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마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가지고 있는 관리 비결이 있습니다.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과 같이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것부터,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거나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서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는 권유도 들립니다. 쇼핑을 통해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신건강을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어떤 것들을 하면 좋은지 질문을 받을 때면 적지 않게 고민스럽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건 사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고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일 일기를 쓰게 한다면 마음이 건강해지기는커녕 스트레스만 잔뜩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한 팁은 가능한 한 간단하고 지키기도 쉬워야 합니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니,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행동을 말씀드리는 편이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밥 잘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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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영국의 소아과,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였던 도날드 위니캇의 일화입니다. 배경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런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군의 공습으로 도시는 폭격당했고 수많은 전쟁 고아들이 생겼습니다. 정부에서는 아이들을 모아서 임시 보호 시설을 마련합니다. 전쟁 중이니 물자와 인력의 제한은 어쩔 수가 없었겠지요. 정부 당국자는 위니캇에게 현재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반드시 해주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서 조언을 구합니다.

위니캇은 양질의 식사를 제 때에 챙겨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설명한 식사의 목적은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식사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배를 채우고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뿐만은 아닙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감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담당하는 기관인 우리의 뇌는 활동을 위해 다양한 영양소를 필요로 합니다. 연구 결과들은 밥을 먹는 것이 보상 행위의 일종이며 뇌에서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해 감정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방향에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다양한 행동은 나름의 심리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행동 자체가 우리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수많은 과거의 경험, 당시의 감정들이 함께 뒤섞여 있죠. 밥을 먹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식사는 심리적으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을 밥과 관련된 감정을 다시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배가 고플 때 밥을 먹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쌓여온 수많은 ‘돌보아짐’의 느낌들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주하게 합니다.

이렇듯 따뜻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따뜻한 감정을 삼킨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 배고플 때 양질의 식사를 챙겨 주세요. 가장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나 자신을 돌보고 품어줄 수 있는 비결이 되어줄 것입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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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덕분에 제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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