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경우에는 물리적인 분리가 먼저 돼야 심리적인 분리가 가능해집니다. 먼저 물리적인 분리를 하게 되면 부모님이 싸우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러면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감정을 느끼는 걸 온전하게 느끼실 수 있게 될 거예요.

불안감이라는 게 워낙 강한 감정이기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른 감정들을 모두 억압해 버립니다. 그런데 불안감이 없어진 상황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정리가 되면 내가 눈앞에 있는 것 때문에 느껴지는 것과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느끼는 것들을 구별하실 수 있게 돼요. 그 과정을 위해서 물리적인 분리는 반드시 필요하니 분리에 관한 얘기를 역시 부모님과 같이 좀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경제적인 여력이 있어서 본인이 결정하면서 분리가 자연스럽게 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이 도움이 필요하고, 부모님도 자녀가 조금 더 건강해지기를 원한다면 본인 힘이 닿는 한 도와주려고 보통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걸 시도해 보시고 이 두 가지 방법도 안 먹힌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Q. 부부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 드리는 조언은?

부부 싸움을 해서 자녀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부모님들도 다 알고 계시거든요. 본인들이 알고 계신다고 해서 자녀가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꼭 자녀에게 싸움이 생긴 이후에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부 싸움의 원인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 주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너 때문은 아니라고는 꼭 얘기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혼 과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예요. 이혼 과정에 있어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결정되는 것을 통보받는 형태가 제일 많아요. 정말 상처 많이 받습니다. 적어도 이혼의 원인에 대해서 너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계속 알려 주셔야 돼요. 그래야 아이가 우회하지 않고 바르게 자라 나갑니다. 감사합니다.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재옥 원장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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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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