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과대포장’의 독에서 벗어나기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고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목표하는 대학을 수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학년일 땐 명문대 진학을 당연시 여기지만, 막상 수험생활을 시작해 보니 막막함을 느끼는 것이죠. 취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졸업 전엔 대기업에 취직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겪어 보니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고는 합니다.

여러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에 의해 남보다 밝은 미래를 예측하고, 실제 소유한 것보다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능력 밖의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등 스스로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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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건 일반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평가를 받을 때

타인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상황에 놓이면, 사람은 통상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자부심을 강화하거나 불안과 신경증을 줄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성격 특성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특성의 장점을 과장하게 만듭니다. 면접장에서 자신의 장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면접관 중 한 명이 “차분한 스타일은 아니신가 보군요”라고 말하면, “대신 저는 엄청 밝고, 사교적입니다. 누구라도 1분 만에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과장하는 것이죠. 사실 그만큼 활발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과장된 긍정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특성’에 비추어 나를 판단할 때 가장 크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선한 행동을 선망하고, 칭찬합니다. 따라서 면접장에서 사회봉사 점수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실제로 봉사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고 이타적인 성격인지를 강조해서 말하게 됩니다. 

이런 경향은 다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줄어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정말로 친절하시네요. 배려심이 넘치시는 것 같아요”라고 칭찬하면, 자신의 현재 능력을 과장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겸손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자신의 불안이나 부족함을 숨기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비교를 당할 때

사람들은 특히 사회적으로 누군가와 비교될 때 자신에게 유리한 평가를 내립니다. 자신의 상황이나 능력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편견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기 우호적 평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이 어려운 업무를 수행할 때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어떤 난관과 악조건이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게 되지만, 다른 사람 역시 유사한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입사 동기가 먼저 성과를 낸 상황이라면, 자신은 상대적으로 여러 조건이 나빴을 뿐이며, 동일한 상황에 있었을 경우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위의 두 가지 상황에서는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도 다릅니다. 첫 번째, 평가를 받을 땐 안와전두피질과 기저신경절의 활성화가 증가하고, 중간전두회의 활성화는 감소합니다. 반면 비교를 당하는 상황에서는 안와전두피질 활성화가 관측되지만, 측두엽, 후두엽, 전두역과의 연결은 감소됩니다. 즉, 두개의 과장된 자기긍정은 다른 양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자기 긍정이나 낙관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외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평가를 받을 때 나타나는 과장된 긍정성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이 과장한 만큼의 실력으로 단숨에 성장하지 못하면, 금세 들통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냉정한 자기 통찰을 해야 합니다. 

반면, 비교당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과장하게 된다면 이러한 통찰보다 내가 타인의 상황이나 능력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다른 사람 역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성취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를 과대포장하거나, 타인을 평가절하하지 않아도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 빛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시야를 흐트러트리는 ‘장밋빛 필터’를 걷어내고, 내 안의 숨은 진주를 올곧게 직면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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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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