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독실한 종교인인 직장 동료가 있다. 그는 주말마다 열심히 종교 생활을 하고 봉사도 나간다. 그런 그는 퇴근할 때 종종 비품실에서 봉지 커피 몇 개와 간식을 챙겨간다. 다른 직원들도 가끔 그러는데, 그의 행위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종교인이 생각보다 비윤리적이네.’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윤리(倫理)’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 더 윤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종교와 윤리의식에 관한 많은 연구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준다. Asia Pacific Journal of Management에 실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종교적인 사람일수록 직장에서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한다고 하였으나 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실린 연구에서는 종교적인 사람일수록 더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종교적인 사람이 더 윤리적이거나 비윤리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종교에서 윤리적 미덕을 강조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교적인 사람들에게서 윤리적 태도를 기대하게 된다. 


윤리에는 공감, 정의, 절제, 투명성, 성실, 지혜와 같은 여러 가지 속성이 있으며, 윤리적인 사람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윤리를 위반할 수 있는 외부의 압력이 개인의 욕심과 연결될 때, 윤리의 여러 가지 특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합리화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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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크고 작은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캐나다 York University 대학의 Christopher Chan 교수는 감성 지능이 높을수록 자신의 윤리의식을 잘 지킨다고 말한다. 감성 지능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감성 지능이 높을수록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독실한 종교인인 직장 동료가 봉지 커피를 가져가는 것은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간식을 채워 넣는 사람의 수고로움을 살피거나,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하는 같은 부서 동료들이 느낄 수 있는 억울함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행위다.


종교적인 사람일수록 비윤리적일 수 있다는 Journal of Business Ethics에 실린 연구 결과로 돌아가 보자. 이 연구에서 종교적인 사람이 더 비윤리적일 수 있는 이유로 배타성을 들었다. 사회적 의미의 배타성은 타인을 배척하고 거부하는 행동이나 성질을 말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것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낮은 정서 지능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정서가 주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신의 감정 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점검하고 구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이끄는 능력을 의미한다.


종교의 유무나 종교의 종류보다는 ‘나의 행동이 인간관계나 조직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윤리적 미덕을 발견할 수 있다.

신림 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전형진 정신과 전문의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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