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입원, 뭐가 문제인가요?

 

<1> 강제입원의 대상자 축소

 

기존 정신보건법에서는 강제입원이 필요한 사람의 정의를

(1)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병이 있는 환자

“또는”

(2) 자신의 안전이나 타인의 안전을 위해 입원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

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두 가지 요건이 “또는”이 아니라 “둘 모두” 만족시키는 사람만을 입원시킬 수 있도록 축소하고 있다. 자타해 위험성이 있으면서 동시에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만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은 얼핏 보기에는 정신질환이 없는 정상인을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덮어 씌워 입원시킬 위험성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로서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적 구멍으로 드러날 위험성이 다분하다. A군의 예를 들어보자.

 

사진 픽사베이

 

A군은 1년전 조현병으로 진단 받고 현재 외래를 통해 약물치료를 유지 중이다. A군은 현재 특별히 두드러지는 증상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는 1년전 첫 발병 당시에 겪었던 망상과 환청들이 약을 먹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당시에는 망상과 환청을 실제라고 믿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였고 병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하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A군은 현재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2달전부터 A군이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A군에게 걱정어린 충고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되어서 평생 못 끊는다더라”, “정신과 약을 오래 먹으면 바보가 된다더라” 등의 근거 없지만 만연한 오해들에 대해 친구들은 이야기하였다. A군은 불안해졌다. 실제로 최근 아무 증상 없이 안정적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이후 A군은 약을 조금씩 주치의 몰래 끊기 시작했다.

 

약을 끊고 증상이 바로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A군은 조금씩 변해갔다. 쉽게 불안해했고, 주변 사람들이나 이웃들을 의식하는 눈치가 두드러졌다. 1달 전부터는 망상적인 이야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정신과 약을 먹는 것을 정부가 알아차리고 SNS와 통신사에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A군의 부모는 다시 A군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려 하였으나 A군은 망상으로 인해 치료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소문이 났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까지 데려가서 약을 받아오기도 했으나 A군은 약을 먹지를 않으려했다. 욕설을 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하진 않았지만, A군은 SNS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A군의 부모는 과거 발병 당시 주치의에게 조현병은 재발이 잦을수록, 증상의 악화가 심할수록 완치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A군의 치료가 답답하기만 했다.

 

사진 픽사베이

 

이러한 경우, A군은 현재 입원 치료를 받을만한 정신질환이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 현재 시점에서는 자타해 위험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현행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보호자(부모)와 정신과 전문의의 의사에 따라 A군이 입원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조현병은 위중한 질환이지만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을 경우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고, 적정수준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A군 역시 악화된 급성증상이 호전될 경우 스스로의 치료 필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약을 먹고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이 악화될 때에는 여지 없이 ‘스스로의 병을 거부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 증상에 의해 치료가 중단될 때에는 점점 더 치료하기 어려운 굴레로 들어가는 악순환을 막을 도리가 없다.

 

5월 개정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따르면 A군은 정신질환은 확인되지만 현재로서의 자타해 위험성을 증명할 수 없어 입원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외래치료는 더욱 불가능하다. 결국 해결책은 A군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스스로를 해하고 난 뒤에야 입원을 시켜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해진 증상에는 더욱 오랜기간의 입원치료와 더욱 높은 용량의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보호자들 역시 이대로 두었다가는 무슨 일이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일이 날 때까지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질환을 가래로 막아야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자타해 위험성이 뚜렷하게 두드러지만 아직 정신질환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초발(初發) 정신병 환자나 인격장애 등의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로 불거질 수 있다. 꼭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쓴채 환자가 귀가 해야만하는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참고했다는 WHO의 권고안에서도 자타해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은 and/or라는 접속사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쪽만 충족될 경우에도 충분히 치료를 진행해야할 타당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에서의 강제 입원 대상 축소는, 악용의 소지를 줄여야한다는 한쪽 면만을 바라보고 실제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실상은 고려하지 못한 반쪽 짜리 결정인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2> 퇴원한 환자들이 갈곳은 정해졌나요?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취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큰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중 76%가량이 강제에 의한 비자의(非自意) 입원이다. 이는 프랑스 12.5%, 독일 17.7%, 이탈리아 12.1%, 영국 13.5% 등 선진국 비자의 입원비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 정신질환자의 평균 입원기간은 237일로 독일 26.9일, 영국 52일, 프랑스 35.7일, 이탈리아 13.4일 등 약 50일 미만인 선진국에 비해 매우 길다.

 

▷위의 통계는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들이나 완치가 어려운 만성 정신질환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하여, 우리나라의 현재와 같이 단순히 강제 입원을 하여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장기간 입원만 지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급성기 치료만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 정신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해야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신질환자들을 너무 가둬놓고만 있으니, 조기 치료 사회재활 쪽으로 치료의 방향을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진행해나가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고 정신질환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는 점에 대해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동의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강제적인 입원, 스트레스원으로부터의 격리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그게 만병통치가 될 수는 없다.

 

사진 픽사베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실정과 보호자들의 의식 수준이 이를 당장 실현하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발전시켜나갈 제도적 뒷받침 또한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의 정신보건법 대책 TFT 위원인 백종우 위원(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현 개정안이 실시될 경우 현재 입원해있는 환자의 50%이상이 갑자기 퇴원조치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 중 1만 5천여명이 갑자기 퇴원해야하는 상황이 눈 앞에 닥친 것이다.

 

입원환자가 수가 과도하게 많으니 일단 퇴원부터 시키자라는 식의 논리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일차원적 결론이다.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고 사회로의 적응을 도모하는 것은 점진적인 과정을 동반해야할 수 밖에 없다. 퇴원한 환자들을 지역 기반 자치단체나 국가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권 안에 유지시키면서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순차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제반이 전혀 갖춰진 바가 없다.

 

당장 장기입원 정신병원들 같은 경우에는 개정법안에 의해 퇴원명령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오히려 보호자들이 퇴원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해 병원에 정신질환자를 ‘버리는’ 보호자들도 여전히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자들은 퇴원 명령이 병원에서 내려진다 하더라도 병원에 찾아오지도, 환자를 데려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는 보호자 잘못이고 병원에서는 책임이 없다 라고 이야기하며 중증의 정신질환자들을 거리로 내몰기엔 그것이 오히려 더 환자에게 가혹하고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장기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갑자기 퇴원할 경우에 대한 현재로서의 현실적인 대책인 요양시설로의 전원도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환자의 인권의 문제를 더욱 심화 수 밖에 없다. 요양시설은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환경위 유지와 관리가 병원에 비해 더욱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입원해있기를 거부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요양소의 생활 또한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결국은 더욱 열악한 정신질환자 강제 수용소의 재생산에 불과한 상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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