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회의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회의를 하느라 하루가 다 가버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회의가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모든 회의에서 좋은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오너, 팀장을 맡은 이가 말이 많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종종 환자분들에게 끔찍한 회의는 무엇인가 질문을 했더니 ‘원래 목적을 떠나 업무에 대한 충고로 이어지는 회의’라는 공통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회의인지 모르겠고 시간이 아까우며 감정만 상한다는 것입니다. 꼭 업무 회의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회의, 가족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한 환자분의 가족회의에서도 아버지는 자녀와 대화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간식을 먹으며 여행 계획도 세웠지만 어느 시점부터 가족회의는 아버지의 잔소리, 충고로 점철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자녀는 감정이 상했고, 가족회의 시간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는 자녀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아버지로서, 인생을 앞서 경험한 선배로서 피드백과 충고를 들려주려다가 자녀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쪽으로 흘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회의를 지치고 피곤한 쪽으로 이끄는 것일까요?

한 프랑스 심리학자Tijs Besieux는 업무에서 피드백을 받은 사람의 1/3이 피드백을 받은 후, 사기와 수행력이 저하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안 하니만 못한 역효과를 일으킨 것이죠. 모든 피드백이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피드백의 어떠한 일면은 분명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피드백은 서로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피드백의 파괴적인 영향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도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피드백이나 충고는 더더욱 예민하게 감정을 건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인지 심리학자 Richard Boyatzis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그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긴급상황에서 빠른 방어 행동 또는 문제 해결 반응을 보이기 위한 투쟁/도피 반응(“Fight-Fight” System)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비판적인 피드백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인지/정서/지각’의 신경회로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피드백을 받을 때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새로운 뉴런이 성장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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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과 충고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수행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피드백과 충고를 통해 긍정적, 발전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주 Central Queensland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의하면 피드백은 ‘내용, 과정, 사람, 기대치’ 이 4가지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은 ‘기대치’였습니다. 바라는 결과가 무엇인지, 피드백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사전에 서로 충분히 공유되어야 합니다.

특히 상하 관계에서는 서로의 기대치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는 책임을 함께 지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때도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받는 업무 평가를 예로 들어봅시다. 업무 평가는 보통 아쉽거나, 잘 해내지 못한 지점을 지적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는 것이겠지만 효과는 없습니다. 못한 점을 콕 찍어서 지적하는 것으로는 상대의 감정을 손상시킬 뿐, 업무효율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대치를 중심으로 피드백을 주면 어떨까요. 바라는 바를 명확히 말하고, 한계가 있다면 상대의 강점을 살려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방안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A는 업무 계획은 잘 세우지만 팀과 협업하는 일에서는 자기주장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료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곤 합니다. 이때 상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타팀 협업과 갈등을 자주 일으켜서 동료 평가가 낮은 것 아닌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지 못하면 승진도 어렵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두고 다르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업무 계획을 잘 세워서 계획서를 잘 만드니 그 강점을 살려서 다른 팀과 협업할 때도 협업 계획서를 만들어 조율하는 것이어떤가? 내년에 동료 평가가 잘 나오면 승진할 기회가 높아진다. 그리고 우리 팀은 해당 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해당 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당신의 능력을 잘 사용하기 바란다.’

회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점을 말하기보다, 본인이 바라는 기대치와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및 대안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궁극적으로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실행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피드백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말은 생각보다 날카롭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충고를 듣는 입장에서, 하는 입장이 됩니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 사람이 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과 충고의 기술이란, 상대를 고려하는 존중의 영역입니다.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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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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