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사회문화
[연재] 제3편 :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강제입원, 뭐가 문제인가요?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05.29 07:54

 

<3> 강제 입원 적합성 평가. 정말 가능한가요?

 

개정 법안의 주요 변경 사항 중의 하나는 강제 입원하고 난 뒤 2주 이내에 국공립 정신병원이나 국가 지정 병원에 있는 2명의 다른 정신과 전문의에게 입원 판정을 다시 받아야 입원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조항 역시 쉽게 생각하였을 때는 한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강제 입원의 권한을 남용할 우려를 예방할 수 있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수준의 조항이라는 것이다. 정신병원에 보호자 동의에 의해 입원하는 환자 수는 매년 10만여 명에 달한다. 이는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와 같이 급성 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의 유병률이 매우 높음과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숫자이다. 그러나 이들을 매 입원 2주 이내에 입원이 적합한지 평가해야 하는 국공립 정신병원의 전문의는 140명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140명이 연간 10만명의 환자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러한 인력 부족을 국가가 지정하는 민간 병원이나 공중보건의의 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추산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입원 환자의 수를 감안할 때, 현재 의원급 이상의 정신병원 전문의 중 약 절반이 모두 이 작업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또한 현실적인 숫자로 보기엔 힘든 상황이다.

 

사진 픽사베이
 
 

정신과 전문의 B씨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의사의 입장에서 법안이 불편하다는 점을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라, 이 법안이 장기적으로 현실적인 실행이 가능한지를 가늠해보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B씨는 두세명 정도의 다른 정신과 전문의들과 함께 한 정신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B씨의 병원은 강제입원의 적합성 평가 인력을 제공해야 하는 병원으로 국가에서 지정이 되었다. B씨는 당장 인근 병원, 때로는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서 입원 환자들이 강제 입원을 당해야 할 만큼의 상황이었는지를 평가해야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별 수 없이 가야만 했던 B씨는 그날 환자 진료를 다른 날로 미루고 다른 병원들로 향했다.

각 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면담하여 평가하고, 병력을 청취하고 해당 병원의 의무기록과 입원 과정을 꼼꼼히 비교해가며 평가했다. 문제는 조금 애매한 환자들이 있었다. 자타해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강제 입원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확연하지가 않은 애매한 환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강제 입원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해당 병원에 이야기를 하자, 해당 주치의와 보호자들이 성을 내었다. 만약에 이대로 환자가 집에 갔다가 자살을 해서 죽거나 이웃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책임을 B씨가 질 것이냐는 것이었다. B씨는 다소 불안해졌다. 현재 입원 지속을 해야한다고 판단할만한 정도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잠깐 환자를 본 B씨로서 퇴원 이후의 사건을 보장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케이스들이 쌓여갔고 다른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B씨는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평가에 대해 국가에서 주는 수당은 그 시간에 원래 진료하여 벌 수 있던 금액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B씨는 국가 지정이 되지 않은 다른 병원으로 직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B씨의 개인적인 고민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B씨와 유사한 이유로 입원 평가 업무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기피 업무가 될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B씨가 해당 업무를 피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문제는 제도가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의사 1인에게 떠밀어지던 강제 입원 결정의 책임이 단지 의사 2인에게로 나뉘어졌을 뿐이다.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제한하는 막대한 책임의 소재지에 있어 국가와 제도와 권력은 숨고 전문인의 판단에게로 모든 것이 떠넘겨져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의 장기적인 진행은 기피 업무의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마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국가가 강제로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과도한 업무량과 책임을 강요해야할 터이고 말이다. 어느 쪽이든 그로 인한 피해는 치료 받을 권리를 주장해야할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무거운 인권과 막중한 책임이라면 응당 찾아가야할 적절한 책임의 주체가 필수적이다.

 

사진 픽사베이

 

<4> 그래서 사법입원이 필요합니다.

 

강제입원에는 두가지 종류의 책임이 뒤따른다.

첫째는 강제 입원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 강제로 입원시키는 잘못에 대한 책임이다.

둘째는 강제로라도 입원을 시켜야 할 위중한 상태의 사람을 집에 보내서 사고가 발생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다.

 

어느 쪽도 피하고 싶은 책임이다. 의사도, 보호자도 마찬가지이다. 강제입원을 할 때에는 늘 이 두 책임 사이에서의 갈등이 가장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의사의 역할은 이 환자가 현재 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결정이다. 또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어느 정도로 위급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서 이 사람을 가둬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의학적 판단을 넘어서는 부분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같은 법적 권리를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정신보건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환자의 인신 구속 여부 판단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개정 정신보건법에서는 그 책임을 더 많은 의사들에게로 분산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과 같은 경우는 2인의 정신보건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의 여부를 진단하면, 입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사법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또한 UN 정신질환자 보호를 위한 원칙에서도 정신보건의 2인이 진단 이후 법에 근거한 신뢰할 만한 감독기관을 따로 두어 입원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환자의 치료 받을 권리를 위해서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는 부분은 무척이나 예민한 사항이다. 권리의 제한에는 책임과 처벌이 따르기 때문이다.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고 싶어하진 않는다. 따라서 그 권한을 전문의에게 전가하게 된다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해야만 하는 의료인에게 책임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야만 하는 굴레를 씌워주는 노릇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부에게는 악용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음 또한 분명하고 말이다. 아무리 2인의 추가판정이 된다고 하여도 마음만 먹는다면야 강제 입원을 악용할 수 있는 소지는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은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의사들에게 던져둔 과중한 책임을 원래의 자리인 사법기관으로 되돌려야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는 전국민의 1/4에 달하며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를 넘기는 수치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적인 제고가 필수적인 상황에 현재와 같은 졸속 법안 개정은 이미 곪아있던 현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에 혼란과 부담만을 가중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핵심을 한참 빗겨나간 개정안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뒤늦게나마 개정안에 대한 재고가 시급할 것이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sykjw00@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